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상형 다이텍연구원 이사장

정부과제 독식 및 불법행위 지적…“충분히 이해해”

TIN뉴스 | 기사입력 2025/03/25 [09:58]

정부 R&D과제 및 사업을 독식한다는 업계와 타 연구기관들의 우려와 비판 그리고 이 모 단장의 1심 집행유예 선고에도 불구하고 본부장 승진 그리고 1개월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내부 공분을 사고 있는 다이텍연구원(이하 ‘다이텍’)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 모 단장은 집행유예 선고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 기획, 경영 등을 총괄하는 본부장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연구원 노조와 직장인들의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에는 내부규정을 무시한 인사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뇌물로 사업 따는 자가 비전을 발표하고 인사권과 경영권을 장악하고 전직 공무원을 영입해 바람막이로 삼는데 우리에게 무슨 미래가 있을까요? 다이텍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온갖 편법과 위법을 통해 연구 과제를 따왔던 것이냐.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는 등의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게시글들을 살펴보면 이미 3년 전부터 부조리, 불통, 인사 등 연구원의 변화와 개혁, 그리고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강도 높은 감사를 주문하는 글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물론 이번 사안과는 다른 논의의 것이긴 하나 “자신들의 업무 능력 미달을 일부 세력의 음해라고 몰아가는 통에 연구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 연구원이 연구하고 싶어 과제를 따오는 게 죄냐? 앞으로 진행되는 과제는 무슨 인건비로 진행할 것이냐” 등의 반론도 있다. 

 

이에 본지는 1월 인사 발령 직후 조상형 이사장과의 직간접 인터뷰를 통해 다이텍의 입장을 들어봤다. 

 


K-섬유혁신 포럼 출범, 

“팀 코리아 구성…글로벌로 나가자”


 

 

이 같은 업계와 연구기관들의 우려에 대해 조 이사장은 “이러한 우려가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맞는 지적일 수 있고, 연구원도 그러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잘 나간다고 해서 절대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K-섬유혁신 포럼’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포럼의 모토인 ‘Let's make, Let's make Team korea, Go global’처럼 우리 모두가 팀 코리아를 만들어 글로벌로 나아가자는 취지라는 것. 참고로 사단법인 케이섬유혁신포럼은 지난해 12월 18일부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다.

 

다이텍의 정부과제와 지원 독식이 더 위기이고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지금의 문제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찾아보면 보석 같은 기업이 많다. 물론 연구원도 너무 많고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이 연구원들을 엮어야 된다는 이야기다. 이걸 어떻게 엮어 내느냐 바로 팀 코리아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는 화섬에는 강하지만 천연섬유에는 약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면이나 실크를 할 수 없다. 결국 어떤 쪽에서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경기도 니트, 대구 우븐, 부산 신발소재가 합쳐지면 하나의 패션이 완성된다. 즉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연구원 역시 대구 다이텍, 경기도 한국섬유소재연구원, 부산 신발피혁연구원, 여기에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을 엮거나 그 외의 연구원들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다이텍이 개발이나 마케팅을 할 때 아웃도어스포츠협회나 섬유수출입협회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기술 지원은 할 수 없다. 금전적인 마케팅 측면에서 홍보 지원은 가능하나 실질적으로 개발이 필요한 제품에 대해서는 연구원 활용률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며, “현재는 과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PID, PIS 또는 해외 전시회든 팀 코리아를 구성해보자는 것이다. 마케팅은 섬유수출입협회와 같은 전문기관이 맡아 바이어 유치 및 발굴, 홍보 등을 전담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예를 들어 해외 전시회를 참가한다고 가정할 때 ‘한국관’ 같은 독립 부스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우븐, 니트, 신발소재를 모두 선보여 바이어들에겐 원스톱 쇼핑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기술적 한계는 연구원에게 조언을 구하면 된다. 정부 과제도 팀 코리아를 주축으로 과제도 함께 조인트(Joint)하고 만약 ‘이게 과제 사업이 될 것 같다 싶으면 추진해서 이러한 측면 지원을 연구원이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K-섬유혁신포럼은 앞으로 최소한의 마케팅과 개발 생산에 있어서 이러한 순환 과정을 혁신해보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그런 측면에서 다이텍만이 성장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K-섬유혁신포럼의 설립 취지대로 각기 다른 연구원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연구과제들이 진행되어왔다.

개발된 기술들이 업계에 적용이 안 되거나 상용화 문턱에서 종료되는 등 과제로만 끝난 것들이 너무 많다. 또한 연구과제 수행 시 필요로 구축된 건물은 과제 종료 이후 빈 건물로 남고, 설비는 팔거나 고철로 처리되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연구과제와 관련한 커넥션과 같은 연결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조 이사장은 “그 부분에 있어 연구원 이사장으로서 또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반드시 끊어내야 하고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팀 코리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것이다. 연구원 내지 과제를 기획하는 실무자가 국내외 시장을 모르고 그냥 책 속에서 아이디어를 만들다 보니 비현실적인 과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 현장에 가라’. 연구원들에게 꼭 시장을 봐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연구원의 풍토를 바꾸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에 우리 연구원도 제가 제안해 한국섬유개발연구원, KTC와 함께 대구 공동관을 꾸려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동시에 실무자들에게 해외 시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대구시 섬유패션과장에게 제안하고 시장에 승인을 받아 12억8,000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팀 코리아 추진함에 있어 연구원을 포함하되 연구원을 믿고 따라오는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과제를 연구원들이 기획하고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연구원들이 스스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들도 이러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분명히 요구를 하게 만들어야 하고, 현장의 목소리들이 연구원에 접목되기 시작하면 앞서 지적한 연구 과제를 위한 과제 등이 완벽하게 사라지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으로 우리 연구원들에게도 앉아서 학술 발표 자료나 논문만 보고 기획하기보다는 현장에서 필요한 과제를 찾고 기획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그런 쪽으로 가줘야 방향을 재설정하고 우리 기업들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팀 코리아를 통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찾고 서로 배우며,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과제를 위한 과제 지양해야”


조 이사장은 “똑같은 차원에서 연구원들도 과제를 위한 과제를 지양해야 한다. 이제는 제발 해외로 나가서 바이어들이 무엇을 찾는지, 세계 시장의 흐름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봐야 할 때다. 또한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구입한 기계나 장비들이 과제 완료 후 전부 고철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없애야 할 부분이지만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다. 

 

우선 섬유패션인 모두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당장 우리 연구원부터 직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들이 이런 걸 원하니까 우리도 이런 걸 해야 겠구나.’ 이러한 변화는 직접 체험하는 과정 속에서도 직원들 스스로가 깨우쳐야 가능하다. 이런 고민에서부터 출발하다보면 현실성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기획하게 되고, 동시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타당성한 근거로 정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집행유예 건과 관련해 ‘이사장 또는 이도현 단장 중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조 이사장은 “이사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처음엔 원치 않는 자리를 맡게 됐지만 이왕 맡은 걸 소명의식을 갖고 임하고 있다. 지금의 다이텍이 100%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부족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100% 공감한다. 그렇다고 내가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다이텍이 잘 하고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k-섬유혁신포럼을 만들면서 다이텍을 끼고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왕 이렇게 포럼이 출범했고 이후에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제가 기획을 하고 3~4달에 한 번씩 진행하던 포럼을 분기별로 연 4회씩 돌아가면서 활성화시키려고 한다. 다음 포럼은 부산이다. 4월 3일과 4일 부산에서는 열리는 ‘Dornbirn GFC-ASIA 2025’도 우리 연구원이 주관한다. 국내외 학자들이 참석하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원사분야 섬유 컨퍼런스로 이 때 K-섬유혁신포럼도 함께 할 계획이다.

 

앞으로 포럼에 대한 공감대를 최대한 끌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비록 대구에서 출발했지만 이는 대구만 변해서 될 일이 아니고 우리 전체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연구원도 마찬가지라는 취지로 전국을 돌며, 포럼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TIN뉴스 공동취재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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