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터널 끝

高인플레이션…중남미 임금 현실화 요구
베네수엘라, 달러 강세에 수입 물가 폭등

TIN뉴스 | 기사입력 2022/09/25 [22:33]

 

미국 달러 강세에 수입 물가 폭등 그리고 고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최근 중남미 국가들의 임금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베네수엘라에서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 등 공공 부문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진행한 근로자들은 현재 임금 수준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으며, 베네수엘라 정부가 물가 수준을 고려하여 공공 근로자들의 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를 연 공공 근로자들의 주장과 같이 현재 베네수엘라 물가는 공공 근로자들의 임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의 물가 수준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인 월 기초 식료품 구매가격은 약 470달러(66만8,810원)로 현행 월 최저임금의 28배다.

 

공공 근로자들은 정부가 월 기초 식료품 구매가격에 따라 임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이 최소한 끼니는 해결할 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시위대의 논리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수출에 의존한 경제 구조가 붕괴된 이후 오랜 기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물가가 폭등했고, 그로 인해 여러 차례 화폐 개혁도 단행했다. 그러다 최근 경기가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며, 화폐 가치가 안정되는 듯한 신호가 조금씩 나타났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얼마 전 공식적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달러 강세가 베네수엘라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특히,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와도 연결되는데, 생활에 필요한 많은 종류의 물품을 수입 제품에 의존해야 하는 베네수엘라로서는 환율 상승이 곧 ‘베네수엘라 국내 물가 오름세’를 의미하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최저임금 장례 퍼포먼스

임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하라는 요구까지

 

한편, 아르헨티나에서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에서 열린 시위에서, 노동자들은 아르헨티나의 임금 수준이 절망적인 수준이며, 이제는 최저임금 제도가 현실적으로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아르헨티나의 최근 12개월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80%에 육박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의 물가가 급등하자 화폐로 임금을 지급받는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임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급기야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도 영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아르헨티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도 연간 인플레이션 전망에서,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연간 인플레이션이 적어도 90%를 넘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를 감안하면, 임금 노동자의 생활은 당분간 악화일로를 계속 걷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처럼 아르헨티나가 오랜 기간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이유는 아르헨티나의 법정 통화인 아르헨티나 페소(peso)의 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해 왔기 때문이다. 화폐 가치가 급락세를 지속하자 물품의 상대적인 가격은 급등했고, 많은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싼 가격에 사는 것이라며 급여를 받는 즉시 물건을 사들이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일부 노동자는 급여를 아르헨티나 페소가 아닌 암호화폐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타국 접경 지역에서는 아르헨티나 페소가 아닌 타국 화폐로 거래를 하는 현상도 포착되었는데, 이 역시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타국 화폐를 보유하여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페루·칠레·볼리비아·브라질 등 

최저임금 인상 대열 합류

 

페루 정부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시위에 결국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 페루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하여 2022년도에 최저임금을 10% 올린다고 발표했다.

 

칠레 또한 여러 노동자 조합과 최저임금 인상에 합의하고 이를 2022년 8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칠레 정부는 2022년 들어 임금 인상이 절실하다는 노동자의 항의가 크게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볼리비아의 루이스 아르체(Luis Arce) 대통령도 최저임금과 기본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브라질의 경우, 임금 인상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력 당선 대선 후보인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노동자당(Partido dos Trabalhadores)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 시 임금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상태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중남미 각국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인플레이션이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제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졌고,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행되자 각국 노동자들은 정부에 항의하며 길거리로 나왔다.

 

문제는 이처럼 임금 현실화 요구에 불을 지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달러 강세도 물가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현 시점에서 중남미 각국의 임금 인상 요구가 더욱 거세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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