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빈익빈, 냉험한 생존의 법칙

중소 규모 제조업, 여전히 ‘오더 부족’ 토로
국내 봉제기반 붕괴…국내 일감 해외로 몰려

TIN뉴스 | 기사입력 2024/07/31 [12:59]

 

[취재수첩] 주요 미국 바이어들의 실적 회복에 요즘 오더가 연말까지 꽉 찼다는 등 국내 의류 벤더나 원단 밀 업체들의 수주 회복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의 분석은 하반기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현대차증권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의류 OEM·ODM 제조사들은 봉제공장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이슈에 민감하다. 환별 변동도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 거래 대부분이 달러 결제로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수익에 긍정적이며, 주요 원재료인 면화 가격이 하락하면 제조단가가 낮아져 수익성이 개선된다.

 

글로벌 의류 산업 내 OEM 업체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브랜드 바이어의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해 빠른 리드타임 내 대량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OEM 업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해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 추세에 따라 OEM 업체의 역할을 더욱 더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온라인 채널 비중의 증가는 제품 비교 활성화를 야기시키며, 리테일·브랜드 업체의 원가 절감 니즈를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OEM 업체의 역할은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대봤다.

 

2023년 하반기에도 글로벌 의류 재고는 감소하고 있지만, 당장 판매를 위한 재고 확보(Restoking) 목적의 수주 증가는 체감되지 않는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바이어들이 올해도 오더 계획을 급격하게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의류 완제품 재고가 감소 추세이고, 글로벌 소매 경기가 현 상황을 유지한다면 2023년보다 나아진 2024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재고 확충이 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류 OEM업체들은 생산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며, 이익 레벨은 한 단계 높아진 상황이며, 2022년 말~2023년 재고 소진 → 2024년 상반기 기점 재고 확충 방향으로 소폭 전환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하반기 저가 바이어를 중심으로 재고 확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방 수요 부진, 단납기 오더 증가 등 반등의 기울이는 완만할 것이라면서 다만 바닥은 통과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가운데 현실은 ‘부익부빈익빈’.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오더 부족과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반대로 오더가 몰리는 곳들도 나름 고민이 많다. 요즘 베트남 봉제공장 잡기가 어려워졌다.

 

기존 현지 오더 물량에 더해 국내 봉제 오더가 해외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봉제 산업은 현장 인력 고령화와 국내 일감이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국내 봉제 산업 여건이 더욱 악화되자 코로나 팬데믹 기간과 이후 봉제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특히 의류프로모션이나 내수 OEM업체의 경우 국내 협력(외주) 봉제공장들이 채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문을 닫으면서 국내 생산이 어려워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베트남 현지 공장들도 캐파가 채워진 탓도 있지만 근래 베트남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과 코로나 이후 이탈했던 만큼의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사 대표는 “요즘 자체 공장이 없는 제조업체들은 해외에서 공장을 섭외하기가 어렵다. 국내 봉제기반이 무너지면서 내수 제조업체의 봉제 물량이 해외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봉제 산업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미 FTA 무관세를 활용하기 위해 부산 내 봉제공장들을 협력사로 두고 있는 의류수출기업 B사의 경우도 코로나 이후 대량 오더를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봉제공장들이 사라지면서 결국 바이어 측과 합의해 소규모 봉제공장들을 모아 일감을 분배해 최종 완제품을 수출하는 상황.

 

B사 대표는 “이미 바이어들도 국내 봉제공장 여건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발주할 만큼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봉제공장을 갖고 있는지 또는 섭외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후 최종 발주를 넣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를 두고 자체 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벤더나 프로모션 업체들이 납기를 포함해 품질 문제로 클레임을 받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는 공장 마켓이 활성화됐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공장들이 오더를 선별해 받는다는 의미와 함께 가공임이 오르고 오더 진행이 부드럽지 않은데다 품질에 문제가 생겨도 현찰을 놓고 물건을 가지고 가라는 막무가내식 공장과 만나게 될 확률이 많아진다는 의미도 된다고 지적했다.

 

수출기업, 내수시장 진출…인력 유출로 중소기업 곤혹

 

한편 코로나 팬데믹 기간 수출 부진에 일부 의류 벤더를 비롯해 수출 임가공업체들이 내수 시장에 진출했다. 내수영업팀을 신설하거나 또는 자회사로 내수 전문 업체를 신설하는 등 회사마다 제각기 내부 사정에 따라 내수영업에 공을 들였다. 

 

초기에는 업계에선 “내수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한 번 해봐라”는 식으로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내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내수 업체들에게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내수시장을 놓고 수출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도는 중소기업들에겐 불리하다. 특히 10년차 이상 내수 영업담당자의 인력 누출로 중소 규모의 기업들은 속이 탄다. 동종업계의 10년 이상 영업담당자를 데려가는가 하면 기존 중소기업의 경우 내수 영업담당자가 의류 벤더기업으로 이직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큰 기업들의 인력 빼가기 횡포지만 이직 희망자에겐 좀 더 좋은 보수와 근무환경을 제시하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중소기업들은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지만 대기업이나 벤더기업 수준의 급여나 근무여건을 보장해줄 수 없기에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C사 대표는 “직원이 근무환경이나 급여 조건이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겠다하는 데 잡을 명분이 없어 마음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지속되는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냉엄한 생존법칙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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