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 TIN뉴스

 

소주나 맥주로 넉넉히 취할 수 있고, 가볍게 마시고 싶은 날은 막걸리로 이어가는 일상의 음주에 우리는 익숙했다. 그러던 어느 시절부터 위스키 맛을 알게 되고 와인을 찾아서 즐기게 되고, 전통주도 차츰 복원되고 있어 공급의 종류와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다양성과 고급화에 호기심이 많은 MZ세대들의 음주 소비문화의 성향과 맞물려 주류시장은 더욱 질적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서양식 증류주나 전통주에 비해 와인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에 수입된 와인의 가치(단위 백만 달러)  © TIN뉴스

 

코로나와 한국 경제성장 규모(3050클럽-인구5천만 1인당GDP 3만)의 환경변화와 고령화 사회로 세대 공감의 문화현상이 맞물려 와인시장은 최근 10년간 380% 성장했다. 

 

하지만 2021년에 한국에서 일인당 소비된 술의 종류로 보면 와인은 1.5병(1.1리터/년)에 불과한 반면, 소주는 53병(20리터/년), 맥주는 80병(40리터/년)으로 압도적인 수량이다. 향후 소주와 맥주에서 와인으로 대체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 수치이다.

 

아래의 1인당 와인소비국 세계 10위를 보게 되면 포르투갈, 이태리, 프랑스에서는 우리의 맥주소비량을 추월하고 있다. 이태리와 프랑스는 와인생산 1, 2위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 가히 와인 종주국의 명불허전이다.

 

▲ 20202년 전 세계 주요 국가의 1인당 평균 와인 소비량(단위 리터)  © TIN뉴스

 

성장하는 와인시장 만큼, 대중의 관심도 점점 확대되고 있으나, 복잡하고 다양한 와인의 종류와 분류에 높은 진입장벽을 느끼게 되면서 시장 저변 확대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와인 구매를 위해 샵이나 매대에 방문시 도대체 이해하지 못할 라벨을 보게 되면 더욱 내용물의 이해보다는 가격표에만 눈길이 가게 된다. 

 

그리고 가지게 되는 의문? 정말 와인의 풍미와 가격이 비례하는 것일까? 더욱 의구심만 가득해진다. 필자 또한 초창기에 가졌던 이런 의문을 해소하고자 오랜 시간 와인학습을 이어 왔으며, 와인 애호가로 들어서기 위한 첫 관문이 와인라벨 구별과 이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이나 많은 와인서적을 통해서 라벨 읽는 법이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는 특정 국가의 지역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30만종이 넘는 와인 라벨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와인 개별 라벨의 내용의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와인 샵의 전시구성을 먼저 이해하고 와인의 계통적인 분류와 구별하는 기초방법을 통해서 라벨을 읽고 와인 내용물을 유추하는 능력을 돕고자 한다.

 

첫 번째, 와인구매는 동네 소규모 와인샵보다는 대형마트나 대규모 와인전문유통매장(와인앤모어, 보틀벙커, 라빈, 뗴루아, 세계주류백화점 등)을 가능한 자주 방문 할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대형매장은 모든 와인을 국가별로 구분해서 진열을 해 놓았다.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고 모든 나라가 동일하다. 

 

다만, 주력으로 판매하는 와인생산국의 비중은 다르게 배치 되어 있을 뿐이다. 규모가 큰 매장일수록 나라별에 지역별로 배치하고 있는 곳도 많다. 최근에는 이태리나 프랑스 와인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특화 와인샵이 생겨나긴 하지만, 와인 초심자에게는 크게 추천하지 않는다. 

 

두 번째, 영어를 표준어로 하는 와인에 먼저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세계 10대 와인 생산국 중에 영어를 레이블 표준언어로 사용하는 나라는 미국,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사우스아프리카로 5개 나라나 된다. 이들 나라의 와인에는 자신들의 와인의 특색과 차별점을 자랑하기 위해서 최대한 친절하게 앞/뒤의 라벨에 충분한 설명을 적어 놓고 있다.

 

앞면에는 와인이름(보통은 가문의 이름, 와인생산지의 오래된 동네이름, 고유명사, 스토리명 등등), 빈티지(포도가 생산된 해의 년도 – 양조하고 숙성시켜서 병입 한 년도는 더 느림), 포도생산지역 이름(보통은 국가명안씀, 유명한 지역명, 없는 경우 많음) 그리고 포도품종(까베르네소비뇽, 피노누아, 메를롯, 쉬라, 말벡, 샤르도네, 소비뇽블랑이 거의 90%)이 적혀있다.

 

앞면 라벨만의 정보로도 꾸준히 사진 찍고 기억하면서 국가별, 지역별, 포도품종별로 비교하면서 와인을 즐기다 보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50%는 경험하고 이해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뒷면 라벨에는 보다 많은 정보가 있다. 일단 와인 생산회사의 이름, 주소, 생산지역, 사용된 포도품종 및 브랜딩 비율, 알코올농도 그리고 생산자의 사진 또는 사인 더 친절한 경우는 화려한 영어식 미사여구로 풍미와 텍스쳐 및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영어라벨로 된 대부분의 와인은 프랑스에서 유래된 포도품종이 대부분이다. 영어라벨 와인에 익숙해지면, 불친절한 프랑스 와인을 이해하는 데 대단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부터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와인을 마구잡이로 즐기다 보면 언어와 용어의 혼돈으로 계통정리가 더욱 어려워 지게 되고 와인의 복잡계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게 된다.

 

세 번째, 프랑스 와인에 입문하기를 권고한다. 프랑스는 이태리와 와인 종주국을 다투는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와인의 생산국가이다. 더욱이 포도품종, 재배법, 양조기술, 숙성기술 및 모든 와인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초/최고에 등극했고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와인전문가가 되기 위한 지망생은 필연적으로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다.

 

결국 직업적인 와인 전문가는 불어 소통이 기본 요건이 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천체물리학을 전공해야만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일반인으로 기초 정보만 기억하고 있으면, 프랑스 와인을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 

 

일단 프랑스 3대 와인은 지역으로 나눈다. 많이 들어봄 직한 보르도(남서지방), 부르고뉴(남동 중부), 샹파뉴(파리 북동)의 지방이름이다. 그리고 각 지방의 대표품종 보르도–까베르네쇼비뇽, 메를롯 / 부르고뉴–피노누아 / 론–쉬라 / 샹파뉴–샤르도네, 피노누아 정도만 기억하고 있으면 기본적인 계통은 알게 된다.

 

또한 불친절한 와인 라벨의 시작점은 이런 기본용어들을 프랑스 와인병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와인 생산지이고 품종이라서 누구나가 지명과 품종을 매치해서 알고 있다고 생산자들은 굳건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조차 너무 넓은 지역을 의미하기에 그보다 작은 지역명이나 동네이름이 적혀 있으니, 별도로 세부지도를 보고 찾아봐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보르도, 부르고뉴의 와인이라는 표현이 전면 라벨에서 보인다면, 이는 대중적인 저가 와인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인식이 된다.

 

각각의 세부 지역 특색을 살린 동네명을 적지 못하는 것은 역사와 전통의 배경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많이 알려진 그랑끄루급 명품 와인은 지역명을 적지 않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결국 프랑스 와인 레이블에는 브랜드명, 빈티지, AOC(지역표시인증제), 그리고 Grand Vin, 1855(1855년 EXPO선정 Grand Cru 등급) 알코올농도 표시정도 밖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다. 뒷면 라벨에도 생산자 주소, 웹사이트, 용량 알코올농도 그리고 앞면 내용 반복 또는 라벨이 없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프랑스산 와인에 영어라벨을 부착한 경우가 발견이 되는데, 이런 와인은 절대 구매하지 않기를 권고 드린다. 영어라벨 프랑스 와인은 국내판매가 어려울 정도의 저급품질로 저가 수출용인 경우와 음식조리용으로 사용이 된다. 프랑스 와인에 대한 자부심인지 자만심인지 모를 일이지만 불친절한 와인라벨은 소비자에게 학습과 탐구를 유도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네 번째, 이탈리아, 스페인의 와인으로 체험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 두나라 또한 생산량 측면에서는 프랑스와 비슷하거나 능가하는 수준으로 각 지방별 고유의 포도품종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은 ‘템프라니요’라는 고유의 토착품종을 가지고 있으며, 북부지역에서 고급와인생산지가 집중되어 있다. 리호아 지역이 대표적인 명품산지이다.

 

이탈리아는 1870년 통일국가되기 전까지 지방봉건 도시국가에서 와인은 지역기반 생산-소비가 이루어지는 토산품으로 전국적인 명성의 고급와인이 등장하기 어려웠다. 현재까지 이탈리아 3대 고급와인단지는 북서부 피엔몬테 지방의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와 북동쪽의 베네치아 지역의 아마로네, 발폴리첼라,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끼안티, 몬탈치노, 몬테풀치아노 등으로 유명하다.

 

또한 이탈리아와인 양조용 포도품종은 1000여종에 이를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지역기반 자급자족형 도시국가로 오랜 시간 정착되는 과정에서 토종품종으로 고착된 결과이다.

 

바롤로/바르바레스코는 네비올로, 토스카나 지방의 산지오베제, 아마로네의 코르비나, 론디넬라, 몰리나라로 알려진 대표품종을 제외하고는 수없이 많은 변종과 개량종을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탈리아 와인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레이블에 포도품종을 적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브랜드명, 지역명과 DOCG(지역인증표시제) 빈티지 정도 이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와인병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북부 롬바르디아부터 남쪽끝 시칠리아까지 전국에 걸쳐 토착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하기에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탈리아 와인에 심취하기 위해서는 그지역에 방문하여 그곳의 음식과 와인 궁합을 경험해 봐야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 아니겠는가.

 

최근 프랑스에 편중된 국내 와인 소비문화에 균형을 맞추고자 이탈리아 와인 전문샵이 생겨나고 있다. 이탈리아 유학생 출신이 오픈한 샵들이지만, 세계 최다 와인 종류를 보유한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스페인은 생산량은 세계 3위지만, 국내 소비보다는 수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수출량으로는 세계 1위를 10년이상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비해 와인의 역사성과 산업성은 열위에 있으나, 최근 템프라니요 고유품종을 대량생산과 양조의 기술의 고도화와 숙성의 장기화 등으로 품질을 고급화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맞추면서, 소위 가성비 와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와인 라벨도 스페인어와 영어를 병기하는 방식으로 언어장벽을 낮추어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단일품종에 숙성의 정도에 따른 등급을 표준화하면서 소비자 선택을 편리하게 하고 있다. 크리안자(Crianza)는 2년(오크통1년+병1년) 이상, 리제르바(Riserva)는 3년(오크통1년+병2년) 이상, 그랑리제르바는 5년(오크통2년+병3년) 이상 숙성기간을 법적으로 관리하며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있다.

 

이상의 국가별로 시작하는 와인의 단계적인 접근과 기본용어의 암기와 계통적인 이해를 통해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와인과 친근해진다면, 향후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와인 식생활문화 환경에 보다 즐겁게 적응해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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