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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심상보 교수
BTS와 김광석 그리고 발해를 꿈꾸며
[칼럼] BTS와 김광석 그리고 발해를 꿈꾸며
건국대 심상보 교수
기사입력: 2018/06/26 [09:19]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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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 BTS와 김광석 그리고 발해를 꿈꾸며(서태지)     © TIN뉴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뉴스를 봤다. 나는 방탄소년단은 모르지만 빌보드는 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나 ‘전영혁의 25시에 데이트’에서는 음악을 소개하면서 항상 빌보드차트를 얘기했고, 학교에서 누가 빌보드 1위를 할지 친구들과 다투기도 했다.

 

빌보드는 미국의 음반 판매량이나 방송 횟수 등을 바탕으로 매주 순위를 선정하던 미국 팝차트다. 시대가 지나면서 미국 이외의 음악도 순위에 넣기는 했지만 빌보드는 미국 중심의 자료로 대중가요를 선정한다.

 

내가 라디오를 듣던 80년대는 빌보드 차트에 우리나라 가요가 올라갈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적 없다. 그런 빌보드에 1위를 한 방탄소년단은 대단하다. 그런데 빌보드는 여전히 미국 팝차트다.

 

80년대에 빌보드를 휩쓴 가수는 ‘마이클잭슨’이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교실 뒤편에서 마이클잭슨의 문워크를 연습하곤 했다. 좀 더 잘 미끄러지기 위해서 멀쩡한 운동화 바닥을 갈던 친구도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마이클잭슨에 대한 나의 관심도 흐릿해졌지만 2009년 갑작스런 그의 죽음을 들었을 땐 가슴이 먹먹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그의 음악을 찾아보다가 72년 마이클잭슨의 두번째 솔로 앨범에 수록된 벤(Ben)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대단한 명곡이다. 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불러서 누구의 음악이었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마이클잭슨이 벤을 부르는 모습에서 마이클잭슨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이클잭슨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준다. 물론 이 곡도 빌보드 차트 1위를 했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가 대단하지만 누군가 20년 30년후에 방탄소년단의 음악에서 명곡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명작은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정체성은 당연히 제작자의 출신지에서 찾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출신지인 우리나라에서 오리지널리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빌보드가 인정해주기 전까지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지성은 없었다.

 

지금도 빌보드가 왜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1위로 선정했는지 분석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들의 오리지널리티를 설명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없다. 오히려 해외 평론가들이 방탄소년단의 오리지널리티를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라면 당연히 같은 정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다. 만약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작품을 명작이라고 평가한다면 그것은 일본인이 우리의 막사발을 최고의 다완(茶碗)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작품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평가에 따라 가치를 정해왔다. 우리나라 최고의 석학이며 예술가인 추사 김정희의 가치도 청나라 문인들의 평가가 더해져 가능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 30년간 전시되어 있는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多多益善)’도 비디오 아트에 대한 해외의 인정이 없었다면 설치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 사대주의가 강대국 사이에 낀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오천년 역사 중,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2018년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아직도 해외에서 받아온 학위와 상장이 필요한 학계와 해외의 평론가들의 평가에 일비일희하는 문학계는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수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물며 대중적인 소비재인 패션 브랜드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브랜드들은 전 세계를 싹 뒤져서 가져오지만 우리나라 브랜드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국내에서 영업하려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유통망의 입점을 위해서 해외 브랜드와 비슷한 저가 제품을 만든다.

 

만약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오리지널 스타일을 만들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인정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신예 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에서 좋은 조건으로 유통망에 들어가기 위해서 해외의 좋은 평가가 필요하며,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평가자의 오리지널리티에 맞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반응 있는 스타일과 비슷한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브랜드가 나올 수 없다. 앞으로 패션시장에서 싸구려는 점점 더 안 팔릴 것이다. 소비자는 오리지널을 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리지널은 출신지역의 평가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해외의 평가를 원하니 오리지널은 나올 수 없다. 젠장!

 

얼마 전에 수업을 하다가 우리나라 대중가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서태지 음악을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김광석 음악을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김광석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세대인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 시절에는 서태지가 짱이었다. 그런데 지금 학생들은 서태지를 모른다. 하지만 김광석의 곡은 여러 가수들이 끊임없이 불러서 어린 학생들도 많이 알고 있다.

 

나는 김광석의 음악이 시대를 넘어서 감동을 주고 계속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오리지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사족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올 때 흘러나온 음악이 서태지의 곡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 음악은 1994년, 22살의 서태지가 작사 작곡한 “발해를 꿈꾸며”다. 서태지는 당시 서양에서 유행하던 랩과 락, 댄스곡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그만이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고자 했다. 그의 정체성을 담은 곡들은 오리지널이 되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심상보 건국대 교수  ©TIN뉴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주)청향엔에프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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