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관통하는 저출생과 고령화의 거대한 파고 속에서, 지난 25년간 몬테밀라노를 이끌며 옷을 만들어온 여정은 단순한 패션 비즈니스의 역사가 아니라 아시아 인구 시계의 눈금과 정확히 궤를 같이해 온 시간이었다.
2001년 브랜드를 처음 세상에 내놓을 때만 해도 시니어 여성들이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캐주얼을 즐길 수 있는 중가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정장이라는 무거운 틀을 벗어던지고 캐주얼의 편안함과 화려함을 더한 옷들은 대한민국 베이비붐 세대의 어머니들을 매료시켰고,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거대한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온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가혹하고 빨랐다. 이번에 나란히 펼쳐본 한국, 중국, 일본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 그래프는 매장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체감해 온 거대한 인구 절벽의 충격을 가장 솔직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가장 먼저 한국의 그래프를 보면, 0부터 9세까지의 유소년 인구는 약 296만 명으로 쪼그라든 반면, 충성 고객이자 경제의 주력인 40대와 50대(각각 758만 명, 863만 명)가 거대한 산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밑동은 붕괴하고 허리만 비대해진 이 역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시니어 시장을 겨냥해 온 이들에게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당장 마주한 생존의 경고음이다.
주력 소비층인 5060세대가 그대로 늙어가고 아래에서 유입이 끊기는 구조에서는,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현장은 매일같이 고통스럽게 가르쳐 준다.
눈을 넓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를 관통하며 사업을 전개해 온 경험치로 이웃 나라들을 바라보면, 이 위기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낀다.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중국 역시 50대와 40대가 거대한 정점을 이루고 있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10대와 0~9세의 규모가 가파르게 수축하며 '미완의 성장 덫'에 갇혀 있다. 한 자녀 정책의 후폭풍을 맞은 중국의 내수 시장 역시 머지않아 거대한 은퇴의 파고를 마주할 것이다.
반면 이 인구 시계의 가장 선두를 달리는 일본은 70세 이상 인구가 2,800만 명을 넘기며 꼭대기가 가장 무거운 초고령 사회의 완벽한 스냅샷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지켜본 시니어 시장의 흐름은, 한국과 중국이 앞으로 겪어야 할 예고편 그 자체였다.
결국 이 세 나라의 기울어진 인구 그래프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베이비부머의 등장과 함께 대량으로 옷을 만들고 소비하던 시대의 공식은 이제 완전히 유효기간이 다했다. 5060세대는 더 이상 물러나 앉는 노인이 아니라, 여전히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소비의 주도권을 쥔 가장 강력한 시니어 세대로 진화했다.
시니어들에게 세련된 캐주얼을 입히겠다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처럼, 차가운 인구 통계의 숫자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생존의 길은 존재한다.
꼬여버린 인구 시계의 비대칭 속에서도 멋을 향한 시니어들의 열정은 식지 않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인구 구조의 대전환 속에서, 세 나라를 누비며 쌓아온 경험과 감각으로 이 파고를 넘어설 새로운 패션의 지평을 다시 한 번 그려나갈 시점이다.
몬테밀라노 대표 오서희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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