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구입한 전자제품 박스를 열고 난 후, 제대로 된 설명서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다양한 검색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으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제조사에 대한 분노와 나 자신이 ‘호갱님’이 되지 않았나 하는 부끄러움이 함께 밀려왔다.

 

‘박스 개봉 후 환불 불가’라는 문구를 보며 구매 과정을 다시 되짚어보니, 긍정적인 후기들이 의심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슷한 상황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고, 그들 또한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정보에 속아 자책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사실 소위 ‘어뷰징(abusing)’이라고 불리는 가짜 리뷰 등록과 같은 불법적인 마케팅 수법은 업계에서는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이 용어는 우리말로 ‘남용하다’라고 번역될 수 있는 ‘abuse’에서 파생된 것으로, 정당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동을 지칭한다. 이 개념은 처음에는 주로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 IT업계, 그리고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게 되었다.

 

수년 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던 부당광고 문제, 즉 ‘뒷광고’ 이슈가 불거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시하지 않는 게시물의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2021년에는 35.3%에서 2023년에는 9.4%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 위반 의심 건수는 25,966건(2023년 3월~12월 기준)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하나의 독립된 콘텐츠로서 블로그나 동영상이 포스팅되는 것은 이러한 시정 조치와 규제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구매한 제품에 대한 후기는 실제 소비자가 작성한 것으로 간주하고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특별히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많은 바이럴 프로모션 업체들이 이러한 불법 행위를 전문적으로 대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접하는 정보는 더욱 왜곡될 우려가 있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리뷰를 걸러내기 위해 AI 알고리즘을 도입하는 등 진짜를 걸러내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만, 어뷰징 수법은 규제를 피해 가는 교묘한 방법으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소비자 신뢰를 해치고, 시장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데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리뷰 대행’ 모집이 이루어지는 곳 중 하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창에서 ‘리뷰’라고 검색하면 그야말로 가짜 리뷰를 써주는 아르바이트 모집 채팅방이 수십 개가 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약 700명의 참여자가 있는 한 오픈채팅방에서는 공지사항으로 ‘빈-박’, ‘가-구-매’, 문구 언급을 금지하고 있었다. ‘빈-박’은 빈박스를 배송하고, 즉 직접 상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빈박스의 송장번호를 인증하고 가짜 리뷰를 쓰는 방식을 의미하고, 가구매는 가짜 구매를 통한 리뷰 작성 방식을 의미하는 듯했다. 원하는 만큼 충원이 되면 바로 게시글을 가림으로써 단속의 눈을 피하기도 한다. 

 

일부 업체들은 어뷰징을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가짜 리뷰어 모집 오픈채팅방 캡처화면  © TIN뉴스

 

무너진 플랫폼의 신뢰 

 

현재 소비자들은 이제 어떤 제품 구매를 위해서는 이제 네이버, 쿠팡 등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거래에 대한 중개만 하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중소 업체들에 대한 믿음보다 대기업인 플랫폼 업체들의 네임 밸류를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대다수임에 있다. 

 

얼마 전 발생한 ‘티메프 사태’는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자상거래법의 허술함을 여실히 드러냄과 동시에 이커머스 업계가 중개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믿었던 판매업체와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고, 무너진 신뢰의 문제는 특정 플랫폼 업체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국회정무위원회에서 티메프 사태와 관련된 횡령 혐의에 대한 질문에 큐텐의 구영배 대표는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 보다 십 수년간 시장에서 누적돼 온 형태’라고 대답하였는데, 이는 그간 얼마나 책임의식 없이 플랫폼이 운영되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에 대해 통신판매의뢰자, 즉 입점 판매업체와 통신판매중개자, 즉 플랫폼 사업자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플랫폼의 책임이지만, 가짜 리뷰 등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한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최근에 일부 판매업체가 가짜 리뷰를 1건 약 1,000원 등을 받고 조작하여 수천만원에서 수 억대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중개 플랫폼은 여전히 그 책임의 그늘에서 벗어나 있다.

 

이 시점에서 판매 중개 플랫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플랫폼은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되며, 제품의 품질과 리뷰의 신뢰성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엄격한 내부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수동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중개 역할에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장치 또한 필요하다. 단순한 벌금 이상의 강력한 처벌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가짜 리뷰와 같은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이러한 행위가 발각될 경우 플랫폼과 판매자 모두에게 엄격한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책임을?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진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나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는 판매 업체와 중개하는 플랫폼의 책임이지, 소비자가 짊어져야 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책임 전가는 소비자를 기망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소비자 피해를 그대로 떠안는 것은 더 이상 소비자 자신이 아닌, 불법을 저지르는 주체들이 되어야 한다. 물론 소비자들도 스스로 보다 신중한 구매와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방안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강화와 플랫폼의 책임 의식을 재고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티메프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자상거래 생태계에서 관례적으로 행해졌던 것들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직면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김하빈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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