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종전되더라도 호르무즈해협 관련한 해상운송의 정상화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중동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확대로 중소제조업과 소상공인 전반에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중동 리스크 장기화는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망을 넘어 중간재 공급망(석유화학 원료 및 산업소재 등)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수출·물류 애로를 넘어 원자재 수급, 소상공인, 납품단가 등 전방위 문제로 확산됨에 따라 부서별 전문영역과 조합 네트워크를 연계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한 목소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쟁 직후인 2월 28일~3월 14일까지 중동 관련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운송차질 발생이 29%로 가장 높았다. ▲계약보류(24%) ▲출장차질(19%) ▲원재료 가격·수급 애로(13%) ▲물류비 증가(9%) ▲대금 미수금(6%)가 뒤를 이었다.
수출·물류 중소기업의 경우 해상·항공 운송 차질을 빚고 있다. 중동향 해상물류 중단과 선사 부킹 취소로 이미 출항한 컨테이너의 회항·환적지 적치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긴급 화물은 항공운송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항공 운임 급등으로 중소기업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실제 해상운임은 기존 대비 약 3배 상승했고, 컨테이너 교체비·지체료·보관료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전쟁, 내란, 테러, 해적 등으로 인해 항로의 위험도가 높아졌을 때 선사가 기본 행상운임에 추가로 부가하는 ‘전쟁위험 할증료(War Risk Surcharge)’가 20피트 기준 2,000달러, 40피트 기준 3,000달러 수준이다.
이로 인해 기존 거래처 발주 중단·연기, 협상 단계의 바이어 연락 두절로 수출 계약 지연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설사 수출하더라도 수출대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선적 지연, 거래처 연락 두절, 현지 환전 거부 등으로 잔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수출대금 결제가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원부자재를 선확보한 기업은 재고 자금이 묶이며, 자금회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 환적지 장기 적치, 도착지 연락 두절, 목적지 진입 불가 등으로 보관료·반송비를 수출자가 선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원화 약세 지속으로 수입 원자재·물류비가 동시에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전쟁위험 시 운항 포기는 ‘면책 사유’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인해 해운선사들의 운항 포기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들의 행위는 국내 상법상 면책(E.O.V, Exclusion of war risk) 사유다. 운송을 맡긴 수출기업으로서는 황당한 일이다.
상법 제796조(운송인의 면책사유) 제3호에 의거, 선사가 전쟁·폭동 또는 내란 등의 사유로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할 책임을 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상법 제660조에 의거, 전쟁이나 반란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험금 지급 책임이 면제된다. 선주책임상호보험(P&I보험)은 전쟁위험에 의한 사고는 보험자가 면책이 된다. 선박의 가액까지는 상업보험자가 보험에 들어주고 나머지는 5억 달러까지 P&I보험자가 보험을 들어준다.
선박보험에는 전쟁위험은 보험자가 면책이 되는 사유다. 해운선사는 전쟁보험 특별약관을 사야 한다.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위원회가 전쟁구역을 확대한다. 실제 오만 만 등 아라비아반도의 남부 지역이 전쟁구역에 포함됐다. 1주간 최소통보가 발송됐다. 1주내로 추가보험료를 내고 전쟁보험특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보험계약은 취소된다. 적하보험도 동일하다. 추가보험료는 선가의 1%까지 인상됐다.
◆ 섬산련, ‘중동사태에 따른 섬유패션업계 대응 세미나’ 호르무즈해협 봉쇄·원자재 가격 급등 속 업계 대응방안 모색
이에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는 4월 23일 ‘중동사태에 따른 섬유패션 업계 대응 세미나’를 개최하고 미·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점검 및 정부 지원제도 및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대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섬유산업의 공급망 리스크 위협이 되는 품목은 ‘에틸렌글리콜’과 ‘저밀도 폴리에틸렌’이다.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의 경우 우리가 중동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은 56.9%로, 에틸렌을 원료로 생산한다. 주로 폴리에스터 섬유, PET, 부동액에 사용된다.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의 중동 수입량은 30.5%를 차지하며, 섬유, 자동차 부품, 포장재에 사용된다.
한국의 대중동 섬유 수출 규모는 2025년 기준 4억3,3300만 달러(6,411억4,310만 원)로, 총 수출의 약 4.5%다. 주요 수출 품목은 ▲폴리필라멘트직물(1억3,000만 달러) ▲폴리애스터DTY 염색직물(7,000만 달러) ▲인조섬유워딩(3,000만 달러) 등이다. 다만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화주 비용 상승이 대중동 수출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 강문수 연구위원은 대응 방안으로 단기적으로 PP, PE 등 수급이 어려운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로 대체 도입선 확보 및 긴급 수입 등 원자재 수급이 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또 해상 운임 및 연료비 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 부담 해소를 위해 일시적으로 관세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특수 목적용 특수 소재 및 첨단소재 수요에 대응할 것을 제시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품목군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중동에서의 방산·특수 목적용 첨단소재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초고강도 방탄·방검복 및 항공우주용 슈퍼섬유 수출을 육성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아세안·방글라데시·이집트 등 의류 수출 둔화에 따른 한국산 중간재 수출 타격이 불가피함에 따라 첨단소재 및 신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삼성SDS㈜ 전웅식 그룹장은 “글로벌 공급망이 회복 탄력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다양한 운송 시나리오 비교분석을 통한 물류 네트워크 구축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AI 기반 물류 리스크 분석 ▲실시간 선박 모니터링 ▲AI 대화형 시스템 등 삼성 SDS의 대응 솔루션을 통해 불확실성 최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KOTRA 리야드무역관(사우디아라비아) 채희광 관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대안으로 사우디 서부 젯다(Jeddah)항으로 가로지르는 육상 파이프라인과 트럭 운송을 제시하면서도, 이 역시 보험료 폭등과 처리 용량의 한계로 인해 평시 수출량의 50% 수준을 회복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라면서, 중동사태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수출애로 상담, 긴급 수출 바우처, 해외공동 물류센터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김대현 차장은 중동사태와 같은 비상위험(War Risk) 시,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단기수출보험’ 활용을 권고하면서, 자금압박을 겪는 섬유업계를 위한 ▲수출신용보증 한도 1.5배 확대 ▲보험금 신속 지급 ▲대출 만기 연장 등 무보의 중동사태 피해기업 대상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섬산련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5억 달러에 달하는 주요 수출시장이자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등 화학섬유 제조를 위한 석유화학원료 조달처로 이번 사태로 인한 섬유패션업계에 대한 영향이 크다”면서, 물류차질 및 물류비 급등, 원유도입 및 섬유생산·가공원료 확보 애로, 금융부담 등에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섬산련은 이란전쟁의 추이에 따라, 물류, 마케팅, 경영안정자금 및 세무(국세·관세) 등에 대한 섬유패션기업 대응 세미나 및 현장 상담회를 5월중 개최할 예정이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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