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유 초토화, 중국은 시작했다

가격약속 악용한 中 헹리社, 삼성물산 앞세워 안방유린

TIN 뉴스 | 기사입력 2012/05/21 [01:40]
안티 덤핑 자체를 비웃는 것인가? 중국산 DTY가 8.69% 덤핑방지관세율에도 아랑곳없이 봇물 터지듯 국내 시장에 밀려온다. 2011년 기준 중국산 DTY 수입물량은 전체 수입량의 70%가 넘었다. 한마디로 파상적인 물량 공세다. 그렇다보니 국내 중소가연업체가 ‘생존을 위협 받는다’며 아우성을 친다. 방치하면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신호탄은 이미 올랐다.
 
자급률 하락은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겠지만 골자는 가격과 품질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수요자는 국내 판매가격이 오르면 싼 해외제품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품질이 나빠도 역시 동일한 움직임을 나타낸다. 문제는 자급률이 떨어지면 가격교란과 국내 산업에 대한 피해가 극성을 부린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산 DTY 수입 폭증 사태가 딱 그 짝이다.
 
DTY는 직·편물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주요 원자재 가운데 하나다. 원사의 굵기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나뉘어 사용된다. 2009년 기준 DTY 자급률은 85%를 웃돌았다. 이 해 DTY 수요는 한국화섬협회 회원사 생산량 5만5868t, 국내 중소 가연업체 추정 생산량 15만t, 해외수입량 2만3137t에 달했다. 문제는 2010년부터 불거졌다. 국내 DTY 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인데 해외 수입 DTY가 급증한 것이다. 2010년 DTY 수입량은 2009년 대비 무려 116.9% 폭증한 5만169t에 달했다. DTY 자급률은 1년 만에 5% 포인트 이상 빠진 80% 턱걸이에 그쳤다.
 
국내 DTY 생산은 화섬업체가 주도해 왔다. 그러나 90년대 들면서 원가상승과 과잉생산이 맞물리면서 대표적인 채산성 악화 품목으로 손꼽혀 왔다. 그러다보니 각 화섬업체가 생산축소 경쟁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가연설비의 중소업체 이전에 매달렸었다. 한국화섬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섬업체의 DTY 생산은 2006년 6만2049t에서 07년 5만8364t, 08년 5만6055t, 09년 5만5868t으로 떨어지는 등 매년 축소지향을 보여 왔다.
 
이 와중에 2010년부터 해외산 DTY가 걷잡을 수 없이 국내로 들어온 것이다. 수입 폭증세는 2011년에도 이어갔다. 11년 DTY 수입량은 전년대비 약 18% 증가한 5만8900t에 달했다. 올 들어 DTY 수입증가세는 잠시 멈칫하는 상황이지만 국내 화섬업체들의 자연생산 감소분을 감안하면 해외산 DTY의 안방유린은 불 보듯 뻔하다.
 
올 1분기 DTY 수입량은 1만4000t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국산은 71%가 넘는 1만t에 달했다. 또 이 기간 중 전체 수입물량은 전년 동기대비 2.9% 감소했지만 중국산은 되레 2.8% 늘었다. 지금 중국산 DTY에 8.69%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덤핑방지관세는 2006년 10월20일부터 3년간 원심 부과에 이어 2010년 5월18일부터 재심 부과기간에 있다. 현실적으로 일반 관세에 덤핑방지관세가 더해지면 가격경쟁력은 사실상 설자리를 잃는다.
 
그런데도 중국산 DTY 수입은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의아스럽기가 짝이 없지만 의혹해소는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중국 화섬업체 헹리社가 당초 약속한 ‘가격약속’을 철저하게 이용한 것이다. 중국 헹리社는 일몰 재심 조사 때 덤핑방지관세율 2.93% 부과받았다. 헹리社 덤핑방지관세율은 당시 중국의 조사대상 업체 3개사에 내려진 8.69% 덤핑방지관세율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갑자기 ‘가격약속’을 들고 나왔다. 그때부터 국내 화섬업계는 중국 헹리社의 ‘가격약속’ 에 감시의 눈을 부라려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가 못했다. 이게 저가·대량 수출의 빌미가 된데다 자급률 추락이라는 부메랑까지 불렀다.
 
지금 국내시장에 봇물 터지듯 밀려온 중국 헹리社 DTY는 삼성물산이 수입대행 창구다. 중국 최대 화섬업체와 한국 거대 종합상사가 손을 잡아 펼치는 국내 가연산업 학살극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또 3.36% 덤핑방지관세율을 부과받은 성홍까지 DTY 한국수출을 호시탐탐 노린다는 소식이다. 국내 가연업계가 “다 죽는다”며 아우성을 지르는 게 빈말이 아니다.
 
일반 관세에 더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데도 이지경인데 한·중FTA가 발효되면 그야말로 끔찍하다.
 

전상열
편집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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