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취재부장] 코로나와 글로벌 섬유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국내 섬유산업의 위기가 곧 가공기술 유지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제조현장 고령화와 더불어 내국인 근로자의 급감 그리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메우면서 대한민국 섬유염색가공, 방적 등의 제조기술의 명맥을 이어갈 신규 인력의 부재다.
실제 이러한 문제는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본지 발행인이 취재 차 방문한 국내 면방 베트남 현지법인 관계자는 한국인 기술자 부재에 대해 토로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면방 및 원단 밀 공장에서 한국인 기술자 대신 인도, 스리랑카 타 국적 기술자들의 채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들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높다는 평가다.
현지 법인 관계자는 “당연히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제일 좋긴 한데 한국에서 이제 원사, 염색, 편직 등 기술자들이 없다보니 인수인계해줄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 법인 역시 현재 인도 기술자 채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내 섬유염색단지 내 염색조합에도 이따금씩 염색 기술자를 소개해달라는 베트남 등 해외 법인의 구인 문의 전화가 온다. 조합 관계자는 “요즘 부쩍 해외 현지 법인에서 공단 내 염색 기술자를 소개해달라는 전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필요로 하는 기술과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뿌리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조사한 ‘뿌리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지식을 갖춘 사람이 부족(42%)” 또는 “구직자의 높은 보상 눈높이(41%)”가 인력 충원이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현재 국내 섬유산업의 제조기술 중 국내 제조기반의 명맥을 유지하며, 오롯이 ‘Made in Korea’라는 타이틀로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염색가공기술’이다. 염색가공기술마저 무너진다면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미래가 어렵다”라는 말이 과한 평가라거나 지나친 비약은 아니다. 유능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재정적 이유로 문을 닫게 된다면 이는 또 하나의 섬유산업 경쟁력의 큰 손실이다.
따라서 제·편직과 더불어 염색가공기술이 뿌리기술로 인정을 받은 상황에서 이제는 우리의 제조(가공)기술을 유지·보존하기 위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하는 적기가 아닌가 싶다. 기업 현상 유지를 위한 외국인력 대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5월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 외국인 늘고, 20대는 감소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폭이 다시 커졌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고용보험 가입이 확대된 영향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5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전년 동월대비 36만6,000명(2.5%) 증가한 1,515만2,000명. 가입자 증가폭은 지난 3월 37만1,000명에서 4월 35만7,000명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제외하면 증가 규모는 3월 27만1,000명, 4월 24만3,000명, 5월 24만6,000명으로 줄었다. 연령대별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는 29세 이하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29세 이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만6,000명 줄었다.
그렇다고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대비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까? 이미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식비 제공, 기숙사 제공 등의 부수적 비용까지 더하면 오히려 내국인보다 높다. 외국인 근로자 역시 이렇게 체감하고 있다.
통계청과 법무부의 ‘2022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비슷한 일을 하는 한국인 근로자와 근로시간별 임금 수준’이 ▲매우 많다(3.6%) ▲약간 많다(13%) ▲비슷하다(75.3%) ▲약간 적다(4.2%) ▲매우 적다(0.8%)로 조사됐다. “내국인 근로자보다 임금이 적다”고 답한 비율이 5%에 불과했다.
또 비전문취업비자(E-9)를 취득한 외국인 임금 수준은 2022년 말 입국자 20만 명 기준 ▲100만 원 미만(200명) ▲100만 원 이상~200만 원 미만(1만6,100명) ▲20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13만9,500명) ▲300만 원 이상(5만3,400명)이다. 지난해 최저시급 9620원 기준, 하루 8시간 주 5일로 월 근로시간을 적용하면 평균 급여는 201만580원이다.
한편 내년(2024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금년대비 26.9% 인상된 1만2,210원을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해 소상공인 등의 경영계는 사실상 회사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국 인력 대체…산업엔 양날의 검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로 결국 제조현장은 외국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매년 내국인력 대비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당장은 부족한 일손을 덜 수 있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외국인 근로자가 기술을 전수한 들 귀화를 하지 않는 이상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자국으로 돌아가 버리면 결국 각 기업들이 축적한 뿌리기술의 맥은 단절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섬유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제조현장의 청년인력 유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2021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뿌리산업의 전체 인력 부족률은 2.8%다. 전체 조업의 인력 부족률(1.4%)의 두 배다. 또한 이 중 부족 인력의 직군은 기능직(74.4%)으로 가장 높았다. 또 ‘뿌리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만514명에서 2021년에 1만4,555명으로 인력 부족 수가 늘어났다.
2021년 기준 뿌리산업 전체 월평균 급여는 290만 원. 제조업 특성상 대부분 기능직이다. 반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327만 원. 여기에 뿌리산업 노동자 월평균 노동일수는 22일. 기능직 또는 생산직은 22.3일이다. 일반 노동보다 2일 이상 더 일한다는 이야기다. 통계 수치만 놓고 보면 청년인력 등 내국 인력의 제조업 기피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산업과 경제발전 기여도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심의 제조업이 무너진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각 고유 산업의 뿌리기술에 대한 다양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청년인력의 뿌리기업 등 제조현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대안을 업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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