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 TIN뉴스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 경제규모의 성장과 더불어 MZ세대들의 소비성향의 변화로 2020년부터 한국의 와인 소비량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20년 와인 수입량은 전년대비 33% 성장한 6천만 병(750ml기준) 가까이 수입되었다. 그리고 2021년 8천5백만 병, 2022년에는 7천5백만 병의 추세로 음주가능인구(20세 이상) 기준으로 연평균 2.5병을 소비하는 시장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와인을 즐기는 인구와 음주량이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로 멈추었던 해외여행이 보다 활성화되게 되면, 와인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견이 된다. 

 

연평균 40병 이상을 소비하는 유럽 국가들이나 와인 생산량이 세계 4위, 5위에 이르는 미국 호주에서의 와인 소비문화가 일본이 그랬듯이 더욱 빠르게 한국에도 퍼지게 될 것이다.

 

▲ 750ml 병 와인 수입 현황  © TIN뉴스

 

최근 2~3년 사이에 급성장하는 한국의 와인 소비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신/구대륙을 아우르는 수입국가가 다원화되기 시작했고, 와인 종류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저가 대량 와인이 등장하고, 초고가 와인의 존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집 앞의 편의점까지 와인 매대가 들어서고, 매장배달로 다양한 와인의 주문이 가능해졌다. 구매가 쉬워진 와인 소비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종류와 천차만별의 가격구조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은 와인 애호인들에게는 항상 풀리지 않는 퍼즐과 같다. 

 

“와인이 왜 이리 복잡하지? 과연 와인의 품질(맛)과 가격은 비례하는 것일까? 지금 마시는 와인이 현지에는 얼마일까? 가성비 좋은 와인을 어떻게 찾지? 오늘은 얼마짜리 와인이 적당할까?”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질문이다.

 

필자도 이 질문을 시작으로 와인을 학습하고 연구하고 있으며, 지금도 변화하는 해답을 찾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특히 와인 가격과 관련된 애호인들의 관심은 더욱 직관적이다.

 

더욱이 해마다 전 세계 1천여 종에 이르는 포도품종으로 10만여 양조업자가 쏟아내는 40만 종에 이르는 와인종류가 빈티지(포도 수확연도)에 따라서 매년 누적이 되면서 쌓여가는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이다. 

 

이 과정에 형성된 가격의 역동성은 그야 말로 변화무쌍하다. 전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자유시장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격 구조이며, AI 기반의 초연결시대이기는 하지만 국가별 음주 규제에 따라 인터넷상으로 가격개방(open pricing)과 공유도 매우 제한적인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 개별 와인의 실시간 소매가격 비교와 적정가격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100% 가까이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와인소비시장은 관세청의 공개된 수입 자료를 활용해서 와인가격의 전체적인 수준과 경향에 관해서 분석하고 이를 소비자 가격으로 유추해서 현명한 와인구매에 도움이 되고자 정리해 본다.

 

세계무역품목표준에 의하면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 2리터 이하 와인(레드+화이트), 10리터 이하 와인으로 구분하여 무역거래를 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2리터 이하 와인 수입량과 금액을 토대로 통상의 750ml 와인 한병으로 환산한 750ml병당 US$ 평균가격으로 현지 생산자의 판매가로 2013년 $4.3에서 2022년까지 $6.16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 2년차인 2021년에는 전년대비 상승폭이 높다. 이는 와인소비의 고급화의 전환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현지의 생산자에게 물건 값으로 지불하는 금액이고, 이를 국내의 소매 배송을 위한 물류창고까지 가져오는 데는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국제운송비(배 또는 비행기), 각종 세금(부가세, 주세, 교육세 등), 통관부대비용(국내운임, 각종수수료) 등으로 평균 수입물품대의 70~100%정도 소요가 된다. 이것이 유통마진을 제외한 판매준비 원가인 것이다. 

 

환율은 항상 변동성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평균 환율 1280원/$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2013년 9,400원/750ml병에서 작년 기준 13,400원/750ml병이다. 이것이 우리가 마트나 와인숍에서 보는 수많은 모든 와인의 최초 평균판매원가인 것이다. 

 

물론 이 가격은 수입업자의 원가이기에 여기에 적정이윤을 붙여서 도매상에게 판매를 하고, 이는 도매상의 마진이 붙어 소매상의 창고로 입고되고, 소매상의 이윤추구 성향에 따라 와인가격은 다른 가격표로 매대에 진열되게 된다. 

 

결국 같은 와인 다른 가격은 소매상의 이윤추구 성향에 의존하게 되어 있으며,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과 판단이 슬기로운 와인 생활의 시작이 된다. 

 

▲ 750ml 병 와인 평균 수입원가  © TIN뉴스

 

또한 평균값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얼마짜리 와인이 오늘 상황에 합리적인 선택일까?”라는 질문의 근접 해답이 될 수도 있다. 

 

작년 기준 평균수입원가 13,400원의 와인은 유통단계가 여럿을 거치는 경우 3배 이상으로 소비자가 형성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직접 소매 유통망을 소유한 대기업계열 수입사의 기획물량 같은 경우는 최소 2배 정도의 수준으로 소비자가 책정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자가 기준 평균와인 가격은 27,000원~40,000원 정도로 추정이 된다. 결국 이 가격대의 와인이 평균 수준의 와인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면 평균가격대의 와인이 데일리 급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냐 아니냐는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평균가격 이하의 와인은 소비자가격과 비례해서 현지생산자의 판매가가 낮아져야 하기에 그 가격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평균값 이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이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와인 시장 확대와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만 원짜리 이하 와인이 자주 눈에 띈다. 

 

1만 원 이하에 저 자리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가 있었을지, 포도재배와 양조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유통경로를 유추할 수 있다면 가히 경이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병입 와인 내에서도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평균가격은 차이를 보인다. 해를 거듭할수록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이는 와인 고급화를 레드 와인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숙성과 장기보관이 가능한 고급와인의 대명사는 레드 와인이 대표하고 있다.

 

▲ 레드/화이트 와인 평균수입 원가 비교  © TIN뉴스

 

샴페인으로 알려진 스파클링 와인의 수입량과 평균 수입 원가를 보면 증가세와 고급화의 경향은 일반 와인과 동일하다. 

 

다만, 병당 수입평균원가는 일반와인에 비해 높아서 2022년 기준 19,000원/750ml병으로 소비자 평균가로 추정하면 38,000원~57,000원 정도이다. 

 

유통기한과 보존기간의 한계 때문에 수입 종류나 물량이 많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의 특성상 실제 와인 매장에서 체감하는 평균가격대와 거의 일맥상통 하는 수치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원조인 샴페인은 대체적으로 평균이상의 가격대로 스페인의 까바나 이탈리아의 스푸만떼, 프랑스의 끄레망 등은 평균가격대 이하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선택은 언제나 소비자의 자유의사에 따르면 된다.

 

▲ 스파클링 와인 수입 현황  © TIN뉴스

 

▲ 스파클링 와인 평균 수입원가  © TIN뉴스


그리고 2017년부터 수입 와인 품목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등장한다. 3리터 팩에 담긴 대용량 와인이다. 와인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박스채로 쌓여 있는 코크팩 레드 화이트 와인을 보셨을 것이고, 테이블 와인으로 즐기시는 애호가도 많은 듯하다. 

 

아래 도표를 보면 2017년 30만 팩에서 2022년에는 90만 팩으로 3배가량 수입이 늘었다. 가격 또한 매우 매력적이다. 작년 기준 3리터 팩의 평균수입원가가 11,700원으로 750ml 병입 와인보다 4.5배 이상 저렴하다. 3리터 팩 당 소비자가를 추정하면 23,400원~35,100원으로 극 가성비의 와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코크 방식 포장으로 산소유입이 되질 않아 개봉 후에도 1개월 정도는 무난하게 나눠서 마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기 위한 생산업자의 눈물겨운 노력(?)은 품질에 고스란히 반영이 되었을 것이다. 

 

▲ 3리터 팩 와인 수입 현황  © TIN뉴스

 

▲ 3리터 팩 와인 평균 수입원가  © TIN뉴스

 

이상으로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와인 소비시장의 가격동향을 관세청 자료를 근거로 살펴보았다. 와인 구매와 소비의 만족도는 가격에 정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평균의 함정도 있지만, 수월성도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서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즐기다 보면 보다 풍요롭고 슬기로운 와인 문화생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다음호에는 “같은 와인 ≠ 다른 가격”으로 연재를 이어가고자 한다.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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