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섬유염색산업의 재조명

TIN뉴스 | 기사입력 2024/06/30 [21:18]

 

[김성준 편집국장] 섬유패션만큼 색(色)에 민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 중 하나가 ‘자동차’다. 자동차 브랜드에게 컬러는 단순히 자동차에 개성을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브랜드가 전하고자 메시지를 담는 역할을 한다.

 

특히 광고와 같은 메시지를 시각 자료를 사용하여 전달하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색(Color)’이다. 색은 제품에 손쉽게 차별성을 부여하는 요소이며, 각각의 색이 가진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용이하다. 수많은 브랜드가 제품을 개발하면서 고객에게 선보일 커뮤니케이션 컬러(제품의 콘셉트와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하는 색)를 고민하는 이유다. 

 

자동차 브랜드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광고와 카달로그, 각종 이벤트에서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입은 차량을 전면에 내세워 해당 모델에 담긴 메시지와 가치를 전달한다. 그렇다고 커뮤니케이션 컬러가 판매량을 높이는 건 아니다.

 

고객과의 소통에 의미가 있다. 사실 잘 팔리는 자동차 컬러는 화이트, 블랙, 실버와 같은 무채색 계열이다. 흥미로운 건 일본유행색협회의 경우 최대 후원기업은 자동차 업체들이라고 한다.

 

색은 인간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관계에서는 ‘7초의 법칙’이 작용한다. 처음 보는 사람의 첫 인상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7초라는 의미다.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상대방이 호감인지 비호감인지를 판가름하고, 상대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겉모습으로 상대방을 평가한다.

 

이때 옷차림은 외모와 더불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히 옷은 색. 디자인, 소재 등 다양한 구성요소로 이루어졌다. 그 중 색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두드러진 단서로 첫 인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인간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습득할 때 오감 중 시각을 통한 정보가 약 87%에 달한다.

 

이러한 색은 입력 및 출력 장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니터, 프린터, 카메라와 같은 장치에서 정확한 색 재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컬러 매칭과 보정 기술이 개발되며, 발달하고 있다. 섬유염색 역시 염색가공기술을 통해 이러한 컬러를 재현해 원단이나 옷에 심미성과 기능성을 부여해 제품의 가치를 높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색으로 구분되고, 가치가 부여된다.” 장바티스트 콜베르의 <울의 염색과 제조에 관한 지침>이라는 책 내용 중 일부다. 여기에 최근 칼럼리스트이자 작가인 버지니아 포스트렐(Virginia Postrel)의 저서 <패브릭(Fabric)>에서는 ‘염료에는 인공물에 아름다움과 의미를 불어넣으려는 인류의 보편적 탐구 정신과 더불어 이러한 열망이 불러일으킨 화학적 독창성과 경제적 진취성이 담겨 있다’고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섬유염색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염색 산단 내 염색공장에는 급매라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거나 기존 공장을 허물고 이업종 건물이 리뉴얼을 준비 중인 곳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국내 섬유염색산업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뿌리기술 지정에 이어 반월과 부산염색산업단지 두 곳이 뿌리산업특화단지로 지정된 것은 희망적이다. 두 곳의 염색산업단지는 내년도 정부의 지원사업을 받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섬유염색업체들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로봇 자동화 도입, 친환경 제조공장 선도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제조현장의 혁신을 모색하며,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국내 원사와 원단은 저가의 중국산으로 대체되고 국내 봉제는 해외로 이전해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그나마 염색 산업이 대한민국 섬유패션산업의 기반을 받쳐 주고 있다. 실과 원단, 가먼트에 색을 입히는 단순 가공으로 치부하기보다 염색가공기술의 가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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