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벨상 수상에 “언제까지 부러워만”

‘기초과학 강국’ 일본, 꾸준한 지원과 투자 결실
2025년 기준 해당 부문 노벨상 수상자 27명 배출
단기적 성과에 트렌드 쫒는 정부 과학지원정책이 발목

TIN뉴스 | 기사입력 2025/10/10 [14:52]

  

[칼럼] 김성준 편집국장=추석 연휴 들려온 일본의 노벨상 수상 소식. 이를 지켜보자니 그저 부럽고 배 아프다. 올해까지 일본의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는 총 27명(물리학상 12명/화학상 9명/생리의학상 6명). 이 중 70%(19명)가 2001년 이후 상을 받았다.

 

일본의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의 비결은 단연 기초 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다.

한국연구재단이 2021년 발간한 노벨 과학상 핵심 연구와 수상 연령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들은 연구 착수에서 수상까지 평균 31.8편이 걸린다.

 

반면 우리나라의 과학정책은 기초과학은 무시한 채 단기 성과와 트렌드를 쫒는 과학 정책이 빚어낸 결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원대상이 바뀌고 길어야 5년.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없던 일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노벨상 수상을 위한 국가 전략적 도전을 선언하며, 1996년 고등과학원을 설립했으나 30년이 가깝도록 해당 분야 수상자는 0명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서 일본 정부는 1970년~1990년대까지 대학 중심의 기초과학 연구에 예산을 집중했다. 2001년에는 50년간 노벨상 수상자 30명 배출을 과학기술기본계획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지원을 계속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능력 있는 공학도들은 대학 입학 후 자퇴해 의대에 재입학하거나 학문에 뜻이 있는 공학도들은 미국 등 해외로 나간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2024년 국가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두뇌 유출(36위), 해외 고급 인재 유입(38위)에서 중위권 수준이다.

 

지금도 문과 1등은 서울대 법대, 이과 1등은 서울대 의예학과 진학이 공식화되어 있다. 최근 3년간 서울대 이공계 학생과 카이스트 학생 중 15%가 의예·약대 재입학을 위해 자퇴했다. 2023년 입시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SKY 진학을 위해 정식 모집 합격자 중 28.8%가 등록을 포기하고 의학계열로 진학했다. 여기에 과학고 등 정부가 장학금까지 지원한 우수한 인재들이 결국 의대, 치대, 한의대에 진학한다.

 

더구나 정부 역시 R&D 지원 역시 기초과학보다는 기초과학 예산을 삭감하고 삭감한 예산을 핫하거나 유행하는 산업에 지원한다. 여기에 2~3년 내 성과를 내놓으라는 압박까지. 이러한 단기적인 안목이 우리의 기초과학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섬유의 경우도 순수 섬유소재 개발로는 R&D 예산을 받아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그해 유행하는 키워드를 붙여 예산을 받아낸다. 예를 들면 IT 섬유소재, 스마트 섬유소재 등등. 기초과학을 등한 시하고 단기간 내 성과만을 쫒는 정부 정책과 현 풍토가 기초과학을 말살시키고 있다.

 

결국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는 피하게 된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는 인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2026년 기초과학 연구 예산은 2조7,400만 원, 전년 대비 17.2% 증액된 규모다. 2022년 기준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OECD 국가 중 한국이 4.96%로 이스라엘 다음으로 2위다.

 

반면 일본은 평균 2%에 못 미치는 1%대.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 역시 세계 1위로 일본보다 많다. 연간 과학기술 분야 논문만 6만 편, 일본은 약 10만 편인데 인구와 경제 규모로 놓고 보면 우리가 많다. 정량적 평가 면에서는 우리나라는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정부의 기초과학연구 예산은 10년째 2,400억 엔 내외. 한화로 약 2조 원으로 우리나라 수준이다. 일본 과학계는 기초과학 예산 지원을 늘려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앞서 지적했듯 단기적 성과보다는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목표로 기초과학에 투자한다. 특히 첨단 연구와 인재양성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R&D는 개발비, 즉 산업계의 응용 분야와 기술 개발에 집중되어 있고, 일본은 기초과학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당장 먹고 살 문제 해결이 시급하고 당장 수출을 우선하는 제품 생산에 도움이 될 만한 응용기술 개발에 집중하다보니 기초과학을 등한 시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쓴 소리도 몇 주 지나면 ‘언제 그랬지’하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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