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전략, 코로나 전후로 나뉜다”

[인터뷰] 자카드직물 편직업체 ㈜파텍스 김창식 대표
용도·아아템 다양화는 옛말…‘잘 팔리는 몇몇 아이템만’ 호황
패션브랜드, 이윤 많이 남는 원단 선호 및 유통기업으로 전환 추세

TIN뉴스 | 기사입력 2022/10/04 [09:11]

 

23년째 가업을 잇고 있는 2세 경영인 자카드직물 편직업체 ㈜파텍스의 감청색 대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정석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면서 혼란스럽다. 

 

그동안 원단, 소재 개발업체의 생존전략은 ‘아이템의 다양화’였다. 수많은 동종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품종 아이템이 살 길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코로나를 겪으며, 깨졌다. 오히려 단일 아이템을 고집해온 업체들이 살아남는 세상이 돼버렸다. 

 

김창식 대표는 “기존에는 다양한 아이템을 취급하는 공장들이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돈을 못 벌고 있다. 오히려 한 우물을 파던 곳들 특히 과거에는 경쟁이 치열해서 국내에서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치부되던 아이템들이 호재를 맞아 코로나를 겪으면서 공급망 붕괴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소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과거 다양한 아이템으로 연매출 200억 원 이상 하던 공장들은 고전 중이다. 몇 개 아이템으로 특화된 곳들이 호황기를 맞았다. 여기에 패션브랜드들도 이윤 추구와 유통 구조로 변모하면서 이러한 아이템의 획일화를 부추기고 있다.

 

김창식 대표는 “기본적으로 원단 개발에 앞서 블라우스, 팬츠 등 용도에 맞추어 기획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이너들이 용도 구분 없이 같은 원단으로 블라우스도 만들고 팬츠도 만들면서 용도별 원단 개발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또 “오히려 기존에 검증됐던 몇몇 소재를 가지고 유행에 맞는 컬러와 패턴, 디자인만 바꿔서 팔면 된다. 패션브랜드들도 이윤이 많이 남는 베네치아, ITY 등의 소재들을 선호하다보니 더 이상 다양한 아이템 개발이 이루어지 않고 있다. 또 과거에는 패션을 아는 CEO들이 기업을 이끌었다면 요즘은 마케팅과 유통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아이템의 획일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물을 쌓아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출고시켜 재고를 남기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요즘의 생존전략이 된지 오래다. 사용자인 브랜드들도 소량으로 주문해 빨리 만들어 빨리 소진하고 있다.

 

지난 8월 기대감을 안고 PIS에 참가했다. 자체 개발한 차별화 아이템들을 처음 선보이는 만큼 시장 반응도 궁금했다. 아이템에 대한 반응과 관심을 보였으나 실제 오더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창식 대표는 “그 많은 아이템과 품목 중 나가는 건 몇몇 개로 정해져 있다. 점차 패션이 획일화되고 개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납기일 지연에 ‘늦장피우기’

제조현장, 만성 무기력증에 빠지다

 

코로나와 경기침체 장기화에 일감이 줄면서 제조공장들이 무기력증에 빠졌다.

공급망과 의류소싱공장들의 붕괴 이후 납기일이 최대 180일까지 늘어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주문을 넣어도 느긋하다. 독촉하지 않으면 제때 납품도 안 된다.

 

인터뷰 차 방문한 이날도 예정된 원자재가 오질 않아 김 대표는 재차 전화로 확인하며 확답을 받아내느라 진땀을 뺐다. 김창식 대표는 “납기일이 180일까지 늘어지면서 요즘 바이어들도 1~2일 정도 늦는 건 당연시하고 있다. 바이어들이 납기를 재촉하지 않다보니 제조공장들도 굳이 빨리 할 필요가 있느냐며 늦장을 피운다”면서 “장기간 일감이 줄면서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보다는 오더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져 버렸다. 의욕도 없고 오히려 무기력증에 빠져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외국 인력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인력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오더가 들어와도 사람이 없어서 제때 가동할 수 없거나 또는 협력공장이 파산하거나 정상 가동이 어려운 경우가 빈번해졌다. 과거 주로 비즈니스 차 접대 등 영업이나 마케팅에 집중했던 사장들이 지금은 일손이 부족해 공장에서 직접 기계를 돌리는 모습이 일상화 된지 오래다.

 

김창식 대표는 “염색 뿐 아니라 편직업종도 뿌리산업에 포함시켜 중소제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섬유제조현장의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우선적인 인력 수급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뿌리산업 지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뿌리산업 지정 사업장은 고용허용한도보다 20% 초과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이미 염색업종에서는 한국패션칼라산업연합회를 중심으로 수십 년간 뿌리산업 지정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중소기업체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염색업종의 뿌리산업 지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확답을 준만큼 기대감이 크다. 이에 편직업종도 염색과 더불어 뿌리산업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지나면 조금 나아질까요?”

 

김창식 대표는 “과연 이러한 트렌드 변화가 맞는 건지.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다시 이전만큼의 상황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 불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섬유산업이 망하지 않겠지만 각 스트림별 상황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염색공장이 다 없어지면 어떻게 하느냐, 그러니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을 한 것이 불과 5~6년 전일이다.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역전됐다. 염색공장들이 편직공장보다는 비교적 나은 상황이다. 그만큼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장시간 인터뷰를 마친 김 대표는 “이제 저는 또 일하러 가야 한다”며 발길을 돌렸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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