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텍스타일 작가 히무로 유리, 한국 첫 개인전

‘오늘의 기쁨(今日の喜び)’ 12월 31일까지 그라운드시소 한남 개최
일상의 소소한 풍경 천 위의 실로 창조하는 독창적인 텍스타일 아트
대표 ‘스닙 스냅’ 시리즈 중심 텍스타일, 영상, 스케치 170여 점 전시

TIN뉴스 | 기사입력 2025/10/13 [22:01]

▲ 日 텍스타일 작가 히무로 유리, 한국 첫 개인전 ‘오늘의 기쁨(今日の喜び)’ 개최  © TIN뉴스

 

일상에서 스케치한 즐거운 순간들을 천 위에 옮겨놓고 가위질로 직물을 자르며 완성하는 작품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킨 일본 텍스타일 작가 히무로 유리(Himuro Yuri)가 전시 시리즈 ‘스닙 스냅’을 통해 한국에서 첫 개인전 ‘오늘의 기쁨(今日の喜び)’을 선보인다.

 

그라운드시소 한남 개관전으로 12월 31일까지 개최되는 ‘오늘의 기쁨’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기쁨의 순간을 듬뿍 담은 전시로 천의 겉면을 자르면 안쪽에 새로운 무늬가 드러나는 ‘스닙 스냅’ 시리즈를 중심으로, 텍스타일, 영상, 스케치 등 약 170여 점과 신기한 아트 제작 과정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히무로 유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전하는 천을 만든다. 대학원 시절 교환학생으로 갔던 핀란드에서 현재 작업의 기초가 된 자카드 기법을 배웠다. 자카드 기법은 1800년대 초 조셉 마리 자카드가 개발한 자카드 직기의 원리를 이용해 여러 색상의 실을 교차시켜 정교한 무늬를 만드는 직조 방식이다. 

 

 

작가에게 천은 삶 가까이에 스며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소재다. 즐거운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직물을 만드는 데로 이어졌고, 히무로 유리의 독창적인 기법이 담긴 대표작 ‘스닙 스냅(SNIP SNAP)’ 시리즈가 탄생했다.

 

스닙 스냅은 가위질 소리 ‘싹둑싹둑’의 영어 표현으로 겉면의 실을 가위로 자르면 아래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무늬가 드러나는 이중 구조의 직물이다.

 

자르면 자를수록 다양하고 귀여운 형태의 텍스처들이 고개를 내밀어 어디를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파란 실을 자르면 넘실대는 파도가 되고, 풀잎 사이에서는 작은 동물이 불쑥 얼굴을 내민다. 자르는 방식에 따라 하늘에 원하는 형태의 구름을 만들 수도 있다.

 

▲ 日 텍스타일 작가 히무로 유리, 한국 첫 개인전 ‘오늘의 기쁨(今日の喜び)’ 개최  © TIN뉴스

 

일상의 장면을 직물에 담다

 

작가는 일상에서 스케치한 즐거운 순간을 천 위에 옮겨놓고, 세심하게 색과 형태를 선택한 뒤 어디를 어떻게 자를지 결정한다. 그 순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스닙 스냅 작품이 완성된다. 이 ‘자름’의 과정은 작품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로,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회화 행위에 가깝다.

 

전시는 작가가 매일의 산책길에서 마주한 들판, 바람, 하늘, 풀과 꽃 등 일상적인 풍경을 직물에 담아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손으로 실을 엮고 바느질하는 감각적인 작업 방식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작품 자체뿐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손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한다.

 

이 과정을 담은 짧은 동영상은 SNS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특히 로에베와 협업한 인스타그램 릴스는 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작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 日 텍스타일 작가 히무로 유리, 한국 첫 개인전 ‘오늘의 기쁨(今日の喜び)’ 개최  © TIN뉴스

 

작가의 작품은 삶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일상의 사소한 경험이나 스쳐 가는 자연 풍경도 영감이 되어 천 위에 새로이 나타난다. 완성된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사람들이 작가 대신 천을 만지고, 실을 잘라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각자의 이야기를 더한다. 이렇듯 히무로 유리의 작품은 천을 매개로 작가와 사용자 모두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감정을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작가는 마리메코, 포르쉐, 몰스킨, 키티버니포니, 호시노 리조트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한 일본을 비롯해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여러 나라에서 작품을 전시하며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 日 텍스타일 작가 히무로 유리, 한국 첫 개인전 ‘오늘의 기쁨(今日の喜び)’ 개최 © TIN뉴스 

 

반복되는 손의 리듬, ‘작은 기쁨’의 축적

 

전시는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시선은 꽃밭에서 시작해 땅속, 하늘, 바다, 마을, 겨울 호수까지 여덟 개의 세계는 모두 작가가 경험했던 자연, 유년 시절, 유학시절 등에서 상상력을 가미해 펼쳐진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채와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가까운 일상에서도 사람들을 웃게 하는 장면을 찾아내는 작가의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히무로 유리의 작품은 화려함보다는 담담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실을 한올 한올 엮어 나가는 작업은 단순한 수공예를 넘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사소한 기쁨의 축적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작은 기쁨이 쌓여 하나의 직물이 되는 과정이 곧 나의 작업”이라고 말한다.

 

대표작 ‘기쁨이 피어나는 들판’, ‘하늘의 고요’, ‘새들의 노래’ 등은 자연의 요소를 단순화된 패턴과 색감으로 표현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

 

▲ 日 텍스타일 작가 히무로 유리, 한국 첫 개인전 ‘오늘의 기쁨(今日の喜び)’ 개최     ©TIN뉴스

 

직물을 ‘만드는’ 전시, 그리고 ‘발견하는’ 예술

 

이번 전시는 완성된 직물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제작 과정 그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보여준다. 단순히 완성작을 보여주는 데서 나아가 작가의 작업 과정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관람객은 작품이 탄생하는 전 과정을 따라가며 ‘직물을 자르는 행위’가 어떻게 새로운 시각적 세계를 만들어내는지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 한쪽에는 작가의 작업실을 모티브로 재현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히무로 유리의 창작 세계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스닙 스냅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완성된 텍스타일뿐 아니라, 제작 도구와 샘플 직물, 단계별 공정을 통해 작가의 작업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 日 텍스타일 작가 히무로 유리, 한국 첫 개인전 ‘오늘의 기쁨(今日の喜び)’ 개최  © TIN뉴스

 

그라운드시소 한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섬유예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조용하고 느린 작업이 어떻게 하나의 예술로 완성되는지 관객들이 함께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히무로 유리는 “작품은 작업실이 아닌, 가위가 천을 스치는 그 순간 완성된다”고 말한다. 스닙 스냅은 그 한 번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는 유일무이한 텍스타일 아트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장면이 실과 직물 위에서 어떻게 새로운 시각적 언어로 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스닙 스냅 시리즈는 누구에게나 비슷해 보이는 일상에도 나만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음을 열고 매 순간을 충실히 느끼면, 재미있는 무늬가 ‘짠’하고 나타나듯 행복도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을지 모른다. 히무로 유리의 천 위에 펼쳐진 세계에서, 가까이 있지만 미처 몰랐던 오늘의 기쁨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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