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준 생활폐기물로 버려진 폐의류·섬유는 약 47만806톤, 이 중 88%가 소각·매립됐다. 한국은 세계 중고의류 수출국 4위로, 매년 수십 만 톤 이상 의류 폐기물을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4월 22일 서울시 주최로 열린 ‘서울특별시 의류·섬유 순환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현대이아이(현대E.I) 유영채 대표는 “이 시장도 가면 갈수록 수출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불법 무허가 업체가 난립하면서 재생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가로채기 영업으로 허가업체들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허가를 받은 관련 업체 수만 50~60개사다.
26년 간 폐의류 수집·운반·중간처리 전문 업체 현대이아이는 포천 지역 내 연간 총 3만 여 톤의 공동주택 재활용폐기물을 발생단계부터 수집·운반·중간처리를 통해 기업에 재생원료를 공급하고 폐의류는 동남아, 아프리카 등 30여 국가에 수출해 연간 800만 달러(118억 1,52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또 2018년 넥타이 업사이클링 브랜드 ‘씨밍(seeming)’과 2021년 구제의류 종합 쇼핑몰 ‘레드홀(red hole)’을 자체 운영해 최종처리 후 매립이나 소각으로 버려질 폐기물을 업사이클링을 통해 자원재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유영채 대표는 의류 재활용·재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①폐기물 기준으로 규제 방식 완화 ②정확한 데이터 확보 위해 AI를 도입한 스마트 수거함 운영 ③업사이클 활성화 지원을 제안했다. ▲우선 타 품목과 분리하고 전문 인·허가 업체가 책임·관리하도록 제도의 효율화 ▲재생원료의 관리기준 합리화, 즉 폐기물보다 재사용, 재활용 기준을 적용해 기업이 자원화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 ▲AI 스마트 플랫폼 구축을 통한 정확한 데이터 확보 및 수거 체계 효율성 제고 지원 ▲업사이클 활성화 지원이다. 아울러 섬유 폐기물에 대한 ‘생산자책임 재활용 제도(EPR) 도입’ 필요성도 제안했다.
◆ 의류 수거함 관리·책임소재 부재
헌옷을 수거하기 시작한 건 1998년 IMF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비영리 단체 또는 개인이 헌옷을 수거해 재활용하던 것이 의류 수거의 시작이다. 당시에는 의류를 비닐봉투에 담아 재활용품과 같이 배출·수거했으나 수거과정에서 폐기물화 및 재활용이 곤란해지자 전용수거함 형태로 진화했다.
사유지인 아파트 단지의 경우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부녀회(또는 입주자대표)가 국토교통부 고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11조에 근거해 폐의류 수거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폐의류 수거 사업자와 협의해 의류 수거함을 설치·운영한다. 반면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이 밀집된 지역에 설치된 대다수 의류수거함이 불법으로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의류수거함 운영관리 등에 대한 세부기준이 없어 무분별한 설치 및 관리 미흡으로 민원이 발생해왔다. 이에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의류수거함 설치 및 운영관리 개선 방안’을 국토교통부, 환경부,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에게 권고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2016년 권고에 따르면 총 229개 기초 자치단체 중 23%인 53개 기초 자치단체에서 조례나 지침을 제정하고 있다. 그러나 폐의류 발생량, 처리 방법에 대한 보고 의무가 없어 현황 파악이 안 되고 있다. 단순히 의류수거함 주변 불법투기 방지, 미관 훼손 방지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 순환경제연구실 주문솔 연구위원은 “조례나 지침이 있음에도 업체를 선정하고 수거함을 관리하는 역할을 부여할 뿐 수거량의 보고 체계는 마련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생활폐기물의 처리 책임은 기초지자체에 있으므로 의류수거함 수집량 및 처리량에 대한 자료 확보를 통한 처리현황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향후 수익구조 변화 시 공공수거 역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이민옥 시의원에 따르면 전국의 약 10만5,000 여개 의류 수거함 중 72%가 개인사업자가 무분별하게 운영하고 있다. 수거된 의류의 처리 경로가 불투명하고 재사용률이 저조하다. 이는 서울시 의류 수거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이에 이민옥 시의원은 4월 ‘서울특별시 의류·섬유 순환 활성화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의류·섬유 수거함 설치·운영 기준으로 운영자 정보 표시, 재사용·재활용 분리 처리, 청결 유지 등을 의무화하고, 수거함 운영자에게 현황 신고·처리 실적, 보관·불법 소각 금지 등의 의무 부과를 포함시켰다(제5조·제6조).
또 시장이 의류·섬유 수거함의 위치·운영자·처리 실적 등을 포함한 수거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운영하고, 주요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내용도 담았다(제7조). 제2조(정의)안에는 ‘의류·섬유 수거함은 가정 등에서 배출하는 사용 가능한 의류·섬유를 수집하기 위해 설치한 용기·시설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 “의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적용 대상 포함해야”
사단법인 선 김보미 변호사는 “의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전국의 10만 개 이상 의류 수거함의 70% 이상이 관리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법적 체계 필요성을 지적했다.
현재 EU는 EU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의거, 올해 7월 19일부터 미판매 의류·신발의 파괴를 금지하고 매년 폐기량과 이유를 공개하도록 의무화된다. 앞서 EU 폐기물 기본지침은 2025년부터 모든 회원국에서 섬유폐기물 분리수거를 의무화하고 지난해 9월 지침을 개정해 의류·신발·침구류 등 광범위한 섬유제품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했다.
반면 국내는 현행 법제도의 한계가 있다. 현재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과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2024년 시행)’ 관련 법률이 있음에도 특히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는 의류·섬유 명시 규정이 없고 자원재활용 대상에 섬유·의류가 포함되어있지 않다.
여기에 환경부 지침만으로 한계가 있다. 섬유 폐기물 배출 및 재활용 지침은 주로 폐기물 배출 단계에서의 분리·배출을 강조할 뿐 분리배출 기준이 없고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지원이 없다. 설사 분리배출을 하지 않더라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과태료나 처벌도 거의 없는 수준. 재활용을 해도 재활용 제품의 품질 관리체계가 없어 저품질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폐기물 방지가 최우선”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 정주연 대표는 “폐기물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EU 폐기물 관리 및 폐기 시 우선순위는 폐기물 방지다. 폐기물을 매립지로 보내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섬유·의류 순환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인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공공조달 품목 내 재생소재 사용 확대해야”
국내 섬유 순환 자원분야의 테크기업 ㈜제클린의 차승수 대표는 “재활용 소재는 공공 성격을 띠고 있다”며 “노동력과 에너지, 시간을 더해 가치를 주고 재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와 정부가 공공조달 영역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요창출을 위해서는 공공조달 재생비율을 의무화해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 대표는 “민간 수요 창출을 만들기까지는 오래 시간이 걸린다. 공공조달 품목에 재생소재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재생 카페트를 10% 함유하는 의무를 조례에 넣는다면 관련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서울시, 의류섬유 순환 조례 발의 환영
서울시 송미연 팀장은 “재고, 폐기물 등에 대한 정의, EPR 대상 품목으로 지정, 분리 배출 재활용 등 의무 부과, 또 이에 대한 위반 시 제재가 먼저 법률로 정해진다면 지자체에서 더욱 선명하고 실행력 있는 자원 순환 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에서 제도를 정비함에 있어 포괄적인 기본 틀 안에서 세분화하는 것이 입법 효율성이나 법적 안정성 등 측면에서 더욱 바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1만1,487개 의류 수거함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2025년 기준 폐의류 수거량은 1만1,270톤으로, 수출, 판매, 기증 등의 재활용량이 전체의 85.8%인 9,664톤, 나머지 폐기량은 14.2%인 1,606톤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재활용은 대부분 수출 75%, 국내 판매 9%, 기증 1% 정도. 또한 수거된 봉제원단폐기물량은 2만2,325톤, 이 중 93%(2만7,058톤)가 고형 연료로 재활용됐다. 나머지 7%(1,504톤)은 소각 처리됐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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