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을 쓴 배상준 외과전문의(낭만닥터 SJ)는 독일 맥주 여행을 책으로 펴낼 정도의 맥주 마니아다. © TIN뉴스

 

 

하루 종일 일에 치여 지내다 보니 어느새 오후 4시 반입니다. 이제 2시간만 버티면 저녁 시간입니다. 지인들과 저녁을 먹는데 술과 뒷담화가 빠지면 허전합니다.

 

김만중은 소설 구운몽에서 주인공 성진을 통해 술을 ‘광약(狂藥)’ 즉, 미치게 하는 약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만 사람이 늘 멀쩡하게만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술 한 잔을 하루의 스트레스를 마음껏 날려주는 광약이 아닌 명약(名藥)이라고 생각하고 마실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잔만 마시지 않습니다. 취할 때까지 마십니다.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시다 보면 살이 찝니다.

 

20대 초반 몸무게와 지금이 다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술을 많이 마셔서일 수도 있습니다. 뭐, 설마 일을 열심히 해서 살이 찌는 것은 아닐 겁니다.

 

술을 마시면 간, 췌장, 위장 등 신체 모든 장기에 안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간, 췌장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외면하고 살 뿐입니다. 반면, 푸짐하게 늘어만 가는 뱃살과 턱살은 매일 보입니다.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을 볼 때마다 술을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살찌는 이유가 술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안주를 많이 먹어서 그런 걸까요? 자꾸만 술에 면죄부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술을 마시면서 저녁을 먹으면 식사량이 많아집니다. 서울역 노숙자들은 안주 없이 강소주만 마셔서 마른 체형입니다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점심때 식사로 먹는 냉면 한 그릇, 된장찌개백반은 술 마시며 먹는 저녁 시간에는 고기를 먹고 먹는 후식으로 둔갑합니다.

 

4명이서 중국집에 가도 점심때 술 없이 먹는 양과 저녁에 술 한 잔 마시며 먹는 양은 차이가 많습니다. 

 

술을 마시면 적게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잊게 되고 포만감도 잊게 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만 인지상정 때문에 살이 찝니다.

 

두 번째로 술을 많이 마시면 살이 찌는 이유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하 에탄올) 때문입니다. 에탄올은 1g당 7kcal의 열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수화물(4kcal/g), 지방(9kcal/g)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고열량입니다. 소주 1병(360ml)을 마시면 약 50그램의 에탄올을 같이 마시게 되어 350kcal의 열량이 몸 안에 들어옵니다.

 

5도짜리 생맥주 500ml 한 잔의 열량은 140kcal입니다. 참고로, 밥 한 공기가 200~300kcal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추가되는 술을 많이 마시면 살찌는 세 번째 이유가 있습니다. 맥주, 막걸리, 와인은 발효주는 증류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단백질, 미네랄, 당분이 남아 있습니다.

 

술에 단맛이 나는 이유는 술에 남아 있는 당분 때문입니다. 5도짜리 생맥주 두 잔(1000ml) 속에는 당분이 40g 전후로 들어가 있습니다.

 

당분의 칼로리만 계산해 봐도 약 160kcal입니다. 생맥주를 두 잔만 마시지 않고 4, 5잔, 심지어 10잔까지 마시는 분은 앉은 자리에서 달달한 캔 커피를 5캔씩 마시는 것과 같은 칼로리를 마시는 셈입니다. 그래서 살이 찝니다.

 

건강하게 술 마시는 방법은 없습니다. 차선책은 적당히 마시는 것입니다. 이런 칼럼을 쓰면서 항상 적당량을 넘어 마셔대는 제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다음 칼럼은 술을 적당히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말도 안 되는 대표적인 착각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에 대해서입니다.

 

▲   배상준 외과전문의  ©TIN 뉴스

 

 

 

 

 

배상준  

대아의료재단 한도병원  

 

외과 전문의  

bestsurg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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