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단의 비용을 수출로 바꿀 때다”   © TIN뉴스

 

한국은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다. 분단이라는 현실은 막대한 국방비와 상시 대비 태세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 ‘비용’은 역설적으로 한국 산업에 독특한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바로 국방 기술의 축적이다.

 

그중에서도 지금 주목해야 할 분야는 ‘국방섬유’다. 군복으로 대표되던 이 산업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방탄복과 전투복은 물론, 병사의 생체 신호를 감지하는 스마트 섬유까지 포함된 ‘워리어 플랫폼’의 핵심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 전투복은 더 이상 보호 장비가 아니라, 전투 상태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취약하다.

 

2023년 기준 국내 군수용 섬유 소재의 국산화율은 약 7%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3년째 정체 상태다. 군 피복류 원사의 70~80%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방탄복 등 고성능 소재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나일론66·레이온·면과 같은 기초 소재조차 사실상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의존 구조는 스마트 섬유 같은 차세대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센서와 핵심 부품까지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단순 소재를 넘어 미래 전투체계의 핵심 기술까지 외부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산업 문제가 아니라 안보다. 유사시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전력 유지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전투체계의 주도권마저 외부에 의존하게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시장을 단순 의류 산업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 국방섬유 시장은 약 6,000억~6,800억 원 규모에 머물러 있고, 내수 조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 군뿐 아니라 경찰, 소방, 재난 대응 조직까지 포함된 글로벌 국방 및 공공 안전 부문은 2024년에 약 216억 달러에서 2033년 319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 TIN뉴스

 

국방섬유는 이제 ‘Defense & Public Safety’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군뿐 아니라 경찰, 소방, 재난 대응 조직까지 포함된 영역이다. 2024년 약 216억 달러에서 2033년 319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쟁이 아니라 ‘위기 대응 산업 전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확장이 아니라, 국가 안전을 지탱하는 기반 산업으로의 재정의에 가깝다.

 

여기에 공급망 재편이 겹쳤다. 중동 정세, 지정학적 갈등, 유럽의 군비 확충까지. 이제 방산과 공공안전 장비는 가격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공급’이 기준이 된다. 위기 상황에서도 끊기지 않는 공급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이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국가가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 이스라엘과 함께 군수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온 몇 안 되는 나라다. K-방산은 이미 무기체계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제는 전차와 전투기를 넘어 전투복, 방탄복, 공공안전 보호장비까지 확장해야 한다. 나아가 개별 제품이 아니라, 전력 운영 전체를 묶는 ‘패키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국산 섬유소재가 결합될 때, 산업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 제조가 아니라 공급망과 표준을 함께 수출하는 구조로 바뀌고,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K-방산 수출실적(억불) 자료: 방위사업청  © TIN뉴스

 

결국 핵심은 전환이다.

 

내수 조달에서 글로벌 공급망으로, 군수 중심에서 공공안전까지.

 

국산화율 7%는 위기의 숫자다. 동시에 기회의 숫자다. 채워야 할 공간이 크다는 것은, 선점할 수 있는 영역이 그만큼 넓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분단은 비용이다. 그러나 동시에 축적된 산업 기반이다. 수십 년간 유지된 긴장 상태는 한국을 ‘준비된 산업 구조’로 만들었고, 이는 다른 나라가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적 자산이 되었다.

 

이제 그 자산을 수출 가능한 경쟁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산화를 넘어 공급망을 장악하고, 내수를 넘어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구조로 경쟁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K-국방의 다음 경쟁력은 무기가 아니다.

 

전투를 지속시키고 생존을 가능하게 하며 위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게 하는 힘, 결국 승부는 그 ‘기반’을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상현 취재팀장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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