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환 급한데”…발목 잡는 삼중고

제도 불확실성·연료전환사업 인허가 지연·막대한 투자비용
LNG, 연료비 기준 석탄의 2.5배…(수요기업)염색가공업계 비용부담 가중

TIN뉴스 | 기사입력 2026/03/24 [13:54]


정부가 내건 ‘2035 NDC(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에 따라 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집단에너지사업)는 기존 석탄 연료를 수소, LNG 등 청정연료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열병합발전소 특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현존하는 대안기술 한계와 정부의 미온적인 정책 지원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전문가와 업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열병합발전소 업계의 문제가 아니다. 청정 연료 전환 시 막대한 설치비용과 초기 운영비용에 따른 스팀 공급단가 상승으로 산단 수용가(스팀 수요기업)들에게 비용부담 전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수요자인 섬유염색가공업에겐 치명적이다.

 

이와 관련해 3월 20일 한국열병합발전소(주관)와 박해철·김주영 국회의원이 주최한 ‘2035 NDC 달성을 위한 산업단지의 역할 산단열 탈탄소화 실현 방안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정책의 불확실성, 현존하는 대안기술 한계 그리고 경제성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안 찾기에 머리를 맞댔다.

 

2022년 기준 집단에너지 부문별 연간 에너지 공급량은 산업단지 열(스팀) 생산량은 전체의 70.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전력공급량은 지역냉난방에 이어 두 번째(29.9%) 규모. 열병합발전의 종합효율은 약 80%로 가스터빈 단독의 약 2배 이상이다.

 

국내 집단에너지 연료 현황의 경우 2021년 기준 지역 냉난방의 열비중은 22.8%, 98%가 LNG로 공급되고 있다. 반면 산업단지 열비중은 70.8%로, 48%가 석탄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집단에너지 저탄소전환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제조업 산업단지 석탄의 비용 효율적 연료 전환이다.

 

◆ 전기에너지 대비,

스팀 공급 시 거리 멀수록 열 손실 커

수요처 맞춤 열 생산 필수…제품 표준화 어려워

 

그러나 산업단지 열에너지 부문의 저탄소 전환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전력망(Grid)의 경우 전기에너지와 비교해 ▲열에너지는 스팀 공급 시 거리가 멀수록 수송 과정에서 열 손실이 커 단거리 분산형 전력망만 가능하다. ▲또한 온도/압력에 따라 이질적이고, 성질 변환에 많은 에너지가 추가로 소모되며, ▲수요처 맞춤 열 생산이 필요해 제품 표준화가 어렵다.

 

또 원자력, 풍력, 태양광 등 대안기술로 대체가능한 전기 에너지와 달리 열에너지는 대안이 부족하고, 히트펌프 적용은 제한적이며, 연료전지 경제성, SMR(소형모듈원자로) 성숙도 문제로 탈탄소화 기술이 한계가 있다. 여기에 청정열공급의무화(RHO Renewable Heat Obligation) 등 지원제도 도입이 계속 지연되는데다 통계 관리도 미흡하다. 무엇보다 열병합발전 사업자들의 입장에서 막대한 전환 비용과 전환 시 스팀공급단가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국내 산업단지에 스팀을 공급하고 있는 열병합발전 사업체로 구성된 ‘(사)한국열병합발전협회’에 따르면 열병합발전소 주 연료를 기존 석탄에서 LNG로 전환할 경우 연료비는 석탄 대비 2.5배다. 즉 스팀 공급단가가 1만 원에서 2만5,000원으로 인상되는 셈이다. 여기에 500㎿급 LNG 기준 설치비용만 약 1조 원에 달한다.

 

한국열병합발전협회 강일환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아래 시작된 사업들이 제도적 불확실성과 인허가 지연 그리고 막대한 비용 부담이라는 3중고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 고온·고압 스팀 사용 및

경제성 측면 ‘대안기술 제한적’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열병합발전소의 대체 청정연료 및 대안기술로 제시되고 있는 건 ▲LNG ▲바이오매스 ▲히트펌프(지역난방용) ▲SMR(소형모듈원자로) 등이다. 그러나 이 중 산업단지 내 스팀 공급 목적의 열병합발전소에 적용될만한 대안 기술은 극히 제한적이다. 전우영 서울과기대 교수 역시 “지역난방용 열 온도는 100℃ 수준으로 히트펌프와 전기보일러, 지열 등 다양한 저탄소기술이 존재하지만 이보다 높은 200∼600℃의 열을 사용하는 산단 열 병합은 대안기술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형화 및 효율화가 필요한 집단에너지 특성을 고려할 때 일정기간 현실적인 대안으로 LNG 열 병합을 꼽았다. 서울과기대 전우영 교수에 따르면 산업용 열 요금 대비 상대적 경제성을 비교할 때 LNG(1.2)>SMR(1.65)>바이오매스(2.2)>연료전지(2.85) 순이다.

 

전우영 교수는 “SMR의 기술적 미성숙, 바이오매스 미이용 목재 확보의 어려움, 연료전지의 경제성을 고려할 때 열 병합이 가장 우수하다”며 “LNG 열 병합 이외의 타 열원으로 전환 시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열 요금 부담은 물론 보조금 지급에 따른 재정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열 병합발전소 업계 역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는 건 ‘바이오매스’와 ‘LNG’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우선 LNG 복합 열 병합 설비 전환은 인허가 단계부터 발목을 잡혀왔다. 강일환 사무국장은 “2023년부터 선제적으로 사업 신청을 낸 사업자들조차 정부의 LNG 용량시장 제도 도입과 그에 따른 사업 여건 변화로 인해 구체적인 전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 조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민간 사업자들은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LNG에 이은 대안으로 꼽히는 ‘바이오매스(Bio-mass)’ 및 순환자원(하수 슬러지, 축분 등) 역시 수급 불균형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바이오매스 물량은 150만 톤에 불과하다. 이미 전소 전환지역으로 선정된 군산 지역 3개사가 필요한 바이오매스 물량만 약 300만 톤이다.

 

연료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마다 하향 조정될 경우 사업자들의 경제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 열 병합 업계의 주장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LNG 복합발전은 단순히 석탄 대체재로서가 아닌 향후 수소 경제로 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브리지의 에너지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현재 산업단지 내 구축되는 최신 LNG 터빈은 기술적으로 수소를 섞어 태우는 혼소가 가능하며, 향후 부품 교체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수소만으로 가동하는 전소(Dedicated firing) 설비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다가 수소 공급 인프라가 갖춰지는 시점에 수소 혼소율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감으로써 신규 설비 투자 없이도 고온·고압의 증기를 필요로 하는 산단 수용가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열 병합 업계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안산 반월염색산업단지 내 스팀 공급사인 ㈜GS반월열병합발전은 지난해 9월 말 두산에너빌리티㈜와 반월열병합발전소의 발전 연료 전환을 통한 GS반월열병합발전 발전소 현대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GS반월열병합발전은 안산스마트허브 내 노후 열병합발전소를 수소 혼소가 가능한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기반 열병합발전 설비로 전환, 발전소 운영을 통해 국가 전력망과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전기와 열을 공급할 계획이다.

 

반면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국제적으로 전기화를 통한 산업용열 탈탄소화가 진척되는 상황에서 LNG 열 병합은 향후 수십 년간 탈탄소화 경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수소혼소 역시 효율·경제제적인 측면에서 거품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저온공정은 히트펌프+전극보일러+축열조로, 중-초고온 공정은 최신 축열기술(열에너지를 저장해 나중에 재사용하는 기술)의 상용화 개발 등 전기화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산단 열병합 업계, ‘연료 전환 지원’ 촉구

 

 

단 청정 연료 전환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이중 규제의 모순 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제4차 온실가스 베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은 사업자들에게 또 다른 족쇄다. 정부는 4기 계획에서 유상할당 비율을 ‘발전부문 50%’, ‘비발전 부문 15%’ 수준으로 강화(상향)했다. 문제는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의 경우 전력과 열(스팀)을 동시에 생산하는 데 전기는 유상할당 대상인 반면 열(스팀)은 무상할당 대상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산업단지에서 직접 에너지를 공급하는 업종 특성상 발생한 비용이 고스란히 공정용 스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다행히 4기에서 산업단지 업종의 열(스팀)은 무상할당 대상이 됐다.

 

따라서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첫째, ‘바이오매스 수급 안정화와 지원 유지’다. 국내산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과도기 상황에서 수입산 바이오매스에 대한 현행 신재생 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유지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최소한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공급인증서 가중치’는 발급대상 설비에서 공급되는 전력량에 가중치를 곱해 ㎿h 단위를 기준으로 발급하며, 발전사업자가 ‘신재생 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로, 공급의무자는 공급 의무량에 대해 신재생 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해 충당할 수 있다. 이는 발전원별 수익성을 보조하고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부여하고 있다.

 

둘째, ‘기후대응기금을 통한 금융 및 기술 지원’이다. LNG 및 바이오매스 전환 프로젝트에 대해 신속한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가동하고 저리 융자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하며, 동시에 산업단지 맞춤형 고온 P2H(히트펌프) 실증 사업을 조기에 추진해 무상할당을 지속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셋째, ‘열에너지의 공공성 인정과 무상할당 지속’이다. 영세 열 수용가에 대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고려해 4기 계획 이후에도 산업단지 공급 열에 대해서는 무상할당을 지속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넷째, ‘수소 연계 로드맵 수립’이다. LNG 전환이 단순한 화석연료 교체가 아닌 ‘수소 준비성(Hydrogen Readiness)’ 확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수소 혼소 기술 표준 제시와 인프라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강일환 사무국장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에 석탄 기반의 열병합발전을 LNG로 개체하거나 바이오매스 및 순환자원 연료로 개조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진단했다. 강 국장은 “LNG 열 병합 및 바이오매스 프로젝트에 대한 신속한 인허가 패스트 트랙을 가동하는 한편 열에너지의 공공성 인정 및 무상할당 지속, 저리융자 등 정부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덕열 기후에너지환경부 정책관은 “석탄열병합의 탈탄소는 필수 불가결하지만 안정적이고 저렴한 열 공급 목표와 괴리가 있다”고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며, “2차 에너지의 절반에 가까운 열에너지 혁신 없이는 국가 NDC 목표 달성이 어렵다. 산단 열 공급은 아직 화석연료가 많아서 이를 탈탄소화하면서 저렴한 열 공급도 같이 하기에는 목표와 현실 간의 괴리가 있는 만큼 현장의견을 잘 반영해서 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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