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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급매 “헐값도 좋다. 팔려만 다오”

낙찰가, 감정가의 30%대 수준 ‘헐값공장’ 속출

TIN뉴스 | 기사입력 2020/10/05 [01:57]

금융권 대출 기준 강화로

건실 기업까지 자금 조달 악화

작년 전국 공장 및 용지 법원경매 5천여 건 훌쩍

1분기 공업시설 법원 경매 건수 599건, 전년동비 44% 급증

 

# 공장 기계 소리가 멈춘 공단에는 매일 같이 공장 임대나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최근에는 각광 받고 있는 마스크 제조공장 매매 광고까지 등장했다. 이 때문에 구청 공무원들은 매일 현수막을 철거하지만 또 다음날이면 그 자리에는 또 다른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제는 불법옥외광고 담당 공무원들의 일상생활이 된 오래다.

 

# 공장의 위로 굴뚝 4개가 우뚝 솟아있다. 하지만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매연이 대기집진시설을 거쳐 굴뚝을 통해 수증기로 뿜어져 나오는 건 달랑 한 개뿐이다. 최근 급감한 제조업체 가동률 실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최근 몇 년간의 경기 침체 누적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인 중소제업이 존립 위기에 몰렸다. 동시에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3월 경방 반월공장이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리며 가동을 중단했고, 지난 8월에는 삼일니트가 국내 시흥공장을 마스크 제조업체에게 넘기면서 국내에서의 생산을 접었다. 대구 지역 섬유업체 몇 곳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부산 지역 염색단지 한 곳의 섬유염색업체 수는 현재 20개사를 밑돌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 전방산업 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폐업했다면 이제는 코로나 영향에 따른 장기적 경기 침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중소제조업들의 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공장 경매 건수’다.

경제 불황으로 이미 지난해 전국 공장 및 공장용지 법원경매 진행 건수가 5,000건을 넘어섰다. 낙찰률도 10건 중 3.3건 정도.

올해도 제조업의 경매 진행 건수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행 건수는 늘었는데 낙찰률은 개선되지 않아 유찰되는 매물이 누적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경매전문법인 ㈜비젼법률경매에 따르면 9월 25일 기준, 공장 및 공장부지 건수만 510건이다. 신건 또는 유찰, 재매각, 재진행 등의 매물들이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장 및 아파트형 공장 등 공업시설 경매 건수는 599건으로, 전년동기대비 44%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10년(558건)보다 높은 수치다. 여기에 지난해 1분기 64건이던 공장 신규 경매 건수가 올해 1분기에는 432건으로 약 6.8배 증가했다.

그러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나 개인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하는 경매와 달리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입찰에 부치는 공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공장을 내놔도 바로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법원경매 정보사이트 굿옥션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경기도 내 공장 및 공장용지 경매 진행 건수는 총 739건, 이 중 낙찰건수는 195건으로 낙찰률은 26.3%에 불과하다.

지난해 경매건수 721건 중 212건이 낙찰된 것과 비교된다. 결국 공장을 팔려는 업체들은 많지만 정작 사려는 업체는 줄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법원경매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광복절 전후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법원행정처는 지난 8월 전국 법원에 2주간의 휴정권고를 내렸다. 법원들이 법원행정처의 권고에 따라 휴정을 결정하자 8월에 예정됐던 1만6,139건의 경매 물건 중 30.9%인 4,891건의 입찰기일이 변경됐다. 해당 경매 건들은 10월 이후로 입찰기일이 재배정될 전망이다. 입찰기일 변경으로 전월대비 진행건수는 2,698건이 줄고, 낙찰 건수도 970건이 줄었다. 

 

이래저래 낙찰을 받아도 낙찰가는 당초 최고 감정가의 30%선 수준에 불과해 채무자(사업주)는 금융권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결국 금융권도 대출 기준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어 앞으로 건실한 재정의 중소제조업체들도 자금 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폐업 절차를 밟고 은행에 경매 신청을 하면 통상 6~9개월 정도 지나야 매물로 경매시장에 나온다. 공장 경매 매물의 경우 사업주가 금융권에서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때 대출 원리금 연체 발생 후 수개월 뒤 경매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공장 경매 매물 수도 연말이나 내년 초면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종 경기 활력 여부 판단 지표 ‘전력사용량’

부산 섬유∙의복업종 전력사용량, 1~7월 전년동기대비 –14.9%

 

업종의 경기 활력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전력 사용량’도 저조하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1~7월까지 부산 섬유∙의복업종 전력 사용량은 전년동기대비 -14.9%로, 자동차 제조(-8.2%), 1차 금속(철강 등, -7.4%)보다 약 2배 가까이 줄었다.

 

지난 6월 기준 부산녹산국가산단 가동률은 전년동월대비 4.3% 감소한 63.1%에 그쳤다. 

산단 운영의 적정 가동률은 통상 70% 수준인데 이보다 밑도는 수치다. 이는 2009년 이후 11년만이다. 

 

대구염색공단이 자체 조사한 1~8월까지 공업용수 사용량은 전년동기대비 19.7% 감소했으며, 전기사용량도 19.3% 감소, 증기(스팀) 사용량도 20.1% 각각 감소했다.

 

반월염색사업협동조합 구홍림 이사장도 “반월만 해도 (공동폐수처리장) 폐수캐파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실상 절반 수준을 유지한다 가정하더라도 업체들에 대해 옥석을 가려내야겠지만 남은 업체들이 잘 특화되고 원단 비즈니스로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설비투자 등 기업들이 (코로나기간) 버텨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면 결국 스트림도 살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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