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가 9일 개최한 ‘제3회 섬유패션 CEO 조찬포럼’에서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우리 산업정책이 여전히 ‘평등주의적 재원 분배’에 머물러 있다”며 “글로벌 경쟁 질서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이날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 한국 산업의 과제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세계화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 주요국은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WTO 규범에 스스로 갇혀 적극적 산업정책을 기피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 Science Act)’과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사례로 들며 “선진국은 환경·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산업 보조금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정책은 특정 기업 특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확보 수단”이라며 보다 능동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대중국 무역 관계 변화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권 원장은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첨단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최종재를 생산해 세계로 수출하는 분업 구조로 동반 성장했으나, 최근 중국의 자급자족 전략으로 협력 관계가 사실상 깨졌다”며 “2023년에는 수교 이후 처음으로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ICT 붐 이후 우리 산업은 역동성을 잃고 진입·퇴출률과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생산성마저 정체돼 성장 잠재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원장은 산업정책 목표 재설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환경·삶의 질, 공급망 안보 등 다양한 요구가 얽혀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규모의 경제가 크고 국제 경쟁력이 입증된 산업일수록 정책 효과가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 인센티브와 글로벌 지향적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교한 정보 수집 능력과 건전한 기업 환경이 갖춰질 때 산업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난 20년간 주력 산업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단순히 정체로만 볼 게 아니라 그만큼 경쟁력이 강한 분야라는 방증”이라며 “기존 주력 산업을 확장하는 형태의 신산업 발굴과 제조업 기반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정세 변화에 단기적으로 흔들리기보다 정부가 나서되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전략적 균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병오 섬산련 회장은 “K-팝과 K-푸드가 세계를 휩쓴 것처럼 K-섬유, K-패션도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업계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섬유패션산업 발전과 함께하는 경제전문 언론 TIN뉴스 구독신청 >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TIN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