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배상준 칼럼
<칼럼> 주치의 놔두고 왜 저한테 여쭤보세요?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07/31 [09:34]  최종편집: TIN 뉴스 이 기사 후원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TIN뉴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상담하는 진료는 대면(對面)없이 불가능한 행위다.  © TIN뉴스

 

 

난 개인 홈페이지(http://bestsurgeon.kr)에 11년째 글을 써 왔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가장 큰 목적은 내게 진료받은 환자들에게 올바른 의학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마음 같아서는 외래 환자에게 20분 이상 설명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설사 설명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하더라도 환자들이 지겨워하거나 쑥스러워할 것 같아 홈페이지에 수술 동영상, 간담췌 외과 질환에 대한 쉬운 정리, 건강 상식에 관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놓았다.

 

홈페이지에 카톡ID와 이메일주소가 공개되어 있고 궁금한 점은 편하게 문의하라고 적어놓았더니 내가 진료했던 환자뿐 아니라 모르는 분들도 종종 쪽지, 메일, 카톡으로 질문을 보낸다. 받은 질문의 50% 정도는 대부분 간단한 내용이다. 예를 들면 “저희 어머니가 담낭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샤워는 언제부터 해도 되나요?” “수술 후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데 맞나요?” 등등이다.

 

진료하지 않은 모르는 환자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으면 의아했었다. 수술한 주치의가 당연히 설명했을 것이고, 퇴원할 때 간호사가 주의사항이 인쇄된 종이에 친절하게 설명했을 텐데 왜 나한테 또 질문하는지 이상해서였다. 주치의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담당의사의 외모가 포악하게 생겼거나 얼굴엔 짜증이 가득 섞여 있어서 어떤 질문도 허용하지 않을 분위기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어쨌건, 그런 사소하면서도 간단한 질문을 일면식도 없는 내게 질문하는 환자나 보호자를 좀 싱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싱거운 사람으로 치부한 그들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다. 친동생과 싱겁지 않은 김치찌개에 맥주 한 잔 마실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생은 학원 사업을 한다. 배 원장이다.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배 원장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일부가 그만둘 때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오늘부터 그만두겠습니다. 입금은 ** 계좌로 부탁합니다.”라는 문자 한 통으로 사직을 통보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학원에 10원의 지분도 없는 내가 그 이야기를 들으며 굉장히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가정교육 문제라고까지 이야기했던 것 같다.

 

며칠 후, 주치의에게 물어봐도 될 간단한 것들을 메일을 통해 얼굴도 모르는 내게 상의하는 환자와 원장에게 그만두겠다고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로 당일 사직을 통보하는 아르바이트생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던 상황과 비슷할 것 같다. 둘의 공통점은 〔대면(對面)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생은 가정교육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원장 얼굴을 직접 보면서 그만두겠다는 말을 건네는 걸 굉장히 불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날 저녁 혹은 당일 아침이 되어 문자로 슬쩍 사직을 통보한 것이고, 일면식도 없으면서 내게 의료 상담 메일을 보내는 환자는 싱거운 사람이 아니라 주치의 얼굴을 직접 보면서 질문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해했기 때문에 주치의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못한 채 진료실을 나온 후 내게 간단한 질문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3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개인 휴대 전화도 없었고, 이메일도 없던 시절이다. 집 전화와 편지 이외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뿐. 짜장면을 주문할 때도 사장님과 전화 통화를 했던 구석기시대 같은 시절에서 배달 앱으로 거의 모든 음식을 주문하는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사장님 방문을 노크하고 직접 사직서를 드리며 사직 이유를 설명한다거나 진료 중 주치의에게 궁금한 내용을 질문한다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행위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유감스럽게도(?)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상담하는 진료는 대면(對面)없이 불가능한 행위다. 당신이 의사와 대면했을 때 어색해하고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더라도 맞은편에 앉아 있는 담당의사는 환자로 온 당신을 절대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설사 그의 얼굴이 굳어져 있다 하더라고 그건 그의 캐릭터일 뿐 당신이 어떤 질문을 해도 받아 줄 자세가 되어 있다.

 

요즘은 의사들도 무한 경쟁 시대다. 만약 환자의 질문을 도발적이라 여기고 귀찮아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그러니 얼굴도 모르는 내게 질문하지 마시고 주치의에게 편하게 질문하실 것을 추천한다. 답변하기 귀찮아서 그리 말하는 게 아니라고 미리 해명한다. 당신의 상태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당신 앞에 앉아 진료를 보고 있는 의사이기 때문에 주치의에게 편하게 질문하시라는 것이다. 질문하기 어색하고 괴롭다면 종이에 질문 내용을 적어 의사에게 전달해 주면 된다.

 

난 개인적으로 질문이 적힌 쪽지를 들고 오는 환자에게 약간의 오버 액션을 취한다. 어른에게 술잔을 받는 것처럼 쪽지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아주 비싼 연필을 꺼내어 동그라미와 밑줄을 쳐가며 자세히 설명한다. 포만감 같은 만족감을 느낀 환자는 활짝 웃으며 진료실을 떠난다. 뒤돌아 나가는 환자에게 모 CF의 한 장면을 패러디하며 한마디 덕담을 건넨다.

 

“쪽지 가져가세요~~”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 TIN뉴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섬유패션산업 발전과 함께하는 경제전문 언론 TIN뉴스 구독신청 >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TIN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지나가던 사람 20/09/08 [14:42]
남들이 님에게 "여쭤"본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여쭌다는 말은, 듣는 사람을 높이고 말하는 사람을 낮추는 말입니다.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라고 하셔야 옳습니다. 수정 삭제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광고
포토뉴스
쿠론, 20 F/W 레트로 무드 제품 출시
1/7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