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여자 환자가 배가 아파 입원했습니다. 외과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배 아픈 환자를 진찰하고 이 환자의 배를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그녀는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습니다.

 

환자가 입원하면 기본적으로 하는 검사들이 있습니다. 다른 검사 결과는 정상인데 유독 혈당이 300이 넘었습니다.(정상 공복 혈당은 100) 약 6년 전 받았던 건강 검진에서 혈당이 높아 당뇨 진단을 받았는데 특별한 치료 없이 지내왔다고 합니다.

 

“왜 당뇨 약을 먹지 않았나요?”라는 질문에 엄마가 대신 대답합니다. “운동이랑 식이요법으로 조절하면 된다고 해서…” 환자는 153cm에 62Kg입니다.

 

“운동하는 체형도 아니고 음식 조절하는 체형도 아닌데, 당뇨에 대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라는 질문에 엄마는 눈을 피하며 한마디 합니다. “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해서…” 엄마가 먹지 말래서 당뇨 약을 먹지 않고 버티어 온 그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합니다. 그녀의 엄마도 딸을 위해서 뭐든 할 겁니다. 그런데 엄마의 고정 관념 때문에 딸의 당뇨는 무시되어 왔습니다. 약은 몸에 좋지 않다. 약을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 역시 혈압약을 5년 전부터 먹었어야 했지만 버티다가 2년 전부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혈압약을 삼킬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 내 젊음은 여기서 끝이다” 심지어 늙고 힘 빠진 채 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한 꿈을 꾸다 깰 정도였습니다.

 

음식으로 지병을 고치겠다는 생각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나오는 혈당을 낮추는 식품 대부분이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효과가 없어 약으로 허가를 못 받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것입니다.

 

▲  당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뽕잎, 여주로 혈당을 조절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 TIN뉴스

 

그나마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뽕잎, 여주를 먹어서 혈당을 조절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양을 먹어야 합니다. 뽕잎 50그램, 여주 100그램, 이런 식으로 일정한 양을 매일 정확히 먹기도 어렵습니다. 먹기도 불편합니다. 매일 여주 삶은 물을 한주전자씩 먹을지 당뇨약 한 알을 먹을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저는 40대 후반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진료실 서랍에서 혈압약, 대머리약을 꺼내 먹습니다. 혈당이 110정도 나오는데 예방을 위해 당뇨약도 먹습니다. 2년 전의 고혈압 환자가 되었다는 자괴감은 이제 자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약을 열심히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활 습관을 조절하게 되어 약을 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약을 안 먹고 버티는 사람은 생활 습관 조절도 잘 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과 관찰을 하는 것인지 방치하는 것인지 살면서 항상 살펴야 합니다.

 

복통으로 입원한 그녀는 3일 후 퇴원합니다. 퇴원 당일 아침 회진 때 환자에게 신신당부를 합니다. “이제부터 당뇨에 대해 약 잘 드시고 관리 철저히 하세요.” 그러나 엄마는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을 짓습니다.

 

“보호자분, 제 말 이해하시죠?”라고 말하니, 건강 기능 식품으로 조절하겠다고 답합니다. 어이없습니다. 사람은 역시 한 번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생각을 바꾸기 어렵나 봅니다. 환자를 보면서 저도 삶을 반성하게 됩니다.

 

▲   배상준 외과전문의  ©TIN 뉴스

 

 

 

  

배상준  

대아의료재단 한도병원  

 

외과 전문의  

bestsurg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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