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취업 못해도 산단 안 가요”

산단 내 중소 제조업체 취업 기피 현상 심화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7/05 [10:02]

2018년 기준 전국 산단 내 청년 비중 약 15.2% 

청년 일자리 정책 및 구인·구직 미스매치 해결 시급

 


청년 실업난에도 불구하고 전국 산업단지(이하 ‘산단’) 내 고용된 청년 인력은 7명 중 1명에 그쳤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단순 노무직이 급증했지만 생산·기술직 비중이 높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산업단지에 청년들이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산업단지 개선, 스마트 그린 산단 등 산단 활성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인·구직 미스매치 심화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개한 ‘산업단지별 청년유인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산업단지 내 15세 이상~34세 이하 청년 근로자 비중은 15.2%. 산단이 위치한 배후지역(시·군·구 지역) 제조업체 종사하는 청년 피보험자 비중은 27.7%로, 즉 산단 내 청년 인력 비중이 인근지역보다 밑돌았다.

 

반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산단 내 이들 연령대 비중은 15.5%에 그쳤다.  대구·경북권 17%, 호남권 11.7%,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은 13.4%로 20%에도 못 미쳤다. 충청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청년 근로자 비중이 배후지역 제조업 청년 피보험자 비중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충청권의 경우 청년인력 흡수율이 수도권보다 높은 이유는 청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업종의 기업들이 대거 몰려있기 때문이다. 첨단바이오산업특화단지인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외국인투자지역’이 대표적이다. 두 산단의 청년 근로자 비중은 각각 36.4%, 59.4%로 배후지역(35%)보다 높다.

 

반면 수도권의 대표적인 국가산단인 반월공단의 경우 청년 근로자 비중은 13.1%, 시화공단과 인천 남동공단도 각각 10.9%, 12.3%로 전국 평균(15.5%)을 밑돌았다. 더구나 자동차·조선·철강 등 국내 주력업종이 대거 집중된 포항(6.9%), 울산미포(14.9%), 경남 창원 산단(10.4%)도 청년 인력 비중이 저조했다. 특히 섬유의복의 경우 청년 근로자(4,360명) 비중은 14.9%, 전체 청년 근로자 수 대비 업종별 비중은 3.15, 전체 근로자 수 대비 업종별 비중은 3.2%로 집계됐다.

 

산단별로는 서울이 48.6%로 청년 근로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구미(13.2%), 녹산(8.5%)가 뒤를 이었다. 

 

상위 5개 단지에 분포하는 청년 근로자 비중은 약 85%에 달한다. 섬유제품, 의류제품, 신발 생산 등 노동집약적 업종 비중이 높은 단지이기 때문에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청년 근로자가 많다고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서울디지털단지의 경우 과거부터 구로공단으로 불리며, 다양한 중소 의류공장들이 대거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 내 단순 반복 업무를 기초로 하는 중소기업과 저부가가치 업종이 대거 몰려있고, 노후화로 인한 근무 여건도 열악해 청년층 선호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산단 현장에서 원하는 인력과 청년 일자리 정책의 미스매치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현재 정부의 청년 일자리 사업이 전반적으로 자금 지원 성격이 강하고 교육·훈련, 취업매칭 등 개별사업이 분절적으로 되어 있어 현장에서 원하는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단 이미지와 근무 환경, 교통 등 인프라 개선도 시급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대체로 첨단산업 중심으로 업종이 구성됐거나, 근무환경이 양호한 산단의 청년 유인력이 높다”며 “예컨대 '서울디지털밸리' 등 산단에 대한 새로운 네이밍을 통해 공단 이미지를 개선하고 근무환경과 교통 접근성, 배후지역 생활편의시설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20년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 

월평균 소득 격차 약 270만원 이상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사회초년생, 산단 내 중소기업 근무경험자, 취업 지원담당 대학 관계자.취업 연계 관련 대학교수 등과의 심층 인터뷰 결과, 청년들은 산단 및 중소기업 기피 원인으로 ▲낮은 급여 ▲생산·기술직에 대한 기피 ▲불안정한 근로 상태 ▲낙후된 근무 및 통근 환경 ▲열악한 주변 환경 ▲발전성 및 성장 가능성 미흡 등을 이유로 꼽았다.

 

① 2020년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월평균 소득 격차는 약 270만원 이상이다.

“청년들이 산업단지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는 임금이 낮기 때문이다.”(대학교수), 사원은 “기업 인식에 대한 출발점은 임금수준 아닌가요? 그런데 중소기업은 임금수준이 낮으니 전반적으로 인식이 안 좋을 수밖에 없조.”(사회초년생)

 

②다음으로 생산·기술직에 대한 기피다.

“제가 중소기업 취직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있어요.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떨까?”(재학생·취업 준비, P양)

“저는 제조업종 중소기업은 3D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급여 수준이 높아도 생산직/기술직에 취업할 의사가 없어요. 반복 업무를 하기보다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해 업무를 하고 싶어요.”(사회초년생)

“단순한 일을 하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없어요. 단순 업무가 아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업무에 참여하고 싶네요.”(취업준비생·산단 내 중소기업 근무경험자)

 

산단 내 중소기업 전체 일자리 중 생산·기술직 비중이 매우 높다. 다수의 청년들은 임금수준이 높아도 생산·기술직에 취업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할 정도로 생산·기술직 기피 현상이 높다. 이러한 인식 형성에는 중소기업·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기술직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 반복 업무다. 청년들은 본인의 자기 발전과 기업에 도움이 되는 업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③불안정한 근로 상태도 기피 이유 중 하나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학생들의 부모들은 IMF를 몸소 체험한 세대여서 일자리의 안정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이러한 인식은 자식 세대가 일자리를 선택함에 있어 고용 안정성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고려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저조한 중소기업 취업을 청년들이 기피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대학 취업관계자도 이 부분에 절대 공감하고 있다. 

“많은 부모님들은 본인의 자식이 화이트칼라가 되기를 원하고, 이러한 인식이 자식에 큰 영향을 미쳤죠”라고 답했다.

 

④이외에도 낙후된 근무와 통근 환경도 시급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산단 내 제조공장 외관은 대부분 굴뚝형 공장으로 청년들은 산단의 근무 환경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으며, 취업을 꺼린다. 

대학 재학 중이며 취업준비생인 H군은 “외부에서 산업단지를 바라보는 대표 이미지는 굴뚝형 공장이에요. 그래서 산업단지 근무환경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이라고 답했다.

 

또한 산단 위치가 접근성이 양호하지 못한 교외 지역이어서 통근을 위한 교통편이 불편하다. 대학 재학 중이며, 취업준비생인 K군·S군은 “출근할 때 매우 불편할 것 같아요. 버스노선도 다양하지 못하고 배차간격도 매우 커서 한 대 놓쳐버리면 엄청 기다려야 해요”라고 답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처럼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을 일정 수준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산단 근로자를 수용할 수 있는 주거시설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나,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도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근로자를 위한 주거시설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

 

사회초년생 J씨는 “근로자의 고용환경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가 교통 인프라와 주거시설인데 교통 접근성도 열약하고 산업단지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⑤마지막으로 발전성 및 성장 가능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즉 미래가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다. 과거 평생직장이라고 여기는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보다 나은 조건의 일자지로 이직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청년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중소기업을 경력 쌓기에 부적합다고 판단한다는 점은 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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