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문명 버리고 녹색문명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질 오염의 녹색 전환은 순환 경제’
‘3R(Reduce·Recycle·Reuse)+1R(Replace)’ 기반 재생 가능 원료로의 전환 추진

TIN뉴스 | 기사입력 2026/01/30 [08:35]

 

 

1996년 12월 12일 한국은 OECD의 29번째 회원국이 됐다. 회원국 자격을 얻는 동시에 22개 분야 총 178개에 달하는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도 뒤따랐다. 이 중 71개에 달하는 환경 규제 준수를 위해 1999년 정부는 ‘환경정책기본법 제5조(사업자의 책무)’ 및 ‘제7조(오염원인자의 비용부담책임)’에 근거해 대기 및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화섬기업 등에 대해 환경 관련 부담금 부과를 시행했다. 

 

그러나 당시 외환위기(IMF) 직후 불황을 겪고 있던 터. 화섬업계는 “환경세 추가 부과가 원가 상승과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환경부는 기업의 경영 부담과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환경세 도입을 취소했다. 당시 부담금은 직접적인 환경세 명복보다는 환경개선비용 부담금 인상이나 배출 부담금 강화 형태였다.

 

이후 27년이 흘러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생산자 재활용 책임제도(EPR), 에코 디자인 제도 등 섬유·패션산업의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률 제정 등 제도 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당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재활용과 맹학균 과장은 “환경부는 의류에서 의류로 재활용되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 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 과장이 설명하는 밑그림을 통해 기후부가 추진하려는 의류 폐기물 순환경제의 윤곽을 드려다 볼 수 있었다.

 

맹 과장은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 시대를 살고 있다. 제가 보는 관점에서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하면 기후위기가 오고, 물질로 사용하면 물질 오염 특히 플라스틱 오염이 온다. 이는 250년 동안 묵은 탄소문명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라며, “지금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탄소문명을 버리고 녹색문명으로 넘어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도 녹색 전환 이야기를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즉 화석 연료 문명을 버리고 녹색 문명으로 넘어가자는 것인데 그 에너지 사용의 녹색 전환이 ‘탄소중립’이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질 오염의 녹색 전환은 무엇인가?

바로 ‘순환 경제’다. 순환경제를 이해하려면 순환 경제 패러다임 하에서 의류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는 자원을 채취하고 사용 후 버리는 ‘선형 경제’와 달리, 제품의 재사용, 수리, 재제조, 재활용 등을 통해 자원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며, 자원을 계속 순환시키는 친환경 경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형 경제는 원료의 출발이 재생 불가능한 물질에서 시작된다고 맹 과장은 지적했다. 맹 과장에 따르면 80억 톤의 석탄부터 시작해 원료 가공 및 생산, 유통, 사용, 배출 수거로 흘러서 맨 마지막에 처분에 도달한다. 이 때 ‘처분’은 태워서 대기로 보내고 소각은 대기에 흔적을 남기는 행위다. ‘매립’은 지각에 흔적을 남기는 행위. 그게 쌓이면 계속해서 지구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것을 ▲Reduce(감량)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 등 순환경제 3대 원칙을 중심으로 자원 순환시켜 순환 경제로 돌리자는 것이 기후부의 목표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더 붙는다.

기후부가 제안하는 순환경제에는 기존 순환경제 3대 원칙에 ‘리플레이스(Replace·대체)’가 추가된다. 즉 화석연료와 같은 재생 불가능한 물질 자원을 생물 기반의 재생 가능한 물질로 대체하는 것이다. 목재와 같은 생물 기반 물질로 바꾸면 재생 불가능한 물질자원의 채굴도 최소화시킬 수 있고, 채굴 생산 환경으로의 유실 처분으로 인한 이 환경영향의 총합이 우리 지구가 버틸 수 있는 생태적 수용 능력의 한계 내로 유입되면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물질 사용 패러다임’이라는 주장이다.

 

맹 과장은 “결국 우리가 반드시 제로(0)를 목표로 할 필요가 없다. 지구가 버텨주는 수준까지 줄이자는 것이고, 지금은 지구의 생태적 용량을 한 2배 내지 3배를 넘었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후부의 구상은 의류 폐기물의 선별과 재활용 기술이 뒷받침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의류는 다양한 소재들이 혼용되어 있어 의류 폐기물을 선별해 재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미 20년 전 전 세계 최초로 ‘생산자 재활용 책임제도(EPR)’를 시행한 프랑스 역시 현재 의류 재활용은 고작 10% 미만이다. 나머지 80% 이상은 해외로 수출된다. 이에 프랑스 시민단체들은 의류 폐기물 수출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기후부, 의류 재활용

의류 폐기물 감축·재생 가능한 원료로의 전환


 

 

때문에 기후부는 의류를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이에 기후부는 ‘의류 폐기물 감축’과 ‘재생 가능한 원료로의 전환’ 등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첫째, 감축 즉 ‘Reduce’다. 불필요한 생산량을 일단 줄이고, 팔지 못할 거면 아예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동시에 의류 폐기물을 ‘재고 제품’과 ‘미판매 제품’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맹 과장은 “얼마나 경과해야 재고라고 정의할 것인지는 기업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 이에 기후부는 특정 시점에 만들어 놓고 팔지 않은 제품을 ‘미판매 제품’으로 구분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국내 패션기업들의 소각 현황을 제출 받아 이를 질타한 바가 있어 향후 미판매 제품의 폐기 금지 법제화될 것으로 맹 과장은 전망했다.

 

둘째, ‘한국형 에코 디자인 제도’다.

현재 EU는 ‘ESPR(에코 디자인 규정)’을 통해 제품에 대한 포괄적인 재활용 관련 규제를, 포장재는 ‘PPWR(포장·포장폐기물 규정)’ 규제로 관리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EU 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물리적 제품 즉 ‘공산품은 모두 EU 규제로 묶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EU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환경 관련한 16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재활용 용이성 뿐 아니라 재생 에너지, 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 등의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역내에는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다.

 

이 때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 대한 관련 정보가 너무 많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QR코드에 담아 소비자로 하여금 관련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시행하는 것이다. 특히 2009년 발표된 지침(Directive)을 수정한 ESPR 개정안은 지침보다 구속력을 갖고 있다. 명품·패션 브랜드 대기업의 폐기량 보고 의무화와 미판매반품 직물의 폐기 금지가 포함됐다. 아울러 EU 27개 회원국은 미판매 제품의 폐기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프레임워크)를 설정해야 한다. 단 직원 수가 249명 이하이고 연매출이 5,000만 유로(약 71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에는 4년간 유예되며, 소기업은 제외다.

 

이에 기후부도 기본법, 품목별 위임, 입법 세부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고지와 함께 에코 디자인 포럼 들을 통해 한국형 에코 디자인 제도 및 관련 법령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맹 과장은 “EU가 먼저 시행 중이기 때문에 EU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EU가 제일 먼저 섬유·의류를 타겟팅해 에코 디자인 규정이 도입된 만큼 우리 정부도 EU에서 에코 디자인 규정이 나왔고, 우리도 그걸 받아서 곧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도 제품의 친환경 설계에 관한 법률과 같이 16개 기준 등을 종합해 입법 중이며, 최종적으로 한국형 인증 제도를 만들어 글로벌 상호 인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별 단계에서 쓸 만한 거를 골라 다시 유통을 시키거나 나누어 입든 판매를 하던지 등등 이것이 바로 순환 경제에서 제일 합리적인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순환경제의 핵심은 ‘선별’이다.

맹 과장은 “재활용은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있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제일 큰 숙제다. 현재로선 선별·재활용기술이 어느 수준으로 올라와 주는 수밖에 없다”면서 “옷을 투입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폴리에스터와 면을 각각 분리해 주는 선별 기술이 좀 더 고도화되어야 한다. 단 선별기술은 재활용 기술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재활용 업체들의 요구 조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면 소재 옷에서 솜을 타고 실을 꼬아서 편직해 옷을 만들거나 폴리에스터 소재 옷을 해중합이나 추출 과정을 통해 실을 뽑아낸 후 열 압착을 통해 건축자재로도 재탄생된다.

 

아울러 기후부 김성환 장관이 1월 26일 공개한 ‘올해 지속가능한 탈탄소 순환경제사회 실현을 위한 자원순환국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동일한 재질의 폐의류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단체복을 대상으로 파·분쇄 후 충전재·보온재 등으로 사용하거나, 해중합·을 통해 장섬유를 만드는 순환이용 체계를 구축한다. 폐의류 순환이용 규모 확대 및 경제성 제고를 위한 분리·선별 자동화 기술 등 개발도 병행한다.

 


재생 가능한 물질로의 교체

목재 기반 섬유 ‘MMCF(Man-made Cellulosic Fibers)’


 

마지막으로 ‘재생 가능한 물질로의 교체’다.

기존 석유 기반 화학섬유를 재활용해서 돌아오는 원료나 또는 바이오 기반 원료를 말한다. 기후부는 의류 폐기물 측면에서는 재생 가능한 원료로 ‘목재 기반 섬유 MMCF(Man-made Cellulosic Fibers)’에 주목하고 있다. EU도 이미 MMCF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케미컬이 석유화학 원료 대신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모노에틸렌 글리콜(바이오 MEG)로 페트병을 만들기 시작했다.

 

맹 과장은 “이러한 의무 사용 없이는 열심히 만든 재생원료가 갈 곳이 없다. 사실 그동안은 유럽의 섬유기업들이 구매해왔다. 국내에서는 사주질 않아서 올해부터는 의무 사용으로 재생원료 수요가 생기게 됐다”면서 “결국 생산자에게 의무를 주고 기업들이 재활용 체계를 책임지고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기후부가 설계하고 있는 재생 가능한 물질로의 교체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PET병’이다. 2019년 이전까지 페트병은 고유의 컬러로 브랜드를 구분할 수 있었다. 칠성사이다는 초록색, 환타는 오렌지색 등 다양한 컬러의 페트병이 사용됐다. 그러나 2020년부터 국민들에게 투명 페트병을 따로 분리해 버려달라며, 분리 배출 지침을 시행했고, 그 결과 투명 페트병을 모아 프레이크 칩(Flake chip)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는 페트병 5,000톤 이상 생산하는 롯데, 칠성, 코카콜라, 제주 삼다수는 페트병 생산 시 반드시 재생된 원료(칩)를 10% 섞어야 한다. EU는 이 재생 원료 혼용률은 현재 25%에서 2030년 30%로 올릴 방침이다. 기후부도 현재 10%에서 2030년 3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재생 원료 의무 사용을 시행할 계획이다.


소비자 재사용 활성화 인센티브 모델 도입 추진


 

 

이와 함께 기후부는 소비자 대상의 재사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모델을 고민 중이다. 현재 환경부가 시행 중인 재사용 활성화 정책은 빈 소주병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주는 것 외에는 없다. 

 

반면 미국은 굿윌(Goodwill) 등을 활용해 다양한 보증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이곳에 기부하면 전문가들이 수리 후 10달러(약 1만4,553원) 내외 가격에 재판매한다. 특히 기부 시 별도의 수수료 없이 오히려 기부 물품에 대해 세금 공제를 바는 일종의 ‘기부형 수수료’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가게 등의 모델이 있다. 온라인 또는 전화로 방문 수거를 신청할 수 있고, 비용은 무료다.

 


출고량·미판매 보유량·폐기량·재활용량 등 보고 의무화 추진


이러한 방향으로 가기 시작하면 재생 불가능한 물질 자원을 줄여나가면서 재생 가능한 물질 자원으로의 전환이라는 기후부가 그리고 있는 순환경제의 큰 그림을 실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몇 가지 전제가 있다.

현재 의류 폐기물에 대한 관련 통계나 데이터가 너무 부실하기 때문에 생산자들에게 보고 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12월 30일 기준 출고량, 미판매 보유분, 폐기량, 재활용량 등의 데이터를 기업들로부터 제공받은 후 기후부가 이를 취합해 통계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맹 과장은 “다만 정부가 이를 주저하는 이유는 EPR(생산자 재활용 책임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재활용 기술이 뒷받침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강제로 의무를 부여할 수는 없다. 대신 폐기물 부담금 부과도 고려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와 관련해 4건의 법안이 회기 내 처리되면 정부 역시 의류 관련한 법으로 제정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의류 재활용 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류 재활용 업체들로 구성된 ‘의류환경협의체’ 설립 및 원활한 의류 수거 등을 위한 ‘의류재활용 플래그십’ 단지 조성을 구상 중이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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