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플랫폼 기반 제조 전환에 ‘유럽 움찔’

獨VDMA, “변화의 흐름에 도태되면 누군가의 생태계 내 부품으로 전락”
“시스템 통합·속도·자금조달·표준에 따라 경쟁” 경고
中·日·獨 기계 메이커 14개사, 장수성 섬유클러스터 내 기계·장비 공동발주계약 체결

TIN뉴스 | 기사입력 2026/05/04 [14:14]

“중국의 조직적인 클러스터 모델과 통합 구매 방식은 전례 없는 규모로 표준화되고 플랫폼 기반의 제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텍스프로세스(Texprocess) 전시회에서 소개된 보고서 ‘미래의 실마리들(Threads of the Future)’은 중국이 더 이상 순수한 비용만으로 경쟁하지 않고 시스템 통합, 속도, 자금 조달 그리고 점점 더 표준에 따라 경쟁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3,600개 이상 회원사를 둔 유럽 최대 기계 및 플랜트 엔지니어링 산업협회인 독일 기계공업연합(VDMA·Verband Deutscher Maschinen- und Anlagenbau)이 의뢰해 스위스 컨설팅회사 게르지(Gherzi)가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2035년까지의 경쟁력은 연결된 생산 시스템, 개방형 인터페이스, 반복되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수익, 그리고 시스템 수준의 지표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나가지 않는 기계 메이커들은 다른 누군가의 생태계 내 부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통합 조달

 

 

보고서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 핵심 메시지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최근 소셜 미디어에 발표된 내용을 통해 유측할 수 있다. 일본의 무라타(Murata)와 독일의 트뤼츠슐러(Trützschler)를 포함한 기계 제조업체들이 중국 장쑤성 성쩌(Shengze)에 있는 14개 기업에 통합 와류 방적 공정을 위한 약 1,600대의 기계 및 장비를 공급하는 역사적인 공동 발주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무라타와 트뤼츠슐러는 오랜 파트너십 관계로 트뤼츠슐러의 통합 드로우 프레임(IDF)와 무라타의 VORTEX 기계를 결합한 최첨단 솔루션 ‘IDF VORTEX 스피닝 공정’은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VORTEX 방적시장의 혁신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각각의 강점이 결합해 생산과정을 성공적으로 간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고객에게 일관된 고품질 생산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성쩌는 2,500개 이상의 섬유 기업과 수천 개의 무역 회사가 긴밀하게 통합된 산업 기반 내에서 운영되는 세계에서 가장 집약적인 섬유 생태계 중 하나다. 섬유, 원사, 직물 및 가공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규모의 생산 능력을 자랑하지만, 오늘날 성쩌를 차별화하는 것은 단순히 생산량만이 아니라 ‘고도의 조정 및 통합 시스템’이다.

 

새로운 성쩌 글로벌 친환경 섬유 고급 제조 프로젝트는 여러 개의 완전한 방적 공정을 동시에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 온다. 이는 점진적인 확장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과 공급업체와의 협력 강화 측면에서 즉각적인 상업적 이점을 제공하는 통합 구매를 중심으로 한 동시적인 변혁이다.

 

하지만 그 진정한 영향은 더 깊은 곳에 있다.

이에 참여하는 14개 중국 구매 기업은 기계를 공동으로 구매함으로써 생산을 효과적으로 표준화하고 있다. 장비 플랫폼, 공정 매개변수, 운영 방식이 점차 수렴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클러스터 전체에 걸쳐 공유된 산업 논리가 구축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기술 이전이 가능해지고 교육 효율성이 향상될 것이며, 유지보수 및 서비스 시스템 또한 여러 사업장에서 최적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통된 기술 기반 위에 구축되기 때문에 생산 능력의 유연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점이다.

 

■ 구매를 넘어

 

이러한 ‘통합 구매’는 단순한 구매를 넘어, 산업 수요 측면의 발전 추세를 면밀히 반영하는 클러스터 차원의 산업 공학 메커니즘으로 발전하고 있다. 쉬인(Shein)과 테무(Temu) 같은 플랫폼은 의류 생산의 미래가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시스템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제조 공정이 분산되어 있지만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긴밀하게 조정된다. 이러한 플랫폼은 공급업체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표준화, 속도 및 대응력을 중요시한다.

 

Shengze의 접근 방식은 Shein과 Temu 모델의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여러 기업에 걸쳐 기계와 공정을 통합함으로써, 이 클러스터는 효과적으로 공유 생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표준화된 Vortex 방적 설비는 특정 원사 유형,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합성 섬유 및 혼방 직물 분야와 관련된 원사의 생산량을 신속하게 늘릴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통합 조달은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플랫폼 호환 제조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 보호무역주의

 

중국 방직공업연합(CNTAC) 쑨루이저(Sun Ruizhe) 회장은 3년 전 국제섬유제조업협회(ITMF) 연례 총회에서 중국의 접근 방식에 대해 드물게 솔직한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경제 문제의 정치화가 심화되면서 세계 섬유 제조 및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됐고, 2018~2022년 사이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섬유·의류 제품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주로 미국의 물가상승률 감소법(IRA)과 EU의 유럽 경제 안보 전략(EES)과 같은 보호무역 정책의 결과였다.

 

쑨루이저 회장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는 경제와 무역의 규칙을 무너뜨리고, 신뢰의 기반을 약화시키며, 비용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도입된 무역 장벽 정책의 수는 매년 거의 2배씩 증가해 2022년에는 약 3,000개에 달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2023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주요 원자재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는 지난 10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세계적인 상황은 2023년 11월 이후 더욱 악화됐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25년 새로운 무역 무기로 관세를 적용키로 한 결정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심화시켰다.

 

하지만 2023년 말까지 중국섬유의류협회는 20만 개 이상의 기업을 통합하는 약 210개의 섬유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이 중 10개 클러스터는 연간 총 산업 생산액이 100억 달러(14조7,210억 원)를 넘어섰고, 100개 클러스터는 10억 달러(1조4,712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러한 클러스터는 Shein과 Temu와 같은 패스트 패션 모델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 갈림길

 

게르지 보고서는 유럽 기계 공급업체들이 이제 분명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즉, 소프트웨어, 서비스 및 라이프사이클 계약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는 상호 운용 가능하고 데이터가 풍부한 생산 생태계의 시스템 설계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해외 생태계 내에서 부품 공급업체 역할에 머물면서 표준, 데이터 접근성 및 가치 창출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 놓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시나리오 모두 현실적이며, 그 둘을 가르는 결정은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연구는 성공을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향후 3년 내에 유럽 내 디지털 기반을 신속하게 구축하고, 재봉 병목 현상과 품질 문제를 해결하며, 참조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것이다.

 

■ 효과적인 수단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없는 신규 기계는 공급하지 않도록 하는 조달 규정은 로드맵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며, 이러한 규정이 어디에서 시행될지는 환경적 여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에너지 비용, 규제 명확성, 벤처 자본 접근성, 기술 개발 및 개방형 표준 지원이 유럽 또는 다른 지역에서 리더십 시나리오가 실현될지를 결정할 것이다.

 

게르지는 ‘미래의 실마리(Threads of the Future)’에서 제기하는 질문들이 바로 그들이 매주 고객들에게 해답을 제시하는 질문들과 같다고 말했다. 즉, 기계 사업을 시스템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법, 실제 생산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자동화 로드맵을 설계하는 방법, 지역 생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조직과 역량을 구축하는 방법 등이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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