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정책 행보에 통상 업무를 담당하다 민간기업에 재취업한 공무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는 前 산업통상자원부 2대 통상교섭본부장이자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 재직 중인 유명희 객원교수(사진)가 최근 미국 관세 정책과 관련한 2가지의 에피소드 중 하나다.
유명희 객원 교수는 4월 23일 한국패션협회(회장 성래은)가 주최한 ‘K-패션 미국 관세 정책 대응 전략 이슈 컨퍼런스’ 토론 패널로 참석해 통상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 패션기업들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의 팁을 전했다.
유 객원 교수는 대응 전략에 대한 답에 앞서 트럼프 관세정책과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운을 뗐다. 유 객원 교수에 따르면 2006년 한미 FTA 본 협상 당시 상품 관세 협상을 담당하고 미국 통상을 전담하다 퇴직해 민간기업에 취업한 동료(공무원)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 “회사에서 거짓말쟁이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트럼프 관세정책과 관련해 오늘 이야기한 내용이 내일이면 트럼프가 번복하거나 다른 내용으로 발표해 새로운 것이 시작되고, 이러한 상황이 매일 바뀌다보니 자연스럽게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딸과의 이야기다. 유 교수는 “한국 사람은 뭐 하나 시작하면 일단 장비 빨부터 세운다”며 딸과의 전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미국에서 공부 중인 딸은 전화에서 “일주일에 5번 필라테스 수업을 등록했는데 매일 같은 필라테스복을 입을 수 없다”며, 특히 룰루레몬(Lululemon) 제품 중 고유 컬러가 몇 달 지나면 새 제품이 나와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컬러 9벌을 사고 싶은데 관세가 올라갈 것 같으냐고 물었다.
또 “엄마도 통상업무를 했던 사람으로서 나한테 이야기를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유 교수는 딸에게 “가격이 올라봐야 크게 못 오를 테니 지금 전부 사지 말고 나중에 사라”고 조언했다. 참고로 유 교수의 이 같은 조언의 배경은 뒤에서 자세히 다루어질 예정이다. 부정적 요소: 트럼프의 40여년의 소신과 철학 투영
유 교수는 앞으로의 트럼프 관세정책에 있어 부정적 요소와 긍정적 요소를 각각 꼽았다. 먼저 부정적 즉 우려되는 요소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38년에 걸친 소신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7년 당시 41살에 사비 10만 달러를 들여 TV광고를 냈다.
TV광고에 직접 등장한 트럼프는 “미국이 우리의 인적 자원과 비용을 들어 일본을 지켜주고 있고, 일본은 우리에게 무역흑자를 내면서도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느냐”고 지적하며, 일본에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이렇듯 지금의 관세 정책은 트럼프의 여러 정책 중 가장 오랜 소신과 철학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여러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4년 내내 한 번 두들겨 맞으면 그만이라는 각오로 자신의 소신을 관세정책에 담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4년 내내 관련한 리스크가 상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긍정적 요소 ① 트럼프 예상치 뛰어넘는 시장 반응에 당혹
반면 첫 번째, 긍정적인 요소로 시장의 충격이 트럼프의 예상치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 당시에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기에 앞서 먼저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21%에서 15%로 인하하는 감세 조치를 취하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다음 집권 2~3년 차에 관세 정책을 시행했었다.
또한 1년에 걸친 협상과 의견조율 등 기업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노력으로 충격을 나눌 수 있었다. 반면 2기 관세 정책은 법인세 감세, 기업 규제 완화 등의 여건을 마련해 놓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발표하면서 주식 폭락 등으로 이어졌다. 결국 시장에선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 교수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앞으로 시장 반응을 볼 수 없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진단했다. 긍정적 요소 ② 섬유·의류 등 소비재, 미국 소비자 물가 영향 커
두 번째 긍정적 요소는 ‘소비재’다. 상호관세 유예 발표 이후 4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월마트(Walmart), 타겟(Target), 홈디포트(Home depot) 등 미국 빅3 유통업체 CEO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의를 진행했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을 의식한 자리였다. 물론 그 자리에서 빅3 CEO들은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가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고 잠재적으로 소매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려 제품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미소매업협회(NRF)는 관세로 인해 의류, 장난감, 가구, 가전제품, 신발, 여행용품 등 6개 품목에 걸쳐 미국의 연간 구매력이 최대 780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이 추산치에는 지난해 1조5,000억 달러(한화 2,152조500억 원)에 달했던 식음료 부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월마트 고객들이 부담해야 할 부담은 줄어든다. 월마트가 취급하는 제품의 약 33%만이 해외에서 조달되지만 중국과 멕시코가 월마트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반면 타겟은 상품의 약 50%를 수입하며, 그 중 자사 브랜드의 30%는 중국에서 수입된다. 홈디포는 상품의 50%가 북미에서 조달된다고 보고하고 있으나 캐나다에서의 수입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소매 공급망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는 것은 5월 제품 수입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연말까지 계속 감소할 것이라는 NRF 보고서였다. NRF는 연말까지 총 순물량이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소매업체 진열대에 선별적인 제품 부족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 한 것이다.
유 교수는 소비재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 1기와 2기 관세 정책을 비교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1기 행정부 당시 중국 제품에 대한 301조 시행 시 총 4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 중간재, 2단계 기계류 그리고 섬유와 의류 등 소비재는 미국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고려해 4단계에서 다루어졌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되는 품목 중 90%가 4단계에 포함됐는데 1~3단계 품목에는 15% 관세를, 4단계 품목에는 절반 수준인 7.5%를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재 품목을 A와 B로 나누었는데 B에 포함된 신발의 경우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유 교수는 “사후 관세가 얼마나 오래 가고 얼마나 내려갈까 이점에 대해서는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단 10% 보편 관세선까지 노력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인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트럼프 예상을 뛰어넘는 시장의 반응과 맞관세로 대응하는 중국의 저항도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4년 임기 완료 이후 관세의 변화에 대해 “트럼프의 임기 4년이 끝났을 때도 이 모든 관세가 철폐될 것인가의 문제인데 실제 트럼프 1기 당시 철강에 부과했던 관세는 이후 집권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며, “이처럼 한 번 부과한 관세를 내리거나 철폐하려면 명분이 필요하고 관련 관세 조치로 이득을 보게 된 이해관계자들도 있어 지금만큼의 높은 관세는 아니어도 완전히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가별 대응에 따라 차등적으로 어떤 국가는 더 낮게 어떤 국가는 더 높게 되어 있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별 대응 카드 달라
마지막으로 국가별 관세 협상 전망에 대해 “국가별로 대응의 차이는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베트남이다. 미국이 좋아하는 자동차, 사과, 체리 품목에 대한 수입관세를 내리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 서비스’ 허가 ▲LNG, 항공기 등 대규모 구매 계약체결,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리조트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베트남은 한 술 더 떠 미국의 중국 우회수출 겨냥에 맞추어 자국 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철저한 원산지 단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참고로 트럼프 그룹 컨소시엄은 베트남 부동산기업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 인근 흥옌성(Hung Yen)에 15억 달러(한화 2조1,513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18홀 골프장 3개와 주거 단지를 갖춘 골프 리조트가 오는 5월 착공해 2027년 중반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스타링크의 경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Starlink) 서비스를 위해 베트남에 1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올해 4월 향후 5년간(2030년 말까지) 베트남에서 최대 60만 명에게 위성인터넷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방글라데시 역시 LNG 수입 확대와 스타링크 서비스 제공을 허가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수출·수입업체·통관사·운송업체 합심해야”
한편 4월 23일 한국패션협회(회장 성래은)가 주최한 ‘K-패션 미국 관세 정책 대응 전략 이슈 컨퍼런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존 레너드(John Leonard) 前 미국관세국경보호국(CBP) 무역부 부국장보는 35년간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향후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의 관세 집행 접근 방식을 전망해주었다.
존 레너드 前 부국장보는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은 미국에서 가장 큰 법 집행 기관이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두 가지 주요 과제인 이민과 관세를 집행하고 있다. 35년 간 근무했던 경력이 CBP가 관세 집행이라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1989년 CBP 내 섬유읠 부문에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CBP의 관세 집행 업무는 할당량(쿼터) 집행이 전부였고, 이후 2008년까지 유지됐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이후로는 FTA가 전부였다. 그 기간 FTA가 거의 10건이나 체결됐고, 물론 2012년에도 FTA 시행 방식이 CBP의 현행 관세 제도 시행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강제노동’이 등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 301)에 따른 관세 시행은 CBP가 영구 관세를 시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차이점은 지난 두 달 동안 변화의 속도와 규모가 엄청났다는 것이다. CBP나 다른 기관들이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무역 업계 등에 알리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솔직히 말해 지난 두 달 동안 대부분의 행정부가 8년 동안 한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했다”면서 “따라서 앞으로 수출업체, 수입업체, 통관사, 운송업체 등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문제를 파악하고 기업들이 규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하며, CBP가 부정행위를 적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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