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비나 이복화 대표
국내 섬유업계 통틀어 여성이 CEO자리에 오른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나 창업자의 2세가 아닌 이상 드문 일이다. 소위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가느냐의 싸움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원단 밀·수출기업 ㈜정우비나(대표 오병철)의 이복화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에 오른 여성 CEO다. 정직함, 성실함, 끈기, 도전 정신이 무기다. 특히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청년들에게 매력적이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업종이 섬유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할 만큼 30년 섬유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아울러 창업주인 오병철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해오고 있는 여성 전문 경영인이다. 더구나 오병철 회장이 회사 지분 20%를 넘겨 줄만큼 절대적인 신임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로 정우비나에 몸 담은지 30년을 맞은 이복화 사장은 1995년 정우비나의 모기업 ㈜정우섬유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5년부터 정우비나의 신규 대규모 원단공장(Fabric Mill) 수출 사업부를 이끌면서 현재 1억 달러 이상의 원단 수출업체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4년 간 베트남에 근무하며, 버티컬 공장을 친환경적으로 셋업해 좋은 품질의 원단으로 글로벌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2017년 국내 복귀 후 입사 23년 차인 2018년 사장에 올랐다.
특히 A&F 원단, 스판 미니 주리 원단 등 글로벌 바이어들에게 호평 받는 아이템 개발로 수출 신장에 기여한 것은 물론 베트남, 과테말라 등 주요 해외 생산거점 구축 선봉에 서며, 지금의 ‘글로벌 정우’라는 글로벌 네트워크 완성에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어 니즈와 지속가능한 트렌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현지공장에 샌드워싱 가공설비를 도입해 애슬레저웨어에 적합한 차별화 소재인 샌드워싱(Sand washing) 원단을 개발해 소재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을 목표로 친환경 염색 공정인 ‘에코셀(Eco-cell)’을 도입해 글로벌 바이어 니즈에 부합하고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품질과 지속가능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정우비나의 전략에 따라 지금도 친환경적이고 스페셜한 원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세아상역㈜ 문성미 대표
세아상역㈜의 문성미 대표는 국내 의류 벤더 3사 중 유일한 여성 CEO로 화제를 모았다. 37년 창사 이래 첫 여성 신임 대표이자 전문 경영인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990년 미국 마스트(Mast Industries)와 1998년 타겟(Target Sourcing Services) 바잉 오피스에서 재직하며, 수출입 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2011년 세아상역 미국법인(SAE-A AMERICA)에 입사해 법인장을 지내다 2015년 세아상역 해외영업담당 전무이사 이어 2020년부터 해외영업 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그리고 2023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당시 30여 년간의 의류 제조업계에서의 해외영업 총괄 노하우와 풍부한 영업 경험을 다져온 전문가로 평가하며, 글로벌 위기 속에서 회사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문 대표 역시 회사의 기대에 부흥하듯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경영 환경 속에서 주인 의식을 통해 하나로 뭉치는 ‘원(one) 세아 스피릿(spirit)’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취임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취임 5개월 여 만에 ‘제60회 무역의날’, 3년 연속 수출 12억 달러 달성이라는 성과로 철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스포츠 의류 전문 생산·공급업체 ‘Tegra(이하 테그라)’를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의류 생산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외에도 세아상역은 문 대표 취임 이후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 initiative, 이하 SBTi) 가입을 시작으로 ▲2024년 세계 최대 기업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이하 ‘UNGC’)’에 최종 가입 승인 및 목표 승인 획득 ▲글로벌 산림경영 인증기관인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국제산림관리협의회)이 추진 중인 패션 포에버 그린 협약에 공식 가입 등 친환경 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UN산하 여성역량강화원칙(WEPs)에 가입해 육아와 업무 병행 등의 다양한 제도장치를 마련해 시행하는 등 사내 양성평등 문화 확대에도 진심이다.
■ ㈜영원아웃도어 성가은 사장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의 세 딸 중 차녀 성래은 부회장에 이어 삼녀인 성가은 사장의 취임으로 노스페이스의 지속적인 성장세와 더불어 대표이사 자리에 언제 올라설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성가은 사장은 미국 웨이즐리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2004년 영원아웃도어의 전신인 골드윈코리아 마케팅 팀장으로 입사해 2016년부터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총괄했다.
2022년 전무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승계 구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부터 영원아웃도어 사내이사직에 올라 회사의 중차대한 결정에 의견을 피력해왔다.
한편 올해 1월 사장으로 승진한 것 역시 부사장 승진 때와 마찬가지로 노스페이스 실적 호조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1년부터 MZ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화이트 라벨’을 선보여 브랜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었고, 일본 골드윈 본사에서 수입해 판매할 만큼 입지를 다졌다.
이어 정체기에 들어선 아웃도어 시장에서 2021년 6년 만에 5,000억 원 매출로 복귀시키고, 그로부터 2~3년 만인 2023년 노스페이스라는 단일 브랜드로 1조 원(1조1,066억 원) 매출을 달성하는 등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기며, 탁월한 경영 능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특히 경기침체와 따뜻한 날씨 여파로 여타 패션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고전했던 것과 비교해 영원아웃도어는 노스페이스 ‘눕시라인’ 등의 선전으로 호조를 이어갔다.
성가은 사장은 아웃도어 및 스포츠 분야의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노스페이스는 2014년부터 10년 이상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착용하는 ‘팀코리아 공식 단복’을 지원했으며,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도 공식 시상용 단복을 포함해 총 23개 품목으로 구성된 공식 단복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소속의 산악인 김영미 대장의 탐험을 위한 모든 재정 지원과 함께 산하 기술지원팀과 기획디자인팀의 전문 역량을 통해 오랜 준비기간 김 대장과의 협업을 지속했다. 그 결과, 총 1,715.7㎞거리의 남극대륙 단독 스키 횡단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일조했다.
당시 성가은 사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스포츠와 아웃도어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춘 탐험가들과 선수들에 대한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이랜드월드 패션사업부문 조동주 대표
최근 ㈜이랜드월드의 뉴발란스(New balance)와의 라이선스 재계약 소식이 화제다. 그간 뉴발란스의 한국 직진출 이야기가 흘러나왔던 터라 재계약의 성공 여부를 두고 반신반의했다.
더구나 이번 계약 연장은 이랜드가 지속적인 뉴발란스의 핵심 파트너로서의 역할은 물론 라이선스를 포함한 아동용 신발과 의류 영역에서도 2030년까지 함께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주목하고 있다.
뉴발란스를 중심으로 이랜드월드의 패션사업부문을 조동주 대표가 총괄하고 있다. 2007년 입사해 그룹 전략 기획실, 후아유(WHO.A.U) 브랜드장, 뉴발란스 브랜드장, 스포츠BU 본부장 등 패션 브랜드 관련 주요 보직을 거쳤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패션사업부문 대표에 올랐다. 조동주 대표는 대표 취임에 앞서 2023~2024년까지 최고운영 책임자(COO)를 맡아 패션 법인 전체를 경영하며,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2017년부터 뉴발란스 브랜드장을 맡으면서 압도적인 브랜딩과 상품력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4,800억 원 수준이던 뉴발란스 연매출을 2023년 9,000억 원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해 국내 단일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찍었다.
2008년 뉴발란스의 국내 운영 시작 이후 16년 만에 매출 규모가 40배 성장했다. 현재 국내 단일 브랜드로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곳은 나이키, 노스페이스, 유니클로 등 소수다.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1조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 ㈜OVLR 박이라 대표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세정그룹이 ‘삶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이라는 새로운 비전 선포와 함께 ‘100년 기업을 향한 기업 가치 극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OVLR’이라는 회사를 신설했다. 이는 올리비아로렌을 중심으로 여성패션 부문의 독립 법인화를 추진하며,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OVLR의 출범은 다변화된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업 전문성 강화와 다양한 내·외부 협력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세정그룹의 100% 자회사인 OVLR의 초대 대표이사로 창업주 박순호 회장의 3녀인 박이라 사장이 취임했다. 2005년 세정에 입사해 웰메이드사업본부, 마케팅홍보실, 구매생산조직, 세정 부사장, 세정씨씨알 대표이사, 세정 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20여 년간 패션 사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특히 여성복 ‘올리비아로렌’의 상품 디렉팅에 직접 나서 고객층 확대와 실적 반등을 이뤄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한편 지난해 2월 김다인 前 마뗑킴 대표와 함께 런칭한 브랜드 ‘다이닛(DEINET)’이 자사몰 런칭 당일 주요 제품이 완판되며, 약 한 달 만에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다. 이후 온라인 유통망 확장에 나서 무신사 입점 첫 날 억대 매출을 기록, 우먼 브랜드 랭킹 1위를 차지했고, 29CM 입점일에도 하루 매출 7억 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또한 올해 1월에도 다이닛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입점을 기념한 쇼핑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시작 1시간 30분 만에 1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로는 최단시간 기록이다. 박이라 대표는 여성 패션 부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그룹 차원에서도 올해 1월 ‘2025년 임원 인사’를 통해 신생 회사에 힘을 보탰다. ㈜세정과 OVLR의 구매생산본부장, 브랜드기획실장, ACC상품기획부장을 겸직 중인 신찬희 이사가 상무로 승진했다. 2019년부터 세정의 글로벌 투자와 신규 사업을 관리해온 이시진 매니저가 이사로 승진하며, OVLR의 미래성장실장에 임명됐다.
■ 마일즈인터내셔널 송은선 대표
일본 패션 성지 중 하나인 시부야 내 에비스 단독 팝업스토어로 일본 현지 스키 마니아들을 설레이게 했던 브랜드가 있었다. 바로 ‘비에스래빗(BSLABBIT)’.
스트릿 패션과 보드복의 기능성을 결합한 ‘비에스래빗’을 탄생시킨 장본인은 브랜드 운영사 마일즈인터내셔널 대표 겸 송은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전문적인 디자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어려서부터 독학으로 의류 일러스트를 공부해 자본금 500만 원과 온라인 쇼핑몰 인프라를 발판 삼아 2010년 비에스래빗을 런칭했다.
비에스래빗은 겨울 스키장에서 스트릿 패션 감각을 연출할 수 있다는 컨셉이 먹히면서 국내는 물론 영미권과 일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비에스래빗 팝업스토어 오픈 첫 날 이미 오픈 전부터 장사진이 펼쳐졌다. 당시 취재 차 만난 회사원 일행은 18시간 전부터 오픈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했다.
평소 일본을 동경해왔다는 송은선 대표는 런칭 이후 일본 시장 진출을 목표로 10년 간 철저한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현지화 전략을 마무리 짓고 2022년 첫 일본(도쿄) 진출을 시작으로 패션 성지 시부야에도 문을 두드렸다. 3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일본의 공식 판매채널과 에이전시인 일본 겨울 스포츠 수입제조사 ‘포우마츠(Foumarts)’와 함께 성공적으로 팝업스토어를 마쳤다.
한편 비에스래빗 제품은 ‘All in Korea’다. 즉, 송 대표 자신이 직접 디자인을 하고 국산 원단으로 국내 봉제공장을 통해 완제품을 만들고 있다. 송 대표는 K스타일의 디자인과 생산역량을 해외에 전하고 싶다는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한국패션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All in K 사업’에 브랜드기업으로 참여해 K-패션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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