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46%…韓·美업계 ‘당혹감’

韓, 美 FTA체결국 중 25%로 가장 높아…未체결국 日보다 높아
베트남 섬유·의류 46% 부과…중국산 제품의 亞 활용 ‘우회수출’ 타깃

TIN뉴스 | 기사입력 2025/04/04 [00:24]

 

트럼프발(發)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가 4월 9일부로 발효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적국이건 우방국이건 할 것 없이 무차별 관세 폭탄을 던졌다. 미국이 전 세계 무역질서를 망가트린 빌런(Villain·악당)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칼만 안 들었을 뿐 완전히 날강도”라는 격한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이번 상호관세 대상국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희망은 여지없이 깨졌다. 미국과의 FTA 체결국 중 한국이 25%로 가장 높았다.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오히려 비체결국 일본(24%)보다도 높다. 

 

무엇보다 섬유의류산업 입장에선 수출기업·수출국가건 수입국 미국이건 모두에게 가혹하다. 국내 증권가, 통상전문가들은 섬유의류 품목은 미국이 수입국과 경합하는 품목이 아닌 만큼 관세 부과의 실효가 크지 않아 해당 품목에 실제 관세 부가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전망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그럼에도 전방위적 상호관세는 미국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한국 의류·신발 OEM기업들은 생산품목이 소비 경기와 가격에 민감한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바로 아시아 국가에 대한 높은 상호관세다. 

▲캄보디아 49% ▲베트남 46% ▲스리랑카 44% ▲방글라데시 37% ▲인도 36% ▲인도네시아 32% ▲파키스탄 29% ▲말레이시아 27%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활용한 중국의 우회수출에 대한 미국의 관세 조치를 우려했었다.

 

더욱이 베트남의 경우 46%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섬유의류 공급망의 거점인 만큼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당혹스럽다. A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46%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 더욱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트럼프 1기 당시 중국에 대한 고관세는 역으로 미국 의류·패션·리테일러 업계에 비용부담을 가중시켰었다. 중국은 자체적인 환율 인하를 조건으로 내걸며, 관세를 부담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미국 업계는 소비자가격 인상에 따른 저항을 의식해 관세를 떠안고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상호관세는 이러한 관세를 떠안기엔 부담스럽다.

 

특히 의류 OEM업체들은 관세 부과에 따른 소비자가격 인상이 의류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경우 주문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 USCIFA, “상호관세 부과 결정 매우 실망스러워”


 

한편 상호관세 발표 직후 미국패션산업협회(United States Fashion Industry Association·이하 ‘USFIA’)는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USFIA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이번 조치는 특히 미국 패션 브랜드와 리테일러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 수입품의 주요 공급업체 중 일부와 미국 수출품의 주요 고객이 ‘최악의 위반자’ 관세의 표적이 되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패션산업이 아마도 다른 제조상품 부문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더 많이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면화는 텍사스에서 재배돼 유럽으로 배송되어 실을 뽑고 한국으로 보내져 직물을 생산한 다음 베트남으로 보내져 의류로 만들어지면 마지막으로 미국에 보내져 소매 판매된다. 다시 텍사스로 돌아온다. 게다가 이러한 의류는 미국 뿐 아니라 싱가포르, 일본, 두바이, 런던과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세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나 관세가 패션 산업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미국 섬유의류 수입품은 이미 가장 높은 관세율 중 일부에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2024년 철강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5%였던 반면 의류에 대한 평균 관세는 14.6%였다.

 

미국 의류신발협회(American Apparel and Footwear Association)의 스티브 라마(Steve Lamar) 회장 역시 성명을 통해 이미 패션기업들이 높은 관세 부담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늘의 소위 ‘해방의 날’ 이전에 모든 미국인이 사야 하는 필수품인 의류, 신발, 액세서리에 대한 평균 관세는 이미 다른 미국 수입품보다 5배 이상 높았다. 진정한 해방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더 많은 비용을 부과하는 대신 이 높은 관세 부담을 없애고 미국 소비자에게 퇴보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영향을 덜어주는 것을 포함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무역 장벽을 줄이는 데 주력하는 것을 환영하지만, 미국의 높은 무역 장벽도 줄여야 하며, 장기 투자와 공급망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 나이키·아디다스 등 

美 신발의류·리테일 주가 급락


 

 

나이키(Nike Inc.)와 아디다스(Adidas AG)는 각기 입장을 밝혔다.

나이키(Nike)는 “이미 중국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서 이번 분기 매출 총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나이키 신발의 약 절반과 아디다스 신발의 39%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베트남은 두 회사의 가장 큰 신발 공급업체이며,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신발은 연간 총수익이 200억 달러가 넘는다. 

 

상호관세 발표 직후 주요 신발의류업체들의 주가도 요동쳤다.

나이키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6.4% 하락했다. 베트남에서 40%, 캄보디아에서 17%를 각각 생산하는 룰루레몬(Lululemon Athletica Inc.)d 주가는 장 마감 후 거의 9.6% 하락했다. 베트남에서 35%, 캄보디아에서 22%를 조달하는 아베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 Co.) 주가는 7.7% 하락했다. 베트남에서 약 27%, 인도네시아에서 19%를 구매하는 갭(Gap Inc.)은 11% 하락했다.

 

한편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의 정부 관계 담당 부사장인 데이비드 프렌치(David French)는 “관세가 더 많아지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 큰 불안과 불확실성이 생긴다. 관세는 미국 수입업체가 내는 세금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나이키는 이미 이번 분기에 매출 마진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중국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의 분석가 푸남 고얄(Poonam Goyal)은 “기능성 신발은 매우 특정 기술과 공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공급망을 바꾸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베트남, “혹시나 했는데”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 Co.)과 Hennes & Mauritz AB와 같은 주요 패션 리테일러도 베트남을 가장 큰 공급업체 중 하나로 꼽는다. 

 

베트남 섬유의류협회(Vietnam Textile and Apparel Association)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해 440억 달러 상당의 섬유를 수출했으며,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었다. 신발 및 의류 산업은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첫 임기를 보내는 동안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베트남의 생산이 늘어나는데 일조했다. 베트남은 노동 비용이 낮고, 신발과 의류 제조에 이미 능숙한 숙련된 노동력,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지정학적 충돌에 연루될 위협이 덜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베트남이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암시는 이미 2019년 트럼프가 베트남이 “중국보다 더 심하게 미국을 이용했다”고 발언했을 때 시작되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소매 로비스트들은 트럼프 첫 임기 마지막 달 베트남에 관세를 부과할 뻔했다고 우려했다. 브랜드들이 중국에 대한 노출을 줄여나가면서 베트남은 승자가 됐다. 신발과 섬유는 이제 베트남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 중 하나이자 나이키와 아디다스와 같은 브랜드가 수십 개의 스니커즈 공장과 연결되면서 산업이 번창했다. 두 회사 모두 더 이상 중국에서 신발의 20% 이상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베트남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7.1% 성장해 정부 예측과 블룸버그가 조사한 분석가들의 추정치를 모두 넘어섰다.

 

그리고 트럼프가 1월 백악관에 다시 들어간 지 며칠 후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베트남 고위 관리들에게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라고 독려했었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 데이터에 따르면 베트남의 미국과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1,23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베트남 관리들은 미국 제품의 구매를 늘릴 것을 촉구해 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베트남 팜민찐(Pham Minh Chinh) 총리는 지난 1월 “무역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마라라고(Mar-a-Lago,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트럼프를 방문해 하루 종일 골프를 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이후로도 베트남 정부는 미국산 자동차, 에탄올, 액화천연가스에 대한 관세를 인하해 트럼프 행정부를 달래려고 노력해 왔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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