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뿌리 “섬유패션 지켜내야”

소부장 및 친환경차·반도체 등 특정 산업 편애 심화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8/09 [11:35]

상대적으로 타 산업 예산 줄고

찬 밥 신세 전락 “서럽다”

정부 민간시장 개입하되 치고

빠지는 타이밍과 완급 조절이 관건

고부가가치 산업용 소재산업 지원,

의류용 산업과의 균형 유지 중요

 

 

위 사진은 올림픽 기간 회자됐던 사진 중 하나다.

왼쪽엔 LG전자로부터 제공받은 ‘LG 전자식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태국 올림픽 국가대표단과 오른쪽엔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김연경 선수다. 이 두 사진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마스크에 대한 KF 인증여부와 상관없이 LG 전자식 마스크는 현재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히트 수출품목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실제 LG 전자식 마스크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출시 된지 1년이 된 제품이 정작 자국 국민들이 모른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LG 전자식 마스크는 지난해 7월 출시됐다. 당시 홍콩, 대만, 이라크 등 10여국에 수출하며, 물량 부족으로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구매할 수 있을 만큼 폭발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의료 종사자들이 LG 전자식 마스크 구매를 위해 가장 먼저 줄을 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구입이 가능할까? 답은 불가능하다. 또는 어렵다. LG전자가 지난해 7월 출시에 맞추어 의약외품으로 판매 허가를 신청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6개월 넘게 승인을 미루었다. 결국 판매 허가 신청을 철회하면서 국내 판매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은 가능하다. 출고가격 18만원에 배송비를 포함해 28만원 정도다. 국산 제품을 해외직구로 배송비까지 들여 구입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IT 기기로 수출 중이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답답하다. 비단 LG전자 뿐인가?

최근 관세청이 지난해 기간 상위 10위 수출 품목의 진입률과 퇴출률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마스크 등 기타 섬유가 각각 1위에 올랐다. 관련 수출기업의 신규 진입률과 퇴출률은 각각 76.5%, 44.5%였다. 지난해 코로나 발병 이후 수출시장이 얼어붙자 기존 마스크 제조사나 섬유 취급업체는 물론 이업종까지 가세해 마스크 제조업체 수는 급증했다. 문제는 정부가 한동안 마스크의 국외 반출 즉 수출을 금지하면서 해외 판로가 막혔고, 당시 1년 수출물량 중 절반을 제작해 선적을 앞두고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에 발이 묶였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공급과잉은 기업 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파국을 자초했다. 부랴부랴 정부도 수출 금지를 일부 해제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상황. 그 사이 중국의 저가 마스크는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마스크시장의 70~80%를 장악해버렸다.

 

코로나라는 비상시국에 국민 안전을 전제로 국가가 특정 품목을 불가피하게 규제했으나, 타이밍과 완급 조절에 실패해 애꿋은 중소기업들만 피해를 떠안았다. 또한 행정편의주의와 탁상행정은 LG 전자식 마스크와 같은 획기적인 제품을 웨어러블 제품으로 전락시켰다. 행정 편의적 발상과 더불어 정부의 민간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빚은 결과다.

 

더구나 정부가 목청껏 외쳤던 IT융복합, K방역 제품에 걸맞은 제품을 내놓았지만 규제가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 뿐일까? 정부의 편중된 산업 지원정책도 문제다.

2019년 7월 1일 일본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에 대한 수출 규제 이후 정부는 국산화를 명분으로 막대한 정부 예산과 지원을 몰아주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문재인 정부 4년 정량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년간 정부 예산이 가장 크게 증가한 분야 1위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소재부품R&D’, 코로나 이후에는 ‘소상공인 융자’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난 2년 여간의 소부장 정책지원의 결과를 두고 의견은 분분하다. 소부장 관련 업체들은 “무조건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할 필요가 없다. 국산화보다는 오히려 수입할 경우 비용적인 측면에서 더 효율적인 것들은 선별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특정국가에 지나친 기술 의존은 불안요소가 늘 존재하기 때문에 기술 자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기술을 다 갖출 필요는 없다. 선택과 집중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상호 의존 관계인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생존 전략은 몇 가지 다른 기업이나 국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몇 가지 기술 등의 전략적 자산만 확보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상대적으로 타 산업분야는 그나마 예산이 줄고 찬 밥 신세다. 실제 정부 국책사업이나 과제 기회 및 집행기관 관계자도 “정부 현 방향이 소부장에 집중되어 있어서 섬유패션 등 관련 산업에 대한 R&D 등 지원이 다소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산업에 대한 편중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한동안 또 다른 산업 키워드로 ‘4차 산업혁명’을 내세웠다. IT융복합, 제조 스마트화 등 각종 지원사업들이 쏟아졌다. 문제는 ‘IT융복합’이라는 전제 아래 국책사업이나 R&D 수행 시 IT라는 단어가 붙지 않으면 과제 수주는 물론 기획 단계에서 채택조차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기업이나 연구기관들 사이에선 “정부 지원이나 국책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계획안 제출 시 과제명이나 사업명 앞에 IT가 없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이렇다보니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다년간 연출된다. 섬유라는 주체에 IT를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IT에 섬유를 갖다 맞추는 형국이다. 마치 잘못 맞추어진 퍼즐처럼 일부 사업이나 과제의 경우 막대한 예산만 쏟아 붓고도 실패한 사례들이 빈번하다.

 

마지막으로 고부가가치인 산업용 섬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류용 섬유나 소재에 대한 지원이 아쉽다. 기술력과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춘 산업용 섬유나 소재 개발은 현실적으로 중소제조업들에겐 분명히 한계가 있다. 더구나 전체 국내 섬유산업에서 여전히 의류용 소재 관련 업체들의 비중이 큰 만큼 산업용 섬유와 함께 의류용 소재 R&D와 관련 업체에 대한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즉 의류용과 산업용의 균형이 중요하다. 영원한 일류 기업이나 일류 기술, 제품은 없다. 

 

최근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시장점유율 17%로 애플(14%)을 제치고 2위에 오르며, 1위 삼성전자를 불과 2%p 격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기사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옥상옥 규제 완화 및

기업 유동성 해결 위한 금융정책 시급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옥상옥의 기업 관련 규재 개선 또는 완화 그리고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금융 정책이 시급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SG(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한국산업 역동성 진단과 미래 성장기반 구축’보고서를 통해 “산업 내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정부 주도로 과감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추진 방식에 있어 기업의 위기 발생 원인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며, 경쟁력을 갖추었지만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에게는 만기 연장, 이자감면 등을 통해 자생력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日 글로벌 기업 

시총 50위권 내 32곳→현재 1곳

 

 

앞서 지적했듯 정부의 과도한 민간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어느 국가건 시대상과 산업계 트렌드, 미래성장 산업 등을 충분히 감안해 집권 기간 정책 방향을 정하기 마련이다. 경제학자들도 국가주도형 경제성장정책의 장·단점을 논하기 위해서는 당시 시대상황을 반영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책의 효율성이라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정책 수혜 대상의 쏠림에 따른 부정적인 편중 효과가 동시에 존재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기 때문이다. 소위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중진국,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 지위를 넘어 중진국, 선진국 대열로 넘어가면서는 오히려 역효과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과 ‘중국’이다. 이들 국가들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일본이다. 일본통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성장 침체와 더불어 글로벌 일본 기업들의 급감 이유 중 하나로 ‘국가주도 경제성장’을 꼽는다. 

 

일본은 패망 이후 국가주도의 경제정책을 통해 초고속 경제 대국의 목표를 실현했다. 그리고 1980년대까지 일본은 최고의 경제 호황기를 누리며 당시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했다. 1989년 글로벌 기업 시가 총액 상위 50위권에는 무려 32곳이 일본기업이었다. 

10위권에는 1위 NTT(일본전신전화공사), 도시바 등 7곳이 일본 기업이었을 만큼 당시 미국을 위협했다.

 

그러나 30년이 흐른 2018년 시가총액 50위권 내 일본기업은 ‘도요타 자동차(35위)’ 1곳뿐이었다. 일본 글로벌 기업들이 몰락했다. 오롯이 국가주도 경제성장정책의 부작용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최고의 기술력에만 집착하는 패착이 급변하는 변화와 트렌드를 뒤따라가지 못 한 점도 일본 글로벌 기업의 붕괴의 또 다른 요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반도체 D램이다. 일본이 전 세계 반도체 D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했던 당시 우리나라의 삼성이 D램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바로 ‘도쿄선언’이다. 당시에는 모두가 100% 실패할 거라며 조롱했다.

 

하지만 결과는 삼성의 승. 전략의 차이였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초고도 기술에만 집중하며,특정 D램 분야에 매달린 반면 삼성은 일본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는 대신 범용인 개인 PC용 D램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본 기업들은 오랜 시간 정부가 주도한 경제정책 속에서 자생력을 잃고 스스로 변화의 흐름을 외면했다.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성장모델 수명 다했다”

 

 

2019년 미국 월스트리저널은 “중국의 국가주도경제성장모델은 수명이 다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중국은 무역 분쟁에 의해 악화되어가는 중국 경제 상황은 단순한 증상을 넘어 중국 경제가 확실한 이상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성장 모델이 이제 약발이 다해가고 있다”고 혹평했다.

 

2019년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2%로 하락했다. 이는 최근 30년 중 최악의 성장률이었다. 물론 연간 1만4,000~1만8,000달러의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을 가진 중간 소득 국가에게는 꽤 좋은 수치이자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문제는 앞서 대만과 한국, 일본은 수십 년간 초고속 성장을 누리다 중진국에 이르면서 그 성장속도는 둔화됐다. 1970년대 초반 일본,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대만과 한국이 그랬다. 여타 국가들의 성장곡선을 대입해보면 중국은 이론상으로 빠른 성장률을 보다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빨리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중국 수준의 소득에 도달한 다른 동아시아 경제상황은 당시 중국 수준의 경제 소득일 때 차후 10년 간 평균적으로 대만은 7.5% 성장을, 한국은 6.3%, 일본은 4.7%를 성장할 수 있었다.

 

토론토 대학의 로렌 브랜츠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은 4%대 이상 성장도 하기 매우 버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여기에는 상수가 있다. 중국의 노동인구 증가가 멈췄다는 점이다. 농촌의 노동력이 도시 공장의 노동력으로 전환되는 대변동이 이제 끝났나는 이야기다. 이미 중국은 2015년부터 노동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것도 문제다. 한 국가의 산업정책은 혁신적이고 미래성장산업에 대해 선제적인 지원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기존 산업에 대해서도 옥석고르기를 통한 선별적이고 균형감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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