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눈치 보는 中企 사장님들

“언제까지 외국인 노동자 눈치 봐야 하나”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6/21 [10:05]

인력난에 中企 사장님들, 회사 떠날까 ‘노심초사’

현행 고용허가제 맹점 악용한 역(逆)갑질에 ‘애간장’

 

 

 

“예전에는 타국에서 고생한다며 밥을 사줬는데 요즘은 반대로 외국인 직원이 고생한다며 내국인 직원 밥을 사줘요.”, “지금보다 조금 급여나 복지 수준이 좋다 싶으면 두 말없이 다른 회사로 가버려요. 사장이 외국인 노동자 눈치를 봐야 하다니 어이가 없죠.”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왕래가 중단되면서 외국인력 확보가 어려워진 국내 제조현장은 외국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얼어붙었던 내수 소비가 살아나면서 미주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향 오더가 국내로 일부 유입되면서 제조경기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공장 가동을 위한 인력 부족이다. 그동안 3D 업종이라며, 기피하는 내국인 노동자의 공백을 매워왔던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코로나로 발 길이 뜸해졌기 때문인데.

 

올해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5만,2000명으로 결정하고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신청수요 감소 추세를 고려해 각각 3,000명, 500명을 감축했다. 이 중 제조업 E-9 외국인력 규모는 3만7,700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미미하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작성한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21년 1월호에 따르면 1월말 기준, E-9 외국인 노동자 입국자 수는 54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96.3% 급감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 외국인 노동자(E-9, H-2)의 국내 체류 인원은 36만4,503명이다. 이 중 외국인 노동자(E-9) 근무인원은 16만4,478명이다. 2020년 4월(47만9,815명)과 비교해 체류인원은 3,344명이 줄었다. 

 

따라서 내국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외국인 노동자 수를 늘릴 수 있는 쿼터 확대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여기에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인력 공백은 더 크다. 부족한 인력으로 주52시간를 준수해야 하다보니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만 높아지고 산업재해 등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여기에 주52시간이 초과되는 근무 외 시간은 특근 개념으로 보통 50%를 가산해 지급하고 있어 사업주에게는 큰 부담이다. 현재로선 탄력 근로제 적용기간 연장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A제조업체 대표는 “탄력 근로제 적용기간이 6개월만 되도 업종 특수성을 감안해 성수기와 비수기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근로시간과 인력 배치를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 정부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말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간담회에서 김기문 회장은 “지난해 5만6,000명의 외국인 노동자 쿼터를 받았지만 실제 입국한 수는 2,400여명 장도였으며, 올해는 신규 입국자가 324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입국 지연으로 인해 4만 여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 부족 사태가 불거지고 있다.

 

◆ 외국인력 숙소 개선 지침

외국인력 지침 맹점 악용해 사업주 상대 갑질

 

B업체 대표는 최근 외국인 인력 숙소를 개선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7월 1일부터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고용된 외국 인력의 숙소를 개선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7월부터 농축산업은 물론 제조업과 건설, 서비스업 모든 업종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 등 가건물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주에게는 내년 1월 1월부터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이런 시설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사업장 변경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사업주들도 기존 가건물 대신 공장 외부에서 숙소를 마련하거나 기존 숙소를 리모델링하기 위한 비용이 부담스럽다. 정작 외국인 노동자들도 외부 숙소 거주 시 비용 지불에 거부감이 크다.

아파트, 단독주택 등 숙소와 식사를 모두 제공할 경우 월 통상임금의 20%가 공제된다. 기존 임시 주거시설 시 13%가 공제된 것과 비교해 외국인 노동자는 7% 정도의 급여가 차감되고, 동시에 출퇴근에 따른 교통비 등등 기타 부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침대로라면 사업주 입장에서 비용을 그만큼 공제받는 것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주들에게 공제액을 줄여주거나 또는 출퇴근 등의 교통비 지급 등 여건이 좋은 사업장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숙소 개선을 유도하겠다며 숙소로 인정받지 못한 곳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사업장 이전을 허용하자 이를 악용하고 있다.

 

 

◆ 외국인력 급여, 형평성 논란

 

외국인 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급여 수준에 준하는 외국인 노동자 급여 지급도 여전히 형평성 논란의 대상이다. 과거 외국 인력은 내국인의 빈 자리를 매우면서 동시에 내국인 대비 적은 급여 수준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국인과 외국 인력의 급여 차이가 없다.

 

E업체 대표는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해 어쩔 수 없이 외국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만 급여 수준은 똑같다. 이전에는 내국인 대비 외국 인력의 급여가 낮아 인건비 측면에서 비용 경감이 됐지만 지금은 차이가 없다. 사실 외국 인력들은 급여의 70~80%를 본국으로 송금한다. 외국인력의 국내 소비나 지출 기여도를 감안한다면 이는 명백한 내국인과의 형평성에 위배된다. 물론 국제 조약 상 어렵다는 건 알지만 기업들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대안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내국인 노동자들은 3D라며 기피하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겠다며 외국 인력 쿼터 확대는 물론 패널티 적용으로 신규 인력 확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C업체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인원을 감축하면서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노동자들도 내보야 했다. 회사가 어려워 사업을 축소하다보면 인력 감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를 배정하기 위해 내국인을 해고한 것처럼 판단해 패널티를 부과하는 건 너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도 이 같은 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해 기존 패널티 기한을 2년에서 1년으로 완화했지만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1년도 길다.

 

◆ “기껏 교육시켜놨더니 

체류기간 만료로 출국해버리다니”

 

외국 인력의 경우 성실 외국인 노동자 재입국 취업 등을 활용하면 총 8년 정도 국내에 머물며 취업이 가능하다. 특히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외국인 체류기간(취업비자)이 총 8년 이면 중급 숙련공 수준에 도달한다. 하지만 1회로 제한된 재입국 취업이 끝나면 그 빈자를 신규 인력으로 매우고 다시 이들을 재교육시켜 숙련공으로 키워야 한다. 

 

E업체 대표는 “8년 이상이면 중급 숙련공 수준에 도달한다. 이들이 체류기간 만료로 돌아가게 되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인력의 공백 뿐 아니라 우수한 기술 인력의 손실이다. 그 자리에 새로운 인력을 받아 다시 숙련공으로 키워야 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시간과 비용 낭비”라며 현재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비자 기간의 재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제조현장은 외국인력을 잡기 위해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D업체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는 신규 인력 확보만 가능하다면 입국 시 외국인 노동자가 부담하는 자가 격리 비용까지 대신 지불해서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강원도 일부 지역의 경우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대신 계절 노동자가 부담하는 자가 격리 비용 약 150여만원 중 절반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등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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