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곡주는 초향정 백창기 대표(전 대경모방 사장)가 수 백 번 술을 빚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17년간의 노력과 정성을 다하며 탄생한 양양지역 특산주다.
산세가 으뜸이고 수려한 청정지역 양양의 쌀과 설악산 깊은 골에서 발원한 물, 전통 누룩방에서 디딘 밀 누룩 세 가지 재료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첨가하거나 희석하지 않았다.
옛 방식을 고수하며 꼬박 한 달 간 정성과 진심을 다하여 빚어 만들어 원주(原酒)는 향(香), 미(味)가 깊어 지난 3월에 강원특별자치도 농수특산물 인증마크를 획득했다.
다음은 초향정 백창기 대표가 전하는 전통주 미소곡주 탄생 배경과 우리 전통주에 대한 생각, 전통주를 만들기 전 관심을 가졌던 식초와 발효 과정에 대해 담아낸 글이다.
미수곡주 이야기
나는 오늘도 출근 준비를 하면서 500ml 생수 두병을 따서 크게 한 모금씩 마셨다. 그러면 병마다 1/4씩을 마시는 것이다.
마신 만큼의 빈 공간을 자연발효 현미식초를 채운다. 한 병은 차 안에 두고 출·퇴근길에 마시고 한 병은 회사에서 수시로 마신지가 6년이 흘러간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음료수가 되어 버렸다.
가끔 좋은 산야초가 있으면 침출하여 3개월 정도 숙성해서 마시기도 하고 목질화된 뿌리나 버섯도 침출초를 만들어 마신다.
안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지경에 이른 것은 아마도 그만큼 내 몸에서 잘 받아들이고 뭐라 꼭 짚어 말 할 수는 없어도 생채리듬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식초에 대한 두서없는 공부를 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계화 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식초 공부를 하고자 이 이야기를 쓴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아마도 인생 2막을 준비하고 그간 살아온 내 삶을 반기 정산하면서 그간의 내 인생에 있어서 혹독한 시련과 좌절, 그리고 그런 모든 것에 대한 반복되지 않고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도록 하는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한다.
물론 역경과 고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짧으나마 행복도 있었고 성공도 했었고, 남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업계에서 이름도 꽤나 날렸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은 내 나이 37세를 전, 후로 하여 많은 것이 바뀌었고 지금 이렇게 인생 일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37세 되던 해에 암4기 판정을 받고 15년 동안 3번의 수술과 2번의 시술로 몸과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잦은 X-RAY, CT, MRI를 촬영하면서 신장기능이 저하되었다.
이로 인하여 요단백에 통풍까지 오게 되어 삶의 질이 저하되면서 동반한 우울증까지 한마디로 참담한 삶의 연속이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나만의 장점인 굳건한 의지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회생활이나 개인생활을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하기까지 나 개인적으로 위기 상황이 참으로 많았었다. 생각해 보면 위태하고 긴장의 연속이었던 지난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렇게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우여곡절로 점철된 내 삶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심으로 지금이 내 삶에 있어서 반기이기를 바랄 뿐이고 믿고 싶다.
남은 반기를 위해서 나는 최선을 다 한다기보다는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그간 놓치고 잊혔던 하나하나를 챙기면서 마음이 윤택한 내 삶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간은 소중하고 또 구체적인 계획과 철저한 자기 통제 없이는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건강을 생각해야 하고 둘째는 안정된 터전을 마련해야 하고 셋째는 욕심을 버리고 넷째는 나누는 삶을 가져보려 한다.
장황한 Bucket list보다는 큰 타이틀로 계획을 세우고 세목은 하나하나 꼼꼼히 짚어나가려 한다.
1.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식초에 관심을 가지다
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많은 방법들 중에서 이곳에 기록하는 이야기에서는 식초에 대한 내 짧은 지식을 보강하고 앞으로 공부를 더 하면서 이론적인 지식과 실습, 그리고 체험을 통한 나만의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자 한다.
내가 식초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릴 적 할머니의 손길에서부터 인 것 같다. 할머니는 태안의 염전 집 큰 딸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셔서 당진에 있는 수원백씨 26대손에게 정략결혼으로 시집을 오셔서 세상을 뜨시는 날까지 역경의 세월을 살고 가셨다.
수원백가 문중이 가세가 기울면서 거친 바다일과 길쌈을 평생 해오셨고 마지막 정착한 곳이 서산 바다마을 지곡면 무장리 1구였다. 이곳에서도 내 나이 8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갑자기 작고(作故)하셔서 가세가 기울자 어머니는 밖에 일을 하셨고 할머니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셨다.
아침잠이 없으신 할머니는 늘 컴컴한 새벽에 들에 나가셔서 해가 떠올라 날이 뜨거워지기 전까지 꼭 밭일을 하셨고 돌아오실 때는 한줌 푸성귀를 들고 들어오셨다.
부뚜막 터주 대감인 식초 항아리를 기울여 종지에 받고 손으로 흩뿌려 푸성귀를 재워두고 마늘을 곱게 빻고 간장만 조금 넣어 푸성귀가 상할까 두려워하는 정도로 살살 버무려 아침상에 내어 놓으셨다. 그 맛이 어찌나 새콤하고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지 잊을 수 없는 맛이 되어 지금도 그 맛이 기억에 생생하다.
늦가을이 되면 하시는 일중에 하나가 가마솥에 군불을 지피면서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셨고 볏짚으로 사각을 동여매 시렁에 매달아놓으셨다.
이듬해 봄이 되면 따스한 봄 햇살이 제대로 내리는 날을 골라 간장을 담그셨고 한참을 숙성 한 후에 간장을 거르셨다.
꾹꾹 눌러 담가놓으신 된장독과 언제부터가 이력인지 모를 씨 간장 항아리에 새 간장을 부어 놓으시고 장독대 대청소를 끝내고 나서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할머니가 지금도 많이 생각이 난다.
간장에 식초를 가늠하여 부어놓으시고 작은 항아리마다 마늘, 마늘종, 풋고추, 오이 등을 안치고 볏짚을 가지런히 추려 똬리 틀은 다음에 그 위에 둥글둥글한 돌을 올려놓으신 후에는 “이제 반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하시던 그 음성이 아직도 이 손자의 귀에는 생생하게 들린다.
이렇게 할머니의 손맛이 그리워 그 맛을 찾으려 해도, 비슷한 재료를 가지고 만들려 해도 그 맛을 찾을 수가 없다.
발병을 하고 세 번째 수술을 하고 나서부터는 할머니 손맛에 길들여져 있었는지 부담 없이 식초를 꾸준히 음용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3번째의 수술을 받고 나서는 절망을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체질을 개선하고자 식초를 먹게 되었고 당시에 내가 먹은 식초는 일반 마트에서 쉽게 구매해서 먹을 수 있는 홍초 종류를 먹었다. 새콤하고 달달한 식초 맛이 좋았고 피로감이나 식욕을 당기게 하는 것 같고 입맛에 맞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세 번의 전이가 될 때는 워낙에 위험스러운 장기와 폭발적으로 암세포가 커진 상황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그 후에는 미세한 암세포가 관찰되어 두 번에 걸쳐 고주파 온열치료로 간단한 시술을 받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식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러 종류의 식초에 관한 책을 탐독하고 식초를 만드는 곳이면 어디든 현장을 방문하면서 자연발효식초에 빠져들었다.
2. 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다
식초에 대해서 깊은 이해와 공부를 하기 위해서 도시보다는 공기가 좋고 자연 환경이 살아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서두르지 않고 강원 내륙 산간 계곡을 두루 살피고 다녔고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도 참고하여 수소문 한 끝에 2015년 3월 강원도 양양군 수여리에 있는 토지를 선택했다.
서울 양양 간 고속도로가 2017년 전 구간 개통예정으로 차가 막히지 않으면 서울에서 1시간 40분 정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고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위로는 구룡령에서 미천골 계곡을 거처 양양에서 합쳐지고 아래로는 법수치 계곡에서 어성전 계곡을 지나 양양에서 합쳐져 수자원이 풍부하고 깨끗한 남대천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동해 바다에 접해 있고 남대천 주변으로 송림이 울창한 수여리(水餘里)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물이 남아도는 마을로 천혜의 환경을 간직하고 있고 이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생활하고 계시는 주민의 말을 들어보니 수여리 마을의 특징은 바람이 세다고 한다.
북서쪽 설악산 대청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직접 수여리에 닿게 되고 동해 바다가 지근거리에 있어 대기의 순환이나 흐름이 매우 빠르다고 하시면서 집이 들어서는 방향까지 세세히 알려주셨다.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식품학 분류상으로 보면 발효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고, 부패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분류를 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부패를 홀대하면 안 된다. 부패는 각종 단백질을 분해하여 그 유기물들을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패의 과정이 없다면 그야말로 우리 환경은 악취가 나고 퇴적물이 쌓이고 지구 환경은 쓰레기통이 될 것이다.
결국 발효와 부패는 어떻게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를 평가 받는 것이다. 식초를 공부하기 위해서 식품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먹을 수 있으면 발효라 생각하고, 먹을 수 없으면 부패라고 보는 것이 합당 할 것 같다.
처음 식초를 공부하면서 발효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생소한 단어들과 화학식, 기타 온도조건 그리고 어떠한 비법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전문지식이 있어야만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두렵기도 하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발효는 먼 옛날부터 존재했고 그 경험과 기술 방법이 현대에 와서 구체화 되고 체계화 되어 전문지식이 되었으므로 편한 마음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초향정 백창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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