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시적인 방법으로 고래를 사냥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래잡이가 허용된 라마레라 마을 © TIN뉴스

어린 제자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다가 문득, 그들 나이의 나를 지금의 내가 가르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3살 어린 나의 소망은 ‘세계적인 브랜드 만들기’, ‘패션 메이커 만들기’였다.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롤모델도 없었다. 그냥 막연히 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무조건 파리로 가야 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에 가서 그들에게 나의 디자인을 보여줘야 한다!” 그 당시 나는 나의 디자인에 대하여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고, 무척 급했다.

만약 할 수 있다면, 그 시절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조금 천천히 해도 된다…”

세상은 오늘도 새로운 지식들을 쓰나미처럼 쏟아 놓는다. 50이 훌쩍 넘은 지금도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은 태산처럼 쌓여 있다.

그래도 패션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서툰 노력과 많은 실패를 경험하며 소중한 지식을 얻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감각과 창작을 위해 며칠씩이나 밤을 새울 수 있었던 체력을 잃었다.

경험으로 얻은 소중한 지식들은 창작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시작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젊은 감각’과 ‘경험’ 이 두 가지는 절대로 정점에서 만날 수 없다. 젊을 때는 경험이 모자라고, 경험을 얻으면 젊은 감각이 떨어진다.

하지만 감각과 경험의 절묘한 조합은 인생에 여러 번 찾아온다. 그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고 해서 세상이 나를 위한 상황으로 전개되진 않는다. 섣부른 결정으로 내가 가진 것을 탕진하기보다 세상의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항상 내일보다 나은 체력과 어제보다 아까운 시간이 흘러간다. 매 순간 좋은 경험,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계획들을 세워보라고 충고해 주고 싶다!

지금 생각하는 가장 미래적인 조직에 참여해라!

패션은 미래를 준비하는 직업이다. 미래는 매일 아침 눈앞에 나타난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과거의 패션 속에서 살게 된다.

시간이 나는 대로, 돈이 생기는 대로, 체력이 허락하는 대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지금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한 항상 최적의 순간이다.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라!

죽을 때까지 고민해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머리가 잘 돌아갈 때 미리미리 생각해 놓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계획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멘토의 조언이 필요하다. 만약 멘토가 있었다면 나의 실수 중 절반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감각과 경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룰 때 멘토의 동의를 구해 작게 사업을 시작해라.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다. 나에게 없는 장점을 갖은 사람과 협력할 수 있다면 혼자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미래를 함께할 훌륭한 동료와 기회를 기다려라!

체력을 지켜라!

30대가 지나면 망가진 몸은 회복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끊임없이 기회가 찾아온다. 모든 기회가 나의 것은 아니므로 선택해야 한다. 기회 중에 가장 미래적인 제안을 받아들여라!

패션 디자이너로써 선택의 기준은 항상 “문화를 진보시키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느냐” 보다 “행복할 수 있는가”이다.

완벽한 것 같은 계획도 항상 어느 정도는 오차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때는 “그러려니” 하길 바란다.

라마레라의 고래잡이처럼 살아라!

“고래는 날마다 나타나지만 잡는 것은 운명이다. 그리고 항상 고래는 있다!”

▲ 심상보 건국대 교수  ©TIN뉴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이새FnC 상무이사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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