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편집국장] 올해는 AI는 단연 전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였다. 일부 AI의 거품론과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은 그렇게 AI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내년 AI 예산에만 10.1조 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기업과 산업 현장에선 여전히 AI. 디지털 전환의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그간 만나본 섬유·패션기업 대표들은 AI,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정작 자신의 회사에 도입하는 데 망설인다. 실제 패션테크기업에서도 AI, 디지털 기술 등의 확산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업 대표들은 AI, 디지털 전환 도입을 위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나기까지의 긴 시간을 참지 못한다. 경제 전문가는 “기업 특성상 전문 경영인들은 매년 실적 평가를 통해 자신의 자리를 지킬지 아니면 내주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 후 몇 년 후까지 수익이 나길 기다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을 ‘생산성의 역설’이라고 칭한다.

근래 AI, 디지털 전환시대 속에 생산성의 역설이 대두되고 있다. 즉 ‘생산성의 역설’은 기술, 디지털 혁신에 대한 기업의 투자가 생산성 지표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1995~2005년 미국의 노동 생산성은 연평균 2.9%였으나, 2005~2022년에는 1.5%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석병훈 교수는 “AI, 사물인터넷와 같은 신기술이 급속하게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선진국들의 노동 생산성 성장률이 감소한 현상을 생산성 역설이라고 한다”며 “작금의 한국의 총요소 생산성 둔화로 인한 노동 생산성 증가율 하락도 결국 생산성 역설과 관련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 정책이 이 혁신 기술 즉 AI에 투자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이 되어 있는데 이 생산성의 역설이 나타난 이유는 AI와 같은 신기술이 개발돼도 이것을 실제로 활용할 때까지 상당한 시차가 걸리기 때문에 노동 생산성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또 직원들에게 사용법을 교육시키고 그에 맞는 설비 투자, 생산 공정의 변화, 노동과 자본 재배치, 경영기법 개발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석 교수는 이러한 신기술 투자를 기업에게만 맡기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문제는 기업에게만 투자를 맡기면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단기적인 경영실적으로 평가를 통해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러한 투자는 장기간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당장의 경영성과는 나오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 정책이 신기술이 생산하는 분야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을 활용해 혁신 결과를 경제 전반에 안착하기 위한 투자를 기업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와 연관된 규제도 철폐해야 생각하며, 이러한 생산성의 역설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던진 화두

창조적 파괴와 혁신…‘기술 혁신과 혁신 성장전략 필수’

 

 

조엘 모키어(Joel Mokyr)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Peter Howitt)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 등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3명의 석학들은 우리에게 ‘창조적 파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들은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어떻게 현대 경제 성장을 이끌었는지를 입증했다.

 

‘창조적 파괴(Creative Distruction)’는 20세기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가 제시한 개념으로, 혁신을 통해 기존의 질서나 기술, 기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혁신(창조)에 성공한 기업은 시장에서 승리하고,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 경쟁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파괴)하게 된다.

 

수상자 중 한 명인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어 교수는 기술 진보를 통한 지속성장의 전제조건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과학과 기술의 선순환이 18세기 유럽의 폭발적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음을 규명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과학 원리와 기술이 상호 교류하며, 기존 한계를 돌파한 것이 산업혁명을 이끌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자들과 개방적 사회 분위기가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이어 아기옹 교수와 하윗 교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이론을 수립했다. 1992년 논문에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수학적 모델로 구축했고, 이는 기업의 신기술과 신제품 혁신이 기존 기업의 이윤을 잠식하고 대체하는 과정을 설명한 연구였다. 이 연구는 이후 경제성장 이론을 설명하는데 핵심 툴로 자리 잡았고, 왜 혁신이 성장의 동력이 되는가에 대한 경제학계의 이해를 넓혔다.

 

노벨경제학상 위원회 존 하슬러 위원장 역시 “우리는 창조적 파괴의 근간이 되는 메커니즘을 지켜나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다시 정체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AI 바이오 등 신산업이 부상하면서 전 세계 경제는 구조적 전환기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는 혁신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경제의 생산성, 기업 경쟁, 산업 구조 전체를 바꾸는 핵심 동력임을 재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창조적 파괴가 갖는 역할이 강조되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낡은 구조를 유지하기보다 새로운 기술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혁신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포토뉴스
게스, ‘수지와 함께한 썸머 컬렉션’
1/7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