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미얀마 달러화 거래 제한’ 움직임

FATF, 고위험국 재지정 이어 발생한 실질적 금융 리스크
미얀마 수출기업 및 투자진출기업 애로 발생 불가피

TIN뉴스 | 기사입력 2023/03/16 [09:16]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이하 FATF)는 지난해 10월 21일 열린 총회에서 미얀마를 ‘조치를 요하는 고위험국가(High-risk Jurisdiction)’로 분류하고, 세부적으로는 ‘강화된 고객 확인(Enhanced Due Diligence)’ 필요 등급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미얀마는 ‘관찰대상국’으로 조치 단계가 하향됐던 2016년 2월 이후 약 6년 만에 다시 규제 대상 국가로 분류되며, 모든 국제 금융 거래를 엄격히 관리 받게 됐다. 

 

지난 2월 22일~24일까지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개최됐던 올해 첫 번째 FATF 총회에서도 미얀마의 현재 등급 유지가 결정됐다. 이번 총회 결과, 현재 고위험국가 중 ‘대응조치’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란과 북한의 등급도 그대로 유지됐으며, 이보다 낮은 ‘강화된 관찰 대상 국가’ 등급에서는 캄보디아와 모로코가 제외되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가 추가로 지정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국제 금융시장도 중개은행 역할을 주도하는 미국 은행들이 4월 1일부터 미얀마 현지 은행들과의 달러화 거래를 전면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 수출기업, 투자진출기업들의 애로 발생이 불가피해 보인다.

 

먼저 JP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 뉴욕멜론(BNY Mellon) 등 미국계 주요 은행은 싱가포르에 소재한 다른 국제 중개은행들에 “미얀마 현지 은행과의 중개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동시에 싱가포르계 은행들을 통해 미얀마 은행 측에도 통보 소식이 전달됐다.

 

JP모건은 “싱가포르계 중개은행을 통해 달러화를 거래 중인 미얀마 현지 은행들이 통제 대상이며, 특히 미얀마에서 해외로 송금되는 아웃바운드 거래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진출 한국계 은행 미포함

다양한 변수 따라 상황 달라질 수 있어 주의

 

KOTRA 양곤무역관 측은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은 일단 거래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현지 진출 형태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와 별개로 이미 올해 초부터 미국계 은행의 중개를 거치는 달러화 거래가 거절 또는 동결되는 사례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현지 금융권에서는 미국계 은행들의 제한 조치 배경이 미얀마 현지 은행들에 대한 신뢰 부족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얀마 현지 은행의 관리 시스템 결함이나 담당자 부주의로 FATF가 권고하는 ‘강화된 고객확인 절차‘가 적절히 수행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곤무역관에 따르면 현지 진출 금융기관 관계자는 “원래는 ‘의심 거래’로 보고됐어야 하는 송금 건이 미얀마 은행 측의 과실로 통과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밝히며,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은행권들은 현지 은행을 리스크가 높은 파트너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FATF는 회원국들에 국제 규범의 준수를 권고하고 있으며, 주요 회원국은 이 권고에 따라 관리‧감독 기구와 법령을 정하고 자국 은행들이 이를 이행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이 역할을 맡고 있으며, 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서 고시한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 규정’에 FATF 지정 고위험국가의 의미를 정의하고 고객 확인 강화 절차의 준수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 은행들은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관리국(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이하 OFAC)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자신이나 파트너의 과실로 FATF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발견될 경우 OFAC이 정한 법령에 따라 벌금 부과 또는 처벌 조치를 받게 된다. 

 

양곤 무역관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근무 중인 금융권 관계자는 “FATF의 권고를 위반한 은행은 자국 통제기구의 제재를 받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다른 글로벌 금융기관들로부터 외면당하며 국제 결제망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계 은행의 역할과 영향력

 

미국 은행들의 거래 제한 조치는 미얀마 경제에 상당히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제 중개 거래의 구조와 미국계 은행들의 영향력을 살펴보면 그 파급력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 송금을 하려면 외화를 보내는 은행이 수신하는 은행과 환거래계약(Correspondent Contract)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은행이 상호 환거래 은행(Correspondent Bank) 관계가 될 수는 없으므로 일반적으로는 중개 은행(Intermediary Bank)의 도움을 받게 된다. 중개은행은 송‧수신 측 모두와 거래할 수 있으므로 환거래계약이 체결하지 않은 은행 간의 외화 송금 거래를 연결해줄 수 있는 것이다. 중개 은행 한곳이 양측의 거래를 이어주지 못할 경우 경유가 2번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국제 거래를 연결해줘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중개 역할은 글로벌 결제망을 충실히 갖춘 대형 은행들이 주로 맡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JP모건과 뉴욕멜론은행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웰스파고(Wells Fargo), 시티은행(Citi Bank) 등 미국 은행들이 주요 거래의 대부분을 처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JP모건의 경우 100개 이상의 중개 거래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미국계 은행들이 미얀마 현지 은행과의 거래를 제한할 경우 정상적인 달러화 융통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양곤 무역관에 따르면 현지 은행 담당자는 “정확한 수치는 밝히기 어려우나 현재 우리은행의 달러화 거래에 있어서 미국계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다른 현지 은행에 근무 중인 관계자는 “제3국 중개 은행을 통해 내보내는 상당수 해외 송금도 미국 은행들에 2차 중개를 요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 같은 2차 거래까지 고려한다면 미국계 은행이 관여하는 중개의 실제 비중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3국 은행 경유 방안과 한계

 

향후 거래 제한 조치를 받게 되는 미얀마 은행들은 싱가포르 등 제3국의 중개 은행을 통한 달러화 송금을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싱가포르계 은행들은 미얀마가 강도 높은 금융 규제를 받고 있던 시기에도 달러화 중개 업무를 처리해준 바 있으므로 이번에도 마지막 창구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등 제3국 은행들의 결제망이 모든 중개 거래를 처리해주기 어렵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3국 은행들도 달러화를 거래할 때는 미국계 은행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계 은행 관계자가 거래 제한 계획을 밝히면서 “싱가포르 경유 송금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언급한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싱가포르계 은행들이 제재 동참을 요구받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역시 FATF 회원국으로, 국제 금융계로부터 일정 수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얀마의 달러화 거래 규모가 과거보다 커졌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폐쇄 경제 체제를 유지하던 시기에는 제3국 중개 은행을 통해 금융 수요를 충당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개혁 개방을 거치며 달러화 거래 규모가 이전보다 늘어난 상황이므로 미국계 은행의 도움 없이는 이를 전부 처리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기술한 현지 은행 관계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계 은행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확인된다. 양곤 무역관에 따르면 일부 현지 은행 관계자들은 “달러화 대신 중국 위안화(CNY)나 태국 바트화(THB)를 활용해 외환 거래 수요를 충당하겠다”고 밝혀, 제3국 중개만으로는 현재의 달러화 거래를 지탱할 수 없으며 차선책으로 다른 통화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임을 시사했다.

 

對미얀마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달러화 거래 제한 조치는 미얀마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기업은 바이어로부터 송금되는 달러화 수출대금이 동결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바이어 측 은행과 자사 은행을 연결해줄 수 있는 제3국 중개 은행을 찾아야 하며, 거래 은행들이 국제 송금을 진행할 때 반드시 해당 제3국 은행을 경유하도록 지정해야 한다.

 

또한 주로 미얀마 현지 은행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어 측의 부주의로 수출대금이 동결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3국 중개 거래망은 달러화 융통 범위가 비교적 좁으므로 수출기업들은 대금 수령 과정에서 크고 작은 행정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얀마 바이어들이 제3국에 개설한 자신의 달러화 계좌를 통해 대금을 결제하는 ‘훈디(Hundi)’ 거래의 빈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곤 무역관은 “현지 진출기업들 역시 원자재 구매 대금의 송금, 본사로의 이익잉여금 배당, 주재원의 급여 지급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투자진출 기업들도 유효한 제3국 중개망을 미리 확보하거나 일부 한국계 은행을 활용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등의 대응 조치를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국 은행들의 거래 제한 움직임이 서면으로 공식 발표된 사례는 없다. 

양곤 무역관은 “제한 대상의 범위와 구체적인 내용도 현재는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얀마 관련 비즈니스로 달러화 거래를 해야 하는 기업들은 선제적 대응을 위해 자사의 사업 조건 하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황들을 상정하면서 전략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은행권은 현 상황을 가장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관 중 하나이므로 주거래 은행을 통해 중개 거래 중단 동향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웅순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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