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에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한 낙산 등이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호랑이 캐릭터 ‘더피(Derpy)’와 갓모자를 쓴 저승사자가 인기를 얻으면서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판매점은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2023년 기준 방문객 수 연간 418만 명으로 아시아 1위, 세계 6위를 기록하며, 루브르, 메트로폴리탄, 대영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관람객의 70%가 다녀갔다는 ‘사유의 방’이다.
100평이 넘는 넓은 전시실에 단 2점의 유물만 전시되어 있다. 설명문도 없고 오감으로 느끼는 체험형 전시다. 한국적 정서를 담은 전통 재료를 사용했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사유하는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깊은 인상을 받는다.
외국인들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감성적 경험을 할 수 있다. 단순한 유물 전시가 아닌 역사적 배경을 제공하고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아울러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리고 인스타그램 포토 존도 인기 이유다. ① 골목을 관광 상품으로 파는 일본
이러한 가운데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한다. 다음소프트 부사장 겸 빅 데이터 전문가에서 작가로 변신한 송길영 작가는 일본은 지금 골목을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2017년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인기는 8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하다. 특히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도쿄를 비롯해 7개 현을 직접 찾아다니며, 골목, 길의 모습을 사진과 똑같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낸 작가의 고집과 세밀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매력에 남녀 주인공이 등장했던 골목과 계단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린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어디를 관광할까? 또 내가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한다면 어느 곳을?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복궁, 남산타워, 한강유람선, 롯데월드. 그러나 이 곳들은 한국인조차 잘 찾지 않는 곳들이다.
송길영 작가는 “이러한 곳들은 몇 초면 된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골목을 관광 상품으로 팔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도 골목을 팔 수 있을까에 문제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공간을어떻게 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② 외국인 성지순례 코스 <선재 업고 튀어> 촬영장소
다행히 화제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등장한 수원이 관광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드라마를 접한 외국인들이 남녀 주인공의 데이트 장소(호두과자 가게 ,행궁동 행정복지센터 앞, 카페 몽테드), 전봇대, 사랑을 고백했던 화홍문, 화홍문은 수원행궁에서 가장 예쁜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송 작가는 “전 세계 팬들이 드라마 하나 때문에 한국을 찾고 있다. 수원은 지금 (드라마 속에 등장한) 대문을 (관광 상품으로) 팔고 있다”며, 이는 콘텐츠의 중요성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제작된 K-드라마 수만 100개가 넘는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드라마에 여러분의 브랜드가 나오면 대박이 난다는 것인데 이는 PPL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 패션으로 넘어가보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구입할까? 송 작가는 “그 곳에서 파는 것들은 글로벌 브랜드이고 자신의 나라에도 있다. 굳이 한국에서 살 이유가 없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에는 없는 한국에만 있는 걸 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통 문화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송 작가는 “지금 우리가 하는 걸 그대로 보여드리면 된다. 거꾸로 말하면 여러분들이 지금의 삶을 살고 있지 않으시면 팔수가 없다. 우리의 삶은 지금 힙지로, 연남동, 연희동에 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자꾸 옛날 방식을 끄집어내는 순간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삶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가 숙제”라고 조언했다.
그런 면에서 워터 밤도 좋은 사례다. 송 작가는 “워터 밤에는 젊은 층이 자신의 삶에서 향유하는 것들이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예쁘게 설명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부터가 한국 문화상품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 ③ ‘야경 명소 3곳’
▲부산 황령산 봉수대 ▲서울 금호동의 달맞이봉공원 ▲인천 송도달빛공원이 야경 명소로 부상했다. 특히 달맞이봉공원은 성동구의 아름다운 야경 명소로 잠원한강공원, 반포한강공원, 롯데월드타워, 동호대교, 성수대교 등 다양한 랜드 마크가 한강과 조화를 이룬다.
3곳의 공통점은 첫째, 관광지가 아니라는 점. 둘째,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 올려 화제가 됐고, 지금은 한국인들의 인기 명소가 됐다는 점이다.
송 작가는 “이는 다시 말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문화가 역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지속적으로 외국인들이 무엇을 좋아할지를 관찰하고, 유명 스토어를 강남 한복판에 넣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곳에 위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걸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④ ‘은평구 한옥마을’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북한산 인근 한옥 마을도 외국인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이곳은 당초 택지 분양 후 한옥집을 만들려는 계획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한옥처럼 생긴 건물로 지어졌다. 흥미로운 건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이들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북한산이다. 전 세계 수도 중에서 북한산처럼 지하철이나 버스로 1~2시간 이내에 산이나 국립공원이 위치한 국가는 없다. 서울이 유일하다. 때문에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반나절 시간을 내 북한산국립공원에 하이킹을 즐기면서 관광인기명소로 부상했다. 송 작가는 “한국다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들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자꾸 우리의 생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⑤ ‘수원 스타필드 별망도서관’
요즘 틱톡의 쇼츠 영상으로 화제인 것이 바로 수원이다. 수원하면 ‘노잼 도시’로 통한다. 하지만 수원에 삼성 본사가 위치하면서 인구만 100만 명이 넘는 도시다. 즉 급여생활자가 많다는 것인데 문제는 서울과 가까워 돈을 서울에서 쓴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들은 수원의 스타필드의 별마당 도서관을 찾고 있다. 별마당 도서관의 규모를 보여주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를 줌 아웃에서 패닝(좌에서 우, 우에서 좌로)으로 찍어 올린 영상이 전 세계에서 74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송 작가는 “우리는 명동, 로데오, 가로수길에 매장을 넣는 방식을 이어왔다. 상권이 존재하는 곳에 비싼 월세를 내고 거기서 힘겹게 버텨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브랜드들이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시작됐다. 이제는 한국다운 것, 한국의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이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다운 옷은 뭘까 하면 한복을 떠올리지만 정작 우리가 입지 않는다. 그럼 컨템포러리 복식과 거기에 따른 사람들의 감도에 대한 것들을 정리하고 그 다음에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순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⑥ 삼양식품의 효자상품 ‘불닭 볶음면’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며, 현재 100여 개 국가에 연간 15억 개가 팔려나가는 삼양식품의 효자상품이다. 불닭 볶음면 열풍에 덩달아 불닭 소스도 잘 팔린다. 소스 제품은 라면에 비해 마진도 높다.
삼양식품이 2023년 뉴욕, 런던, 상하이 등에서 불닭 홍보를 위한 진행한 글로벌 캠페인에 4만 명이 몰리고, 불닭 소스 7만 개를 선물로 제공했다. 불닭 소스는 2018년 첫 출시했으나 2019년까지 해외수출 실직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이 매출에 잡히기 시작했다.
내수 매출액은 분기별 40~50억 원 정도로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는 반면 수출로 잡힌 매출은 2024년 2분기 80억 원까지 늘었다. 2019년까지 0%였던 수출 비중이 2020년 하반기 30%까지 단숨에 뛰어올랐고, 2024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송 작가는 “처음에는 만든 사람조차 불닭 출시를 반대했다. 처음이 힘들지 다음은 쉽다. 한국인이 이미 먹던 음식이 뜬다. 이유는 외국인들이 원하는 한국인만 만들어낼 수 있고 한국에만 있는 것을 먹고 싶은 니즈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라며 “지금 무엇이 뜰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한국인만 하던 게 뜬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글로벌 브랜드가 아니라 로컬 브랜드가 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불닭 볶음면의 인기는 SNS의 역할이 컸다. 판매 초기에는 너무 메워서 먹는 거 자체가 도전이었다. 이 같은 자극적인 매운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튜브나 틱톡 등에 불닭 볶음면을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불닭 볶음면 챌린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먹는 영상이 방송되면서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고, 미국 유명 여성 가수 카디비도 자신의 틱톡에 올린 까르보 불닭 볶음면 먹는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3,200만 뷰를 찍으며,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⑦ <흑백요리사>로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흑백요리사>의 성공은 한국 음식의 품격과 가치를 높였다. 해외에서 중국음식하면 싼 음식, 반대로 스시하면 비싼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음식은 불고기, 갈비, 순두부가 대부분인데 LA한인 타운에서 20달러 내외로 팔리는 중저가 음식이다. 가성비 좋고 빨리 만드는 음식의 대표 격이었다.
그러나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높은 인기에 힘입어 한국 음식(Korean Food)의 가격이 20달러에서 500달러까지 뛰었다. 동시에 코리안 푸드의 품격도 높아졌다. 과거에는 메뉴에 상세하게 설명을 넣었던 고추장, 된장, 된장찌개 등의 표기를 한국 발음에 맞추어 영어로 표기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도 높아진 위상만큼 코리안 푸드를 접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 작가는 “50대 이상 연배들은 한국 디스카운트를 벗어나야 한다. 태어났을 때 한국은 후진국이라는 마음속에 콤플렉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싸게 팔아야지. 우리는 밤을 새서 만들어야 돼. 브랜드 인지도가 낮으니 가격이라도 싸게 해서 팔아야 돼 등등.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비싸게 팔아야 되고 비싸게 팔 만큼 소비자의 의식이 올라간 사회가 되어 버렸다”며 “따라서 현재 선진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자각하고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이나 거기에 대해 더 구체화되기 시작했다”고 조언했다. ⑧ 이수도, 10만 원에 1박과 세 끼 식사까지
거제도에서 동쪽으로 600m 해상에 위치한 섬 ‘이수도’. 면적은 고작 0.399㎡, 해안선 길이는 3.7㎞, 그리고 인구 100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그런데 이곳이 핫 하다.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집이 1인당 10원 만 내면 하룻밤 잠을 자고 세 끼 식사를 준다.
이것이 가능할까? 섬 주민들이 직접 잡은 생선을 밥상 위에 바로 올리기 때문에 유통 마진이나 원가가 없다. 이곳에선 다른 곳에서는 절대 없는 걸 팔고 있다.
송 작가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경쟁이 없다. 그러나 여러분이 돈을 버는 순간 경쟁이 생긴다”며 “따라서 유행하는 걸 따라가는 순간 결국 다 끝난다”고 조언했다.
이와 대비해 이제 패션 산업 측면에서 매장이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판매 창구였다. 지금은 매장에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한다. 때문에 요즘은 백화점에 매장을 내기보다는 아주 후미진 곳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있다.
대표적으로 ‘젠틀 몬스터’ 매장은 단순히 판매 공간의 매장이 아니라 쇼룸이다. 인스타그램의 스팟으로 더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내 정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송 작가는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금 한국이 좋다는 말을 평생 처음 들었다. 여러분들에게 이런 기회가 잘 안 오는 거 아시니 뭐라도 좀 해야 한다. 그럼 차이가 무엇이냐. 이제 로컬 브랜드가 뜨고 있다. 한국에 오면 한국에만 있는 걸 사고 싶으니까. 이미 화장품이 한 것처럼 패션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의 열망이 살아 있을 때 그 고유함에 대한 부분들을 깊게 새기고 고유함을 기반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설명해주고 동시에 창의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패션”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소비자는 브랜드가 전하는 제품보다 그 제품을 만든 배경과 철학 그리고 일상 속 감성에 더 깊이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국의 일상과 감성, 공간, 식문화 그리고 패션은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원천이 될 수 있다. ※ 본 내용은 7월 16일 한국패션협회가 추죄한 ‘2025 패션포럼’ 강연 중 일부를 발췌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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