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저온 해중합 기술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플라스틱을 다시 원료로 만드는 해중합과 열분해 기술

TIN뉴스 | 기사입력 2022/01/02 [16:25]

 

섬유패션산업에서의 근본적인 리사이클 및 지속가능 목표는 폐의류다. 

석유 기반 소재 대신 식물 기반 또는 지속가능한 소재로 대체하는 동시에 의류폐기물을 재활용하는데 있다.

 

하지만 폴리에스터 100% 또는 나일론 100%처럼 한 가지 소재가 아닌 다양한 소재가 혼방된 소재의 경우 이를 분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미 플라스틱 산업은 현재 열분해와 해중합(분해) 기술로 이러한 소재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 화학적 방법(Chemical Recycling)

루프 인더스트리 해중합 기술 및 Loop™ PET 수지

 

대표적으로 캐나다의 루프 인더스트리(Loop Industry)다. 우리에겐 최근 SK종합화학과 울산에 6,000억원이 투입되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건립을 목표로 제휴를 맺은 업체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SK종합화학은 루프 인더스트리의 해중합 기술을 활용, 2050년까지 연산 8만4,000톤 해중합 설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루프 인더스트리의 해중합 기술은 낮은 열과 추가 압력을 사용하여 이전에 재활용할 수 없었던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플라스틱 및 폴리에스터 섬유 폐기물을 ‘디메틸 테레프탈레이트(DMT)’ 과 ‘모노에틸렌 글리콜(MEG)’으로 분해한다.

 

이어 DMT 및 MEG 단량체를 정제하고 Loop™ 상표가 붙은 PET 플라스틱 및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중합(또는 재결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Loop™ PET 수지’는 물병과 같은 식품 등급 포장에 사용이 적합하다.

 

지금까지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기계적 재활용(물리적)’이 대세였다. 폐플라스틱을 잘게 분쇄하고 세척, 선별, 혼합 과정을 거쳐 재생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계적 재활용의 한계는 분명하다. 화석 연료를 이용해 최초로 생산된 플라스틱에 비해 품질이 낮아져 무한히 재활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구조 변화 없이 물리적 형태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화학제품이 혼합된 플라스틱, 또는 오염된 폐플라스틱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화학적 재활용’은 이 같은 기계적 재활용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수백~수만 개의 분자들이 모여 구성된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기존의 원료인 단량체 형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폐플라스틱이 다시 원료로 재탄생하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해중합(Depolymerization)’은 고분자 물질이 형성되는 과정인 중합과정을 역행해 단량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재활용을 거친 플라스틱의 물성이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과 유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이 동일한 성분이어야 하기 때문에 해중합 방식으로 화학적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제품은 페트, 폴리우레탄 등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해중합은 주로 폐PET병의 재활용에 쓰일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30만 톤의 폐PET병을 해중합 처리하면 24만 톤의 원료를 얻을 수 있으며, 이 중 의류, PET병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상급 원료는 8만 톤 수준이다. 오염된 성분이 포함된 나머지 16만 톤은 솜이나 노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열분해 기술’이다. 현재 화학적 재활용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산소가 없는 반응기에 넣고 반응기 밖에서 열을 가해 분해하는 기술이다. 반응기 안에 산소가 없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타지는 않으며, 대신 가스, 오일, 기타 잔류물로 분해 된다. 해중합 기술로 처리할 수 없었던 PE, PP와 같은 제품의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성분이 섞여 균일하지 않은 플라스틱에서 납사(나프타) 등 플라스틱의 원료 물질을 뽑아낼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폐PET 해중합 촉매 공정기술

 

한국화학연구원이 폐PET 또는 폐폴리에스터 섬유를 50℃ 이하 저온에서 해중합(분해)해 고분자 소재 합성 이전 원료인 테레프탈산(TPA)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제주삼다수도 지난해 10월 국내 생수 업계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를 적용한 시제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화학적 재활용 페트는 플라스틱을 분해해 순수 원료로 되돌린 뒤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다. 플라스틱 품질을 유지하면서 반복적인 재활용이 가능해 지속 가능한 소재로 꼽힌다. 기존 폴리에스터계 고분자 해중합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단량체 정제공정은 에너지 소모량이 커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또 반응성이 높은 금속 촉매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해중합 기술은 저온에서 고수율로 고순도 TPA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중합공정 원료로 직접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 설비 투자도 필요 없다. 더욱이 저가 친환경 용매가 사용되며 회수와 재사용도 용이하다. 무엇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재생 단량체 제조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

 

소비 후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이나 폐섬유 중 폴리에스터계 소재는 응용 범위가 넓고, 사용 후 회수율이 높은 편이며, 화학적 분해를 통해 소재 합성 이전의 원료로 되돌릴 수 있어서 완벽한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달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비 후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에는 제거가 어려운 이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기존 재활용 방법에는 한계가 많았다. 예를 들면,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첨가된 염료와 안료는 분리가 어려워 고품질 소재로 재생산되는 것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이물질에 해당한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단순한 공정만으로 색깔을 띠는 이물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선택적 정제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기존에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유색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깨끗한 PET만을 선별하여 열을 가한 후 섬유로 재생산하는 물리적 재생공정의 고품질 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한편 화학적인 방법, 즉 해중합을 통해 고분자를 분해하고 다시 원료화하면 동일한 품질의 제품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완벽한 자원순환경제 시스템을 달성 할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반응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낮추고 정제 효율 또한 향상 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해중합 기술을 개발했다.

 

화학적 전환을 통한 상용해 중합 기술로는 과잉의 에틸렌 글라이콜(ethylene glycol)이 반응물로 투입되는 글라이콜리시스(Glycolysis) 공정이 가장 일반적이며, 고부가 단량체인 BHET가 최종 제품으로 제조된다. 상업적인 공정에서는 에틸렌글리콜의 비점에 이르는 고온에서 반응을 수행하며, 반응 후 제품을 고순도화하는 정제 공정은 상온 이하의 저온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에너지 다소비 공정에 해당한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저가의 생분해성 첨가제를 가하여 반응온도를 50℃ 가량 낮출 수 있는 저온 글라이콜리시스 반응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첨가제는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는 동시에 염료나 안료와 같이 색상을 띠는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저온 반응의 특성으로부터 기존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저가 친환경 촉매가 적용될 수 있으며, 적은  에너지  뿐만  아니라  저가의 유틸리티가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  확보가 용이한 친환경 기술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소비되기 이전의 고분자 제품과 동등하거나 개선된 품질의 단량체제품 (BHET)을 고순도, 고수율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BHET와 더불어 디메틸테레프탈레이트(DMT)는 산업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단량체다.

폐PET로부터 DMT를 제조하는 기존 상용기술에서는 200℃ 이상의 고온 및  10기압 이상의 고압 반응 조건에서 생산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매우 높은 설비비용과 과다한 에너지 소비량으로 인해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저가의 불균일계 촉매를 사용 하여 상온에서 선택적으로 DMT를 제조할 수 있는 반응 기술을 개발했다. 반응과 정제에 에너지 소비량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된 물질들의 회수 및 재사용이 쉬워 낮은 투자비로 고수율 고순도의 단량체를 경제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폐플라스틱을 100℃ 이하의 저온에서 분해하여 에너지 소모량을 대폭 줄이고 정제과정을 단순화시켜 경제성이 최대화된 다양한 고부가 유도 단량체 제조 기술들을 개발했다.

 

제주개발공사, 화학적 재활용 PET 적용 시제품 개발

 


제주개발공사도 지난해 10월 국내 생수업계에서 처음으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를 적용한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제주개발공사가 공개한 CR-PET 제품은 국내 유일의 화학적 재활용 PET(CR-PET) 생산업체인 SK케미칼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해 순수 원료 상태로 되돌려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해중합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패키지다.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를 사용하여 플라스틱 사용량은 줄이면서 식품 용기로서의 기능 유지에도 신경을 썼다. 

 

현재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제품은 식품위생법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 사항에서 식품 접촉면에 용기로 사용할 수 있어, 대량생산에 의한 공급체계를 갖추는 대로 조기 상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버진 대비 높은 리사이클 소재 인상분, 

글로벌 바이어·브랜드가 인정해야 시장 형성은 물론 

진정성 있는 리사이클·지속가능이 가능해진다”

 

국내 리사이클 PET의 수준은 몇 점 정도일까?

12월 22일 ‘친환경 섬유 수요확대를 위한 인증제도 활용 세미나’ 강연에 나선 효성티앤씨㈜ 신요한 과장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일본 버진이 100점이라면 리사이클은 80~90점이며, 국내 리사이클 PET은 70점 정도, 평균 60점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고순도(고품질)를 가늠하는 기준인 PET병 내 이물질 함량을 기준으로 하면 일본 A급의 함량은 700ppm 정도다. 국내는 초기에는 1,500ppm에서 현재는 1,000ppm 수준까지 순도를 높였다. 

 

리사이클 원사 크기도 과거 75데니아, 150데니아 정도였다면 지금은 50데니아 이하 급은 물론 하이멀티 생산 기술을 확보한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련 기업들이 마진을 남기기엔 아직 수요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다. 과거 기업의 단순 홍보 마케팅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기업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린워싱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신요한 과장은 “하지만 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생존과 직결된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며 “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할 경우 버진(Virgin) 대비 높은 비용의 인상분을 글로벌 바이어나 패션 브랜들이 이를 인정하고 임가공료에 반영해 주어야 한다. 이를 인정해주어야만이 시장이 형성될 뿐 아니라 보다 진정성 있는 리사이클, 지속가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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