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스타일이 패션가를 점령하다”

비즈니스 시장의 핵심브랜드 ‘라이프스타일’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1/03 [17:57]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혁신 모멘텀

라이프스타일을 읽어야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와 브레이크 댄스 등 골목문화로 저평가됐던 ‘거리문화(Street Culture)’가 세계 패션 중심에 섰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 패션 대기업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들이 스트리트 브랜드에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여기에 라이프스타일 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 등 거리문화에 기반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표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탑다운의 유행보다 보헤미안, 힙스터, 노마드, 미니멀, 훼게, 비건 등 각자 자신에게 맞고 추구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고 그 스타일대로 일상을 채워나가고 있다.

단순히 주목하는 찰나의 트렌드로 치부하기엔 그 영역이 사회와 경제 근본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는 라이프스타일.

 

젊은 층이 거리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명 ‘골목길 경제학자’로 유명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는 “세대가 지나면 부모 세대와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젊은이를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국내에 처음 스트리트 컬쳐가 등장한 것은 2000년대로 지금 태동기다. 도시 안에서는 골목 문화 중심으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삶의 질에 대한 욕구다. 삶의 질을 추구하다 보면 동네의, 동네 중심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동안은 지역 바깥에서 길을 찾아왔는데 탈산업화 사회에서는 자기가 사는 지역, 동네가 경쟁력이 된다.

 

거리에서 브레이크댄스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거리 기반으로 한 스트리트 컬쳐. 

스트리트 패션은 1970~80년대 빈민가 하위계층의 하나의 저항문화로 출발했으나, 지금에 와선 그 의미가 확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면서도 편하고 입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패션코드가 됐다. 동시에 스트리트 패션은 시대를 반영하는 라이프스타일로까지 그 영역을 견고히 하고 있다.

 

반스(Vans), ‘스트리트 문화의 대중화’ 선도

스케이트 보딩을 필두로 한 브랜드 정신을 스트리트 컬쳐와 통합

전 세계 스케이트 보더들이 애용하는 스트리트 컬처의 대표 브랜드 반스(vans). 

 


미국 동부의 스니커즈 사업가 폴 반 도런(Paul Van Doren)이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반 도렌 러버 컴퍼니(Van Doren Rubber Company)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반스는 전 세계 84개국에 진출해 한해 매출 약 23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작은 가게로 시작하다 보니 공장, 사무실, 매장을 한 곳에서 운영했다.

가게를 첫 오픈한 날 12명 고객이 찾아왔다. 그러나 각 고객들이 원하는 사이즈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당신이 원하는 색깔로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약속을 한다.

원하는 컬러대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창업 1년 만에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 내 매장만 50개로 늘어난다. 이 때 탄생한 것이 반스의 첫 모델 어센틱이다.

 

1970년대 들어서자 반스는 더 적극적으로 스케이트 보더 마케팅을 한다. 캘리포니아 서퍼들이 파도가 없는 날 거리를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활보하는 모습에 착안해 서퍼들에게 접근한다.

스케이트보더들은 맨발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보니 사고가 많이 났다.

이에 바닥에 딱 붙는 밑창을 가진 신발을 개발했으니 반스의 심벌인 ‘와플 솔(Waffle Sole)’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오더메이드 시스템으로 다져진 반스 신발의 실용성에 대한 보더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반스는 이 기회를 살려 직접 스케이트 보더들이 관리하기 시작한다.

창업자의 아들인 스티브 반 도렌을 앞세워 선수들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직접 밴을 몰고 선수들을 데려다 주거나 유망 선수를 매니지먼트까지 한다.

 

1982년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으니 영화 <리치몬드 연애소동>에 배우 숀 팬이 반스의 체커보드 슬립온을 신고 등장했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대대적인 노출로 수백만 켤레의 슬립온을 팔아치웠다.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이 시기, 체커보드 시대이후 창업자인 폴 반 도렌이 물러나고 동생인 제임스 반 도렌이 사업 전면에 나선다.

 

이러한 신드롬급 인기는 역설적으로 반스에 위기를 가져온다.

인기에 취했던 것일까?

반스는 신드롬을 발판삼아 브랜드의 라인업 확장을 시도한다. 스케이트보드에서 농구, 러닝, 야구, 축구, 테니스, 레슬링제품까지 생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러 거래처에 1,000만달러 규모의 빚을 지면서 1984년 파산하게 된다. 결국 창업자인 폴 반 도렌이 경영에 복귀하고 3년 후에야 어렵사리 회생에 성공한다.

 

그렇다면 반스는 어떻게 기사회생했을까?

성장 기반이었던 스케이트보드로 되돌아가자며, 다시 적극적인 투자를 하게 된다. 스케이트보딩 비디오를 만들거나 서핑, 스케이트보딩대회를 적극적으로 후원한다.

또한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스케이트파크를 지어서 반스가 어떤 브랜드인지 그 정체성을 현장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제품에만 그 문화를 담은 것이 아니라 제품을 소비하고 만들어나가는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결하고 교감한 것이다.

 

반스는 2021년 소띠 해를 기념해 중국의 유명 디자이너 수우코우(Suwukou)가 함께 손을 잡고 풋웨어&어패럴 컬렉션을 1월 9일 출시한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요즘 같은 상황에서도 진정성을 갖고 활동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계속해서 모두가 창의성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기 위한 메시지도 담았다.

 

스트리트 브랜드의 반란 ‘슈프림(Supreme)’

스트리트 문화를 럭셔리 문화로 도약시킨 주역

 


스트리트 브랜드임에도 범접할 수 없는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을 자랑하는 슈프림. “이제는 슈프림 없이 뉴욕 남성복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루이비통 디렉터 킴 존스)” 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슈프림. 

 

그 시작이 바로 타깃 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명확히 공략한 이유에 있다.

매장 뿐 아니라 브랜드 스타일과 정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 함께 일 해야 한다는 모토를 주창하는 슈프림은 스케이트의전설로 불리는 인물을 스토어 매니저로 채용하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따르며 성장했다.

 

반스가 스트리트 컬쳐를 대중화시켰다면 이를 럭셔리 문화로 만든 건 바로 슈프림이다. 

루이비통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는 “요즘은 슈프림 없이 뉴욕남성복을 논할 수 없다. 이는 거대한 전 지구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패션계 역대급 이슈로 꼽히는 루이비통과의 컬라보를 성공으로 이끌었고 이 성공을 목격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의 컬라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2018년 CFDA가 영향력 있는 브랜드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인 ‘맨즈웨어 디자이너상’을 반스가 수상하는 이변이 연출된다. 스트리트 브랜드가 이 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이제 이 브랜드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브랜드란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1994년 영국계 미국인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가 뉴욕 맨해튼에 첫 스케이트 보드샵을 열면서 시작됐다.

 

슈프림의 첫 번째 전략은 명확한 타킷층 공략이다. 대상은 바로 스케이트 보더.

창업 전부터 이미 주변의 스케이트 보더들에게 연락해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여기에 창업자는 스케이트 보더의 특유의자유분방함과 반항적 이미지에 주목했다. 자체 분석을 통해 알아낸 것은 보통 사람들은 12살, 13살에 스케이트 보드를 탄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에서는 청소년이 아닌 18~24세가 주 소비층임을 파악하게 된다.

뉴욕의 젊은이들은 헬멧과 같은 장비는 갖추었어도 스케이트에 적합한 옷을 입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 번째 슈프림 전략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이다.

매장 첫 오픈 날부터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매장 문턱을 없애 보더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매장 직원들도 스케이트 보더 출신들을 고용했다. 

 

세 번째 슈프림 전략은 ‘소량/한정 생산’이다.

이렇게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한 슈프림은 판매방식에서도 절대로 대량생산을 하지 않은 것이다. 매주 목요일 온라인에 일시적으로 소량의 제품을 판매하는데 어떤 제품이 나와도 출시와 동시에 완판이 될 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리셀가에 판매된다.

제임스 제비아는 “600개를 내놓아서 완판이 된다해도 우리는 오로지 400개만 만든다”고 고집한다. 

 

슈프림 매장은 전 세계 4개국 12개에 불과하다.

영국, 미국, 일본, 프랑스 4개국에 12매장이 전부다. 너무 흔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매장을 극소수로 제한하고 있다.

 

슈프림의 기본은 스케이트보딩이다.

스케이트보딩이 어느 정도 활성화된 도시에서만 진정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진정성이 매장을 제한하는 두 번째 이유다.

무엇보다 슈프림의 희소성 전략의 정점은 다양한 브랜드들과의 협업이다. 루이비통, 스톤아일랜드, 가르숑, 노스페이스등과의 협업사례.

 

2017년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로 또 한 번 이슈를 일으켰다.

슈프림이 과거에 허가 없이 루이비통의 모노그램과 자신들의 로고를 합친 스케이트보드를 만들어 루이비통에 고소를 당하는 사실을 안다는 여러모로 놀라운 콜라보다.

 

그리고 노스페이스, 반스의 모기업인 VF Corporation은 슈프림을 21억달러에 인수하게 된다. 이처럼 로컬 브랜드가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글로벌 브랜드에 인수되는 건 흔한 일이다. 마치 스타트업이 일정 정도 회사를 키우면 플랫폼 기업이 인수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트리트 컬쳐 브랜드의 효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는 “스트리트 컬쳐 브랜드가 늘어나면 지역문화를 산업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그 확장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트리트 브랜드가 성공하게 된 비결은 결국 스트리트 컬쳐의 진정성을 브랜드에 담아낸 결과다. 글로벌 대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하위문화와 대안문화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새로운 도시 문화를 개척하는 스트리트 컬쳐가 계속 주목받는 이유이다.

 

장유리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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