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물 없는(Waterless) 염색가공기술은 ▲액체암모니아 처리 가공기술(셀룰로오스(Cellulose) 및 단백질 섬유 머서화 가공(Mercerizing 또는 실켓가공)) ▲플라즈마 정련처리 가공기술(Wool 섬유의 정련, 감량가공) ▲이산화탄소 초임계 유체 염색기술(폴리에스터 섬유 염색) ▲DTP 전사 염색기술(디자인 프린팅과 전면 단일칼라(Solid) 프린팅 폴리에스터 섬유와 면 섬유개질에 의한 DTP 전사 염색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언급한 모든 기술들은 공교롭게도 이미 20여 년 전에 개발이 완료됐지만 아직까지 실용화에 도달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한 가운데 “다이텍연구원은 다이쿠 염색기를 최초로 사용하게 되는 기관이 될 것이며, 올해 연말 정도 가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Kasper Nossent 다이쿠(DyeCoo) 아시아 지사장은 4월 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Dornbirn GFC Asia 2025'에서 ‘CO2 염색: 지속가능성과 자원순환을 위한 해법’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는 다이텍연구원 본원 내 I동 초임계유체공정센터(초임계유체 Pilot)와 3월 중 대구염색공단 내 설치될 예정인 네덜란드 초임계 염색기 ‘다이쿠(DyeCoo)’의 이야기다. 58억 원이 투입되는 초임계 유체염색기 도입사업으로 다이텍과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2020~2024년 9월 말까지 진행했다. 공단에서만 약 9억여 원이 투입됐다.
대구염색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초임계 유체염색기 공장동 신축(7억3,890만 원), 초임계 유체염색기증기, 전기공급설비 설치 공사비용(1억9,500만 원)으로 지출된다. 지난해 10월에는 다이텍과 초임계 유체염색 활용기업 4개사(공단 3개사)가 계약을 체결했다. 예정대로라면 3월 중 사업개시 신고 및 초임계 유체 염색기 시생산 테스트, 7월에는 첨단장비 활용 지원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물없는 컬러산업 육성사업’은 한 차례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기술,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2016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분석한 ‘제조업 혁신 3.0 물 없는 컬러산업 육성사업’ 최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초임계 유체 염색과 DTP 분야는 전체적으로 출원인 수와 특허출원 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단계인인 쇠퇴기와 성숙기에 있고, Hot-melt가공과 상압 플라즈마 기술, 친환경 발수가공기술이 발전기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기술적으로 쇠퇴기에 있는 초임계 유체 염색은 정확한 시장형성이 불확실해 대규모 투자보다는 소규모의 원천기술 연구에 지속 투자해 향후 시장 대응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편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및 브랜드들이 주목하고 있는 초임계 유체 염색기술을 네덜란드 다이쿠(DyeCoo Textile Systems BV)가 주도하고 있다. ‘초임계 염색’은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수계 염색으로 물대신 초임계 상태의 탄산가스를 사용함으로써 물의 절약은 물론 에너지절약, 폐수오염이 전혀 없으며, 기존 염색 시 사용하는 분산제 등 염색조제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환경 친화적 첨단 염색기술이다.
초임계 유체 염색기는 1990년 독일에서 연구가 시작되어 1995년 독일의 Uhde사가 사염용 염색기(Cheese dyeing)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어 2001년 ㈜삼일산업이 영남대학교 청정기술연구소 초임계유체청정공정연구팀과 세계 2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Uhde사의 염색기는 사염용인데 비해 삼일염직은 포염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포염용 초임계 유체 염색기는 사실상 세계 최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9년부터 4년간 계획으로 산업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초임계 유체 염색기는 2001년 5월 1㎏의 합성섬유 염색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100여회의 시험염색을 통해 그 성능을 확인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실험 데이터를 기초로 7㎏의 합성섬유를 염색할 수 있는 염색기를 제작 중이라고 당시 밝히기도 했다.
또한 2003년에는 대부분 국산화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내며, 파일럿 규모에서 20㎏의 직물을 염색할 수 있는 현장용 염색기의 제작을 목표로 내걸기도 했다.
그 결과, 삼일산업은 ‘초임계 유체 염색기 실험 개발 장치’와 ‘산업용 초임계 유체 염색기/초임계 유체 염색실험기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산업용 초임계 유체 염색기의 경우 초임계 이산화탄소 하에서 소수성 섬유(PET, PP 등의 소수성 섬유의 직물, 편물, 실, 부직포 형태)를 염색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현재는 등록료 불납으로 소멸된 상태다.
그리고 물 없는 컬러산업 사업 일환으로 대구 컴프레서 제조기업 ㈜대주기계가 2017년 시연회를 통해 공개한 ‘초임계 유체 염색기’는 370ℓ급 파일롯 설비로 시험용 기계임에도 비교적 뛰어난 염색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염색 시간은 40분~2시간 수준으로 기존 습식 대비 짧았다. 발색 능력도 습식 염색만큼 뛰어났으나 원단 종류, 가공 조건에 따라 원단 전체에 염료가 균일하게 스며들지 않는 점은 해결과제로 꼽혔다. 균일한 발색 능력과 뛰어난 색 재현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현재 대주기계의 관련 특허 건수는 총 12건이다.
KIPRIS 지식재산정보 검색서비스에 따르면 현재 ‘초임계 유체 염색’으로 등록된 국내 특허 및 실용신안(소멸, 거부 등 포함)은 총 2,000건이다. 이 중 ‘초임계 유체 염색기’로 등록된 건수는 총 41건이며, 거절, 취소, 포기, 소멸 등(15건)을 제외하면 총 26건이다.
초임계 유체 염색가공기술 국내 중소염색가공업체 도입 위한 투자 여력 없어
현재 초임계 유체 염색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다이쿠(DyeCoo textile system BV.)는 2007년 태국 Tong Siang Co. Ltd.(Yeh Group)에 125kg 용량의 초임계 유체염색기술을 설치한 것이 최초이자 1호기이다. 이어 2013년 4월 나이키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고 대만의 Far Easteren Group에 1호기와 동일한 규모의 2호기를 설치했다. 현재까지 판매된 기기는 총 11여 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협력업체들이다.
하지만 수십 억 원에 달하는 기계와 설치비용, 초임계 유체 염색공정 후 원단의 촉감, 일부 원단 표면에 잔존하는 염료 등을 제거하기 위한 추가적인 세정 등은 여전히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먼저 비용 면에 기존 고압 액류 염색기나 기류염색기와 비교해 설비비용만 20배 정도 비싸다. 고압 액류 염색기나 기류염색기의 경우 배치당 용량 200kg을 기준으로 1억~3억 원 수준, 초임계 염색기의 경우 25~5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설치면적도 200kg 용량 기준으로 고압 액류 염색기의 설치면적은 약 30㎡, 초임계 염색기의 경우 이산화탄소 저장탱크를 제외한 면적이 약 144㎡로 알려져 있다. 다만 초임계 염색기가 초임계 탱크와 염료 용해조, 고압펌프 등의 부대장치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수 염색기 설치공간은 전체의 약 1/2 정도, 실 설치면적은 72㎡로 기존 고압 액류염색기의 2배가 조금 넘는다. 그러나 고압 액류 염색기의 경우 염색기 자체에 조액탱크 등의 주변장치가 부착된 상태에서 설치면적을 따지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하면 설치면적은 4배 이상이다.
염색 비용의 경우 염료약품을 50% 이상 절감하고 염색용수와 에너지 절감량도 매우 커 염색료 하나만을 떼어놓고 보면 기존 염색법에 비해 40% 정도 저렴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국내 염색기 전문 업체 대표는 “솔직히 이 시국에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초임계 유체 염색기 에 투자할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2023~2024년 자사가 40%를, 정부가 60% 비용을 부담하는 스마트 사업을 추진했지만 대구 지역의 염색업체들의 참여률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에 경기 반월에서 염색기계 8대를 판 것이 전부고, 올해는 아직까지 한 대도 팔지 못할 만큼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전무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초임계 유체 염색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면 국내외 염색기 전문 업체들이 너나할 것이 없이 개발에 뛰어들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원단 촉감 문제 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생산 효율성 측면이다. DyeCo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태국에 설치한 초임계 유체의 적정용량은 100~125 kg(최대용량 200kg) 기준으로 총 염색시간은 약 120분(2시간)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전처리는 초임계염색기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간까지 고려하면 그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고압의 액류염색기나 기류염색기에서의 전처리를 제외한 순수 염색시간 약 120분 미만이기 때문이다. 전처리까지 고려한 두 염색기 간 시간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전 처리를 연속공정으로 처리한 후 초임계염색을 실시하면,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또한 고압염색기의 경우 전처리 후 바로 염색공정에 들어가지만 초임계 염색의 경우 건조공정을 거쳐야하고, 초임계 유체 염색이 후 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도, 간혹 염색 중 형성되는 삼중체(염료, 올리고머, 이산화탄소)로 인해 후 세정을 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염색기 세정도 컬러가 바뀔 때는 물론 삼중체(trimer) 형성을 우려해 매 공정마다 용제세정이라는 강한 세정공정도 반드시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실 염색시간은 더 길어질 것이라는 것 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최근 다이쿠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염색시간은 3시간(색상과 무관/가압 및 감압 포함)이다. 작업 배치(Batch)의 경우 ▲Knits 140~180㎏ ▲Woven 100~120㎏(low permeable)/Woven 140~180㎏(high permeable) ▲Yarn-up to 200㎏이며, 염색 튜브당 24시간 기준 7~8배치다. 염색이 가능한 소재로 PET, PET/Spandex(high & low content), Sorona, T400&PBT, PLA, Acetates, UHMWPE(PP/PE) 등이다. “염색업계, 향후 2030년 SCOPE 3 적용 대비해야”
Kasper Nossent 다이쿠(DyeCoo) 아시아 지사장은 “오늘날 선형적인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소재 순환성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순환성을 가능케 하려면 청정 공정이 필요하다”며, “섬유산업은 물, 화학물질,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화학적 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나 공정 기술 또는 청정화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만 순환성과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2030년 적용되는 SCOPE 3(간접 배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탄소 배출과 물을 사용하는 2차 협력사 즉 염색공장의 청정 공정기술 도입이 시급하다”며, 스코프 3에 해당하는 공장 중 염색공장이 탄소 배출량의 95%를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SCOPE 3’는 기타 간접 배출, 즉 SCOPE 1,2를 제외한 모든 단계의 간접배출로 기업이 소유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자산까지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 조달부터 출고 이후 사용 단계까지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한다.
기업 활동의 결과이지만 기업이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은 시설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임대한 자산, 프랜차이즈, 아웃소싱 활동, 판매된 생산품과 용역의 이용, 폐기물 처분 등이 포함된다.
Kasper Nossent 아시아 지사장은 “따라서 본사만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SCOPE 3이기 때문에 2차 협력사들의 탄소발자국도 줄여야 한다. 아니면 수직 계열에 있는 1차 협력사들에 대한 발자국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습식→건식 염색 구조 전환, 과제 해결
탄소 중립 실현과 향후 염색공장을 포함한 SCOPE 3에 대한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화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임계 유체 염색 등 다양한 물 없는 염색가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단순히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 또는 상용화 문턱을 넘어야 한다.
다만 습식 기반의 염색 산업 구조에서 건식으로 전환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물 없는 염색가공기술과 염색장비 등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동시에 앞서 언급한 막대한 비용에 따른 국내 염색기업들의 투자 여력, 기존 습식에서 건식으로 전환 시 가공기술의 숙련도 달성 및 기존 작업자들의 새로운 기술 숙련에 대한 거부감, 생산 효율성 등 다양한 문제들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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