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바라본 ‘두 가지 시선’

(긍정)“웨어러블 장비에도 섬유 들어가, 제2의 섬유 부흥기 올 것”
(부정)“과거에 사는 사람들 많아, 그렇게 될까봐 섬유업은 패스(PASS)”

TIN뉴스 | 기사입력 2022/10/04 [11:43]

▲ 병역특례업체 공장에서 복무했던 산업기능요원이 직접 찍은 사진  

 

“섬유 산업? 망하기 직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섬유요?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취재 차 만나본 MZ세대의 섬유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하게 갈렸다. 긍정과 부정.

 

섬유 산업은 1960~70년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다. 지금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치고 있는데,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이상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섬유 업체 수는 4만4,931개로 제조업의 10.2%를 차지한다. 고용인원은 26만8,918명으로 6.5%를 차지한다. 연관 산업까지 포함한다면 섬유 업체 수는 28만8,953개, 고용인원은 80만4,839명에 달한다.

 

섬유·패션 산업에 몸담았거나 희망하는 MZ세대는 섬유 산업을 어떻게 생각할까. 

산업기능요원으로 지역 섬유 업체에서 복무했던 26세 남성 A씨는 “섬유 산업은 미래가 없다고 본다”며 “대내외적 환경이 모두 좋지 않다. 내가 근무했던 업체는 직원들을 거의 다 잘라서 직원 중 산업기능요원이 80~90%였다. 또 공장 내부 고열이나 먼지 등 열악한 환경은 왔던 사람도 나갈 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섬유 종사자들은 IMF 이전에는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고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 공장조차 제대로 안 돌아가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직원들끼리는 헐뜯기 바쁘고, 작업 중에는 딴 짓을 하지 않는지 수시로 감시한다. 일이 위험해서 감독하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러나 남 헐뜯기 바쁜 직원들은 한심해 보였다”며 비판했다.

 

역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던 28세 남성 B씨는 “20대가 섬유 일을 할 이유가 있냐”며 “공장을 많이 다녀본 건 아니지만, 근무 조건은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돈은 적게 주고, 몸은 상하는 섬유 일을 할 이유가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 또 “우리에게는 딱히 기술이 필요한 일을 시키지도 않는다. 그러면 돈 더 많이 주고, 먼지 안 마시는 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섬유 산업은 근로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섬유제품 제조업은 사고재해율과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이 높은 업종이다. 

 

또한, 경기도가 지난 2019년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 등 경기 북부 5개 시·군 섬유 산업 노동자 406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실태 질문에 답변한 303명의 노동자 중 38명(12.5%)은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50명(16.5%)은 아예 구체적인 계약조차 없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수준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74명(24.1%)이었다.

 

올해 30세인 남성 C씨는 한 염색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한 바 있다. 그는 “산업기능요원은 일반 업체에서 돈을 벌면서 복무할 수 있다고 해 지원했다. 마침 전공과도 관련이 있어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내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작업 환경은 예상했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있긴 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정말 힘들었던 건 사람 때문이었다. 옛날에는 우리가 대기업보다 더 잘나갔다느니, 이렇게 된 건 다 경제 때문이라느니…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게 2년여를 귀 닫고 지냈다”고 했다.

 

C씨는 현재 섬유 업종과 무관한 사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왜 섬유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지 묻자 “방금 말한 사람들처럼 될까봐”라고 답했다.

 

섬유 산업의 미래는 있다

PIS서도 친환경 섬유, 제품 호평

 

 

그렇다면 MZ세대 모두가 섬유 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패션마케팅을 배우는 23세 여성 D씨는 “K-패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옷은 외국에 비해 뒤처진다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MLB, 디스커버리(DISCOVERY) 같은 브랜드가 우리나라 브랜드인 걸 모르는 분들이 많다. 휠라(FILA)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우리나라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의 경우 이론뿐만 아니라 봉제 실습, 현장 실습을 거쳐 선배·교수님들과 패션쇼까지 기획한다. 우리가 노력하면 섬유·패션의 미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1세 남성 E씨는 “섬유 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며 긍정론을 펼쳤다. 대학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하는 그는 “옛날에는 옷을 만들기 위해 섬유가 필요했다면, 최근에는 자동차부터 비행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도 섬유가 들어간다. 교수님들도 싸고 질 좋은 옷이 필요했던 옛날이 첫 번째 섬유의 부흥기였다면, 지금이 두 번째 부흥기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고 했다.

 

또 “섬유 업계에서 다양한 소재의 섬유 개발뿐 아니라 친환경 섬유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배웠다. 실제로 유통되는 제품 중 리사이클 섬유를 활용한 제품도 적지 않다. 섬유 산업은 더 친환경적이면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 ‘프리뷰 인 서울 2022(Preview in Seoul 2022)’에는 섬유·패션 기업 311개 사가 참여해 다양한 친환경 섬유와 지속 가능한 제품을 선보였다. 효성티앤씨㈜(대표이사 김치형)는 세계 최초로 석탄 원료를 옥수수 추출물로 대체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creora® bio-based)’를 선보였으며, ㈜경방(대표이사 김준)과 아진인터내셔날은 국내 최초로 천연섬유와 옥수수 섬유를 혼방한 스트레치 방적사를 공개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친환경·생분해 제품을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밀라노 프로젝트 실패했지만... 섬유·패션 일어설 것”

 

▲ <사진 좌>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인 봉무동 패션어패럴밸리 공사현장(2005년)과 <사진 우> 대구시 동구 봉무동 일원에 조성된 이시아폴리스 포스코 더샵 전경(2014). 2000년 초 당시 문희갑 대구시장은 봉무동 부지를 패션어패럴밸리로 개발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 밀라노 프로젝트(대구경북섬유산업 육성책)의 하나로, 패션·봉제업체가 입주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초창기였던 2004년까지만 해도 대구시는 의욕적으로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대기업 유치 무산과 금융위기, 투자유치 부재로 수년간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목이 잡혔다  © TIN뉴스

 

섬유공학을 전공한 27세 남성 F씨는 “처음 섬유 쪽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며 “선생님도 성적에 맞춰서 갈 생각이라면 다른 과를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지만, 대구에서 섬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섬유공학 쪽으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학하고 한동안은 생각한 것과 달라 많이 방황했다. 그러다 마음을 잡고 섬유를 공부하니 재밌더라. 또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섬유 산업의 미래는 어둡지 않고, 여러 가지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알게 됐다. 언젠가 ‘섬유 도시’ 대구에서 섬유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또 그는 대구가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밀라노 프로젝트 실패가 결정타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그 시절을 책에서만 봤기 때문에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많은 섬유·패션기업들이 IMF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들었다. 이후 밀라노 프로젝트를 실행했는데 거금을 투입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기억도 하지 못한다. 차라리 고부가가치 섬유 연구나 의류 브랜드 개발에 집중했다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대구를 이탈리아의 밀라노 같은 세계적인 패션·산업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 추진된 섬유 산업 육성계획이다. 1999년 4월부터 2003년까지 총 6,800억 원이 투입된 밀라노 프로젝트는 섬유제품 고급화 및 고부가가치화사업,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 지원, 패션디자인 산업의 활성화 기반 사업 등 4개 분야 17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사업은 현재 실패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예산 낭비로 지적받았고, 감사원에서는 ‘돈만 쓰고 실효성은 없는 실패한 프로젝트’로 지목당했다. 섬유 기업 홈페이지 구축을 ‘정보화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발표하거나, 패션지 발행을 ‘기업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서비스 사업 추진’으로 포장하는 등 가시적 성과에 집중한 것이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지난 2013년 밀라노 프로젝트 당시 대구시가 밀라노시와 자매 결연을 맺었다는 발표가 거짓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F씨는 섬유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그는 “계속 공부해서 기업들이 탐낼 만한 고부가가치 섬유, 친환경에 부합하는 고성능 섬유를 개발하면 대구도 다시 섬유 도시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호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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