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기술 지정…“당위성 확보 관건”

타 산업까지 기술 활용 확장성 공인 데이터와 근거 확보 급선무
뿌리기술 지정위한 법 개정…현실적 어려움
차선책 법률 대비 절차 간단한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 개정’ 접근

TIN뉴스 | 기사입력 2023/03/20 [11:28]

 

우리 섬유 업계에 이어 세라믹 업계의 뿌리산업 지정 요구에 주조, 금형 등 기존 6개 뿌리산업(뿌리기술)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 6개 업종 기업들은 모임을 열고 뿌리산업 범위 확대  논의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다.

 

지원사업 예산이 동결된 상황에서 뿌리업종 수만 늘릴 경우 지원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본지는 우리 섬유 업계의 뿌리 지정 요구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기존 뿌리산업 관련 기업들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지적되고 있는 지원 사업 예산 문제는 추가되는 뿌리기술 관련 기업의 수를 반영해 예산 규모를 증액하는 건 정부의 몫이다. 아울러 우리 섬유산업의 뿌리기술 지정 당위성을 잘 만들고 포장해야 정부는 물론 기존 뿌리기술 업종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

 

어찌됐건 기존 업계의 반발과 함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첫째, 우리 섬유업계의 가공 기술의 범용성을 인정받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연재를 통해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뿌리기술은 해당 산업 뿐 아니라 타 제조공정이나 산업에도 활용되어 경제적 가치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만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관계자 역시 제조공정(가공) 기술의 범용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에서 뿌리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산업부에서 섬유 가공기술은 섬유 산업에서만 활용할 수 있어 제한적이라는 뿌리기술 지정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라는 말과 함께 범용성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참고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위탁을 받아 뿌리기업 인증서, 뿌리산업 확인서, 뿌리전문기업 인증서 발급 및 뿌리기업 지원사업 운영 및 관리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한 업무를 부여받고 있다.

 

바로 매년 7월(단 올해는 3월로 일정 앞당김) 뿌리산업 또는 뿌리기술 지정 수요조사를 진행한다. 이 때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는 신청 접수를 받아 해당 산업에서 제시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분석해 뿌리기술 지정 여부를 판단해 산업통상자원부 해당 과(섬유의 경우 섬유탄소나노과)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추천서’를 작성해 정부 측에 전달하고, 해당 부처는 자료를 검토 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위원장으로 각 부처별 차관 및 업계 단체, 학계 등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뿌리산업발전위원회’가 소집되고, 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대통령 보고 후 대통령령으로 최종 지정을 받게 되는 단계를 밟게 된다.

 

이 때 우리 업계가 할 일은 섬유 공정기술의 범용성에 관한 명확한 데이터 및 근거(타 업종의 활용도, 수출, 내수 등의 매출 기여도)를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정리해 이를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측에 제출하는 것이다.

 

둘째, 만약 섬유 가공기술이 뿌리기술로 인정되더라도 우선 법을 개정해야 한다.

즉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제2조(정의) 제1항에 우리 섬유산업 가공기술이 명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염색가공기술이 뿌리기술로 지정됐다면 기존 6개 뿌리기술에 ‘염색가공기술’이 추가되는 데 반드시 법을 개정해야만 명시가 가능하다. 뿌리산업 및 뿌리기술 지정이 쉽지 않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난제다.

 

‘산업 코드(분류번호) 

변경 시행령 개정’ 차선책에 집중해야 

 

다만 법 개정 대신 차선책은 ‘시행령 개정’ 또는 ‘시행규칙 개정’이다.

법률과 시행령의 차이는 거의 동일하나 국회 심의·의결 절차가 생략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시행규칙 개정은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의 및 대통령 재가 절차까지 생략되기 때문에 기간이 짧다.

 

시행령 개정의 골자는 ‘산업 코드(분류번호) 변경’이다. 

예를 들어 염색가공기술이 타 산업 즉 표면처리산업에서 코팅, 표면 염색 등에 활용되고 있다는 범용성이 인정되면 이를 ‘뿌리기술 활용 업종’ 및 ‘뿌리기술에 활용되는 장비 제조업종’ 내 코드를 변경(추가)할 수 있다.[표 참조]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법을 개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현실적인 대안은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 개정이다. 예를 들어 염색가공기술이 기존 섬유염색 뿐 아니라 산업용 필름 코팅, 표면 염색처리 등의 타 제조 산업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범용성 부분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이를 활용해 기존 뿌리기술 및 뿌리산업인 표면처리산업과 연계시킬 경우 뿌리기업으로 인정받을 경우 뿌리기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표 참조] 

 

그러나 산업 코드(분류번호)가 추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분과 사유가 필요한 데 결국 우리 섬유 업계가 할 몫이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매년 7월 뿌리업종을 희망하는 산업(업종)으로부터 수요조사를 받아 심사 후 코드를 변경하는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 데 섬유산업의 요구대로 편직, 염색, 봉제 등의 모든 기술을 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섬유산업연합회가 업계 의견을 잘 모아서 (지정) 가능성이 높은 가공기술을 선별 후 당위성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며 “고민을 많이 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약하자면 뿌리산업보다 상위 개념은 뿌리기술이다.

뿌리기술로 지정되면 이 뿌리기술을 활용하는 산업 또는 제조기업은 뿌리기업 인증서를 취득 후 정부의 뿌리 지원사업 혜택을 받게 된다. 지금 중요한 건 냉철하게 뿌리기술로 지정받을 수 있는 기술 하나를 선택해 당위성을 만드는 데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뿌리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 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 제조공정 기술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로봇공정 분야에서 로봇 선반 등의 제조공정이 아닌 카페나 식당에서 활용되는 서빙 로봇 등의 서비스 분야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참고로 현재 뿌리기술 범위는 법제정 초기 주조, 금형, 소싱가공, 용접 등 6개 뿌리기술에 8개 차세대 공정기술이 추가되어 뿌리산업 범위도 기존 6대 산업 76개 업종에서 14대 산업 111개 업종으로 확대됐다.

 

뿌리산업 현주소

세계 1위 뿌리기술, 日 9개·美 5개…韓 0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2022년 뿌리산업 기술 조사’결과

일본과 기술격차 1년 이상 벌어져…‘청년기피’ 심각

 

한편 뿌리산업과 관련해 지난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2022년 뿌리산업 기술수준 추가 조사’자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조업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술이 일본은 9개, 미국은 5개인 반면 한국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과의 뿌리산업 기술 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14개(뿌리기술 및  뿌리기술 분야에서 국가별 최고 기술수준은 일본 9개, 미국 5개인 반면 한국은 하나도 없었다. 일본을 100점으로 놓고 봤을 때 미국은 99.3, 유럽 97.0, 한국 89.0, 중국 81.4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주물, 금형, 단조 등 금속소재 중심의 대공정 기술과 함께 소재다원화 공정기술에도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로봇, 센서, 산업지능형소프트웨어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14개 분야 중 5개 분야에서 최고기술국으로 선정됐다. 한국의 기술수준이 비교적 높은 상위 2개 분야는 용접·접합, 사출·프레스였다. 기술수준 하위 3개 분야는 로봇,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 센서 등 분야다.

 

일본과의 뿌리산업 격차를 살펴보면 미국이 일본과 0.1년으로 가장 적었다. 이어 유럽(0.2년), 한국(1.3년), 중국(1.9년) 순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일본과의 격차가 2021년 0.7년에서 올해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자근 의원은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으로 미래산업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산업이지만 정부의 지원부족으로 인해 해마다 국가기술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산업부가 로봇·센서·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 등 핵심 뿌리산업에 대한 예산지원과 함께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뿌리산업 관련 정부의 예산 지원도 미미하고 고령화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산업에서 20대 이하 청년 인력은 10.3%(5만2126명)인 반면, 50대 이상 인력은 24.8%(12만5165명)로, 청년 인력 대비 50대 이상 인력이 2.4배 수준이다. 뿌리산업의 석·박사급 인력도 1.0%(4만3241명)로 타 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우리 섬유산업도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뿌리기술 또는 뿌리산업 지정의 목적은 기존 청년인력이나 고급 인력이 아닌 외국 인력의 원활한 확보와 배정(쿼터) 그리고 고령화와 낙후된 제조환경에서 인력을 대체할 자동화 설비 구축 등의 현실적 대안 마련에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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