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원단이 점유하고 있는 고가 시장과 중국산 저가 원단의 저가 시장에서 한국산 원단은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무기로 중동 원단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또 다른 중동 원단 수출기업 B사 관계자는 “차도르, 아바야 등 중동시장은 컬러나 트렌드 변화에 상관없이 유행을 잘 타지 않아 우리의 경우 15년 이상 단일 아이템이 지속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련’)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동지역 총 수출액은 5억 달러 수준(약 7,461억 원). 전체 수출액의 약 5%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생각 외로 다양한 제품들이 중동으로 수출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신텍스, ㈜성광, ㈜을화, ㈜국제텍(중동 원단 수출상사 어비스텍스타일) 등의 주력 수출품인 로브, 차도르, 아바야 원단 외에도 여러 중소 수출기업들이 견직물, 실크직물, 라미네이팅 직물 등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섬유수출입협회의 ‘2025년 국가별 섬유류 수출실적’에 따르면 상위 20개국 중 중동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8위와 17위다. 대UAE 수출액은 1억7,066만 달러(약 2,508억1,900만 원), 중량으로는 8,444톤, 사우디아라비아는 1억79만 달러(약 1,481억3,106만 원), 중량으로는 1만5,096톤이다. 두 국가의 총 수출액은 2억7,145만 달러(약 3,991억1,294만 원)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수출단가다. 누계 수출단가는 각각 8.30달러/㎏, 6.68달러/㎏이다. UAE의 수출단가는 상위 20개국 평균(5.18달러/㎏)보다 높고, 상위 20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 이는 품목시장, 경쟁상황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더 높거나 고마진 제품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동시에 외화표시 수출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환율이 변해도 단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국내 섬유수출액의 약 5%를 책임지고 있는 중동시장이 중동 분쟁 여파로 위기에 직면했다. 앞서 코로나 상황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충돌로 수출 물량이 급감했던 것과 비교해 지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섬산련 주성호 이사는 “국내 섬유 수출 100억 달러 내외인 상황에서 5억 달러면 5%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단순히 큰 몇 개 업체 뿐 아니라 스웨터, 라미네이팅 등 중소업체들의 중동 지역 수출량도 꽤 된다. 이는 단순히 큰 원단수출업체의 문제 뿐 아니라 이들 기업들과 연계된 협력사의 생계와도 직결되는 문제로 봐야 한다”며 “연합회가 조사한 바로는 대부분이 지금 심각한 상태이고, 현재 운임료는 거의 50~80%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 글로벌 해운사, 중동향 운항 중단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향(向) 해상 컨테이너 운임료가 치솟았다. 3월 초 기준 중동향 해상 컨테이너 운임료는 전주대비 72.3%(약 960달러) 급등하며, 1TEU(20피트 컨테이너당) 2,287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3월 3일부터 수에즈 운하를 피해 희망봉을 경유해 우회하면서 CMA CGM 등 주요 해운 선사들이 컨테이너당 2,000~4,000달러의 긴급 유류할증료(Emergency Bunker Surcharge)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긴급 유류할증료’는 물류, 운송업계에서 전쟁이나 분쟁, 산유국의 담합과 같은 급작스러운 유가 변동 시 선사가 운항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급하게 부과하는 추가 요금이다. 특히 연료가격이 특정 임계값에 도달될 때 임시로 시행된다.
세계 3위 선사 프랑스 CMA CGM은 중동행 화물에 컨테이너당 2,000~4,000달러 긴급 분쟁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운임의 1~2배를 더 내는 샘인데 그러나 발표 직후 돌연 예약을 전면 중단했다. 앞서 세계 1위 해운사 MSC와 2위 머스크가 안전 문제로 중동향 화물예약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CMA CGM도 중동행을 포기했다.
대체 항로를 통하는 것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 외 우회 루트 활용 시 해상 운임은 기존 대비 최대 50~80%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아시아 의류 공급망 혼란 불가피
ZARA, H&M, Primark 등 유럽 패션브랜드의 제조 허브인 남아시아도 발이 묶였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등 남아시아는 걸프 지역 항공사 기반의 화물 운송에 의존한다. 특히 방글라데시 항공화물의 절반 이상이 걸프지역을 경유하며, 인도 화물의 41%가 걸프 지역을 경유한다. 하지만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에디하트항공 등 이 지역 항공사들이 안전을 이유로 항공편을 취소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니트웨어 제조업체 및 수출업자협회(Bangladesh Knitwear Manufacturers and Exporters Association) 모하마드 하템 회장은 “중동지역의 영공 폐쇄로 인한 화물항공편 중단이 이미 항공 운송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란과 오만, UAE를 가르는 주요 해상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폐쇄된다면 해상운송비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국제 유가 급등…합성섬유 등 생산비용 상승
이번 중동 사태는 단순히 중동 섬유수출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석유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았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 뿐 아니라 생산비용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섬유·의류산업에서 전 세계 섬유 생산량의 약 80%가 탄화수소에서 추출된다. 2010년대 초 면화 가격 폭등사태 이후 패션산업은 값싼 합성섬유로 눈을 돌렸다.
이제 합성섬유에 대한 의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패션산업은 운송비 상승 뿐 아니라 원유가격의 장기적으로 급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인도의 폴리에스터 필라멘트사(PFY) 가격이 국제 유가 급등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3월 초부터 상승세다. 인도 생산업체들은 PTA 가격을 ㎏당 약 1.50인도 루피) 인상해 ㎏당 70~80인도 루피(0.76~0.87달러) 수준으로 조정했다. 원가 상승분이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빠르게 전이되면서 POY, FDY, DTY 등 모든 폴리에스터 필라멘트사 가격이 ㎏당 2인도 루피 인상됐다.
수랏(Surat) 등 인도 주요 시장 구매자들은 추가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섬유수출업체들은 물류·보험비용 증가로 인해 수익성 악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료 공급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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