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TIN뉴스

 

환경 친화적인 생산 소비 활동으로 현재의 지구 환경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인식과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대체 에너지 혁신에서부터 생활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지속가능성 확보에 관한 고민과 관심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구환경 보존이라는 공공의 이익이 각국의 경제적인 효용과 비용이라는 눈앞의 현실과는 대치하고 있기에 자발적인 노력, 양심과 선의에 기대어 달성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많은 제도적인 규약을 제정하고 합의 시행에 다양한 강제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탄소세(Carbon Tax),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생애주기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국가부터 향후 시행을 약속한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모두 생산자에게 부담과 책임, 의무가 강화되는 제도이며, 소비자에게는 간접적으로 추가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제는 친환경 소재의 적극적인 개발과 사용 그리고 탄소 감축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생활밀착형 소비재인 섬유제품의 공급과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대표적인 생활용 섬유 소재로 전체 섬유 대비 54%를 점유하는 폴리에스테르와 22%를 차지하는 면섬유가 거의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 두 소재에 관한 환경적인 논쟁과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 2021년 전 세계 섬유 섬유 시장 점유율(유형별)  © TIN뉴스

 

폴리에스테르 소재는 일회용 생수병으로 사용되는 PET bottle를 사용 전/후에 수거하여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Recycled Polyester) 섬유로 재활용한 의류 및 다양한 생활용품이 출시되고 있고, 면 섬유는 면화 재배과정에서 사용되는 농약, 살충제, 제초제 등의 화학약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생태 친화적인 농법으로 경작한 유기농 면(Organic Cotton)으로 대기, 수질, 토양 환경에 충격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들 친환경 제품은 소비자 인식 변화로 꾸준히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공급자 또한 구성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면서 원활하지 못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와 오가닉 코튼의 원자재 공급과 최종 제품에서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리사이클 여부와 유기농 면의 사용 여부를 판정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리사이클과 오가닉의 허위 표시의 유혹과 위험성으로 재기되었다. 

 

특히 섬유원료부터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는 제조-유통과정에 수없이 많은 공정 관여자가 존재하는 섬유제품의 특성상 중간 과정의 어떤 공정에서 허위표시가 이루어질 가능성과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리사이클 소재의 공급, 구매, 제조, 유통 과정을 표준규정 하의 거래내역을 제3자 인증서 발급으로 투명화하고자 하는 글로벌 단체(회사)가 출현하게 된다. 

 

합성섬유의 리사이클 소재의 공급 유통과정을 거래 투명화로 인증서를 발급하는 GRS(Global Recycled Standard)와 오가닉 면 소재는 OCS(Organic Content Standard)과 같은 인증 마크 발급 시스템을 구축한 Textile Exchange 협회와 70% 이상의 오가닉 소재만 인증 관리하는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협회 등이 친환경 섬유 소재의 생산과 유통과정을 지원하고 성장을 돕고 있다.

 

불과 15년 전에 표준이 제정되었지만, 최근 3년 사이에 섬유관련 기업의 인증건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 리사이클과 오가닉 소재를 취급하는 모든 관련 기업은 상기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면, 품목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더불어 보다 일찍이 인체/환경 유해 물질의 선정과 관리, 사용, 잔류 등에 관한 기준과 표준을 제정하여 이를 측정,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섬유제품 관련 산업과 기업에 인증 서비스를 체계화한 스위스 Oekotex와 블루사인 협회 또한 소비자 인지도와 신뢰가 상승하고 있다.

 

▲ 프리미엄 섬유 소재 전시회 ‘Premiere Vision’에서 인정하고 권장하는 인증 시스템  © TIN뉴스

 

이외에도 유럽산 마섬유를 인증하는 European Flax, 산림보호 규정에 적합한 목재 원료를 보증하는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동물 가죽을 생산, 활용하고 거래내역을 투명화 시킨 LWG(Leather Working Group) 등 EU를 중심으로 친환경 미래 지속가능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사회적 책임 이행에 관한 SA 8000, ISO 45001 인증과 환경경영시스템 ISO 14001, EMAS(Eco Management Audit Scheme) 등으로 기업의 사회적 비중과 역할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상은 최근 프랑스 파리의 프리미엄 섬유 소재 전시회 ‘Premiere Vision’에서 인정하고 권장하는 인증 시스템으로 발표한 것들이다.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미래지향적으로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ESG(Environmental Friendly, Social Responsibility, Governance) 경영으로 구현하라는 국제적인 메시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와인산업에서의 인증과 표준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역과 품종의 우수성과 차별성으로 제각기 쌓아온 자부심과 브랜드 가치 그리고 고유성을 보호받고, 이를 도용하거나 허위 표식을 막고자 하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필요했다. 

 

특히 프랑스 고급 명품 와인을 주로 생산해 왔던 보르도나 부르고뉴 지역의 와인업자 들은 타 지역이나 같은 지역 내에서도 특정 고가 와이너리의 브랜드나 지역명을 도용 당하거나, 고가 와인 생산자조차도 주변의 저가 포도나 포도주를 매입해서 블렌딩으로 원가를 낮춰 고가로 판매하고 싶은 욕망이 없었을 리 없다. 인간의 부도덕한 욕망은 법과 질서로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 19세기 중엽부터 유럽에 출현하기 시작한 필록세라(phylloxera- 진드기)로 인해 반세기 동안 무려 80% 가까이 포도나무가 괴사하는 사건의 발생으로 고가 브랜드 도용과 원산지 허위 표시가 난무하는 시장 질서 붕괴의 위기를 맡게 된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정부는 1905년 8월 최초의 와인 관리법을 제정하였고, 1919년 5월에는 “원산지 보호에 관한 법률”로 현재까지 이어지는 기초법을 완성하였다. 

 

“지역과 마을명이 표기된 모든 농산물은 반드시 그곳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법으로 제정했다는 큰 의미를 지녔으며, 시행령은 수차례 개정을 반복하다, 1935년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 원산지 명칭 통제)로 모든 농산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본법을 완성하게 된다. 

 

이는 와인뿐만이 아니라, 가공 농산물(특히 치즈) 전반에 걸쳐 널리 적용이 되고 있으며, 다른 와인 생산국 -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미국 등의 와인 등급 체계 입법에도 참고 표준이 되었다. 

 

같은 해 프랑스 정부는 AOC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자 INAO(Institut Nationale des Appellations d'Origine 전국원산지 명칭협회)라는 정부 산하 기관을 새롭게 창설한다. 

 

이는 현재까지 와인 관련 표준과 기준을 관리하는 프랑스 정부 단체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와인산업의 글로벌 표준을 리드하고 있다. 2009년에 이르러서는 EU 국가의 통합된 와인 원산지 관리 규정이 완성이 되는데, 이 또한 프랑스의 기존의 와인 구분법과 AOC 시스템과 거의 유사한 기준으로 입법화되었다. 

 

▲ 1935년 제정된 프랑스 와인구분 AOC 명명법과 2009년에 통합된 EU의 와인등급 비교  © TIN뉴스

 

그림은 1935년 제정된 프랑스 와인 구분 AOC 명명법과 2009년에 통합된 EU의 와인 등급을 비교 한 것이다.

 

이렇게 프랑스가 최초 법제화한 와인 원산지 규정과 재배와 양조 관련 세부 규약 사항은 다른 와인 생산국에게도 영향을 주어, 1963년에 이탈리아는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Grantita) 등급체계를 입법화하였으며, 스페인은 1970년에 원산지 규정 DO(Denominacion de Origen) 시스템을 제도화 하였으며, 미국은 1983년에 이르러 AVA(American Viticulture Areas)로 원산지 법제화를 하게 된다. 

 

현재에도 각국의 와인 원산지 등급 규정은 법적으로 강력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이 등급이 개별 와인들 품질과 가격을 보증하거나, 절대적인 수준이나 서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페인과 미국 원산지 규정은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느슨한 규정으로 원산지를 관리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지역과 포도품종까지 지정해서 관리를 하고 있어, 품질과 관계없이 이를 벗어나면 훌륭한 와인들도 등급 외 판정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토스카나 끼안티 지방의 슈퍼 토스카나 와인으로 불리는 사시까이아(saciccaia), 마세토(Masseto), 솔라리아(Solaria), 오르넬리아(Ornellaia), 티그나넬로(Tignamello)와 같이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와인도 IGT라는 최하위 등급에 머물러 있다.

 

최근 친환경 트렌드와 함께 관심과 마니아 층이 늘어나고 있는 내추럴 와인에 대한 규정과 인증의 필요성과 논쟁은 뜨겁다. 

 

포도재배와 양조 단계를 구분하여, 재배단계에서 유기농법(Organic farming)이나 비오디나믹 농법(Biodynamic farming)을 고수하고 양조 단계에서 어떠한 천연 또는 화학물질을 넣지 않고(무첨가), 정제 및 여과를 하지 않고(무제거),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젖산발효까지 그대로 방치하는(무간섭) 원칙을 준수한 와인만이 내추럴 와인이라고 통상적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세밀하게 규정하고 개량화하여 표준을 만들고, 사후에 이를 검증할 방법을 수립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생산자 이력제와 같은 제도도 원산지와 재배 단계에 관련된 수준까지는 어느 정도 추적과 검증이 가능하지만, 가공 단계에서의 공정을 하나하나 규정해서 사전 지침과 사후 검증은 쉽지 않은 이슈이다. 

 

인체에 치명적인 지정 유해 물질 같은 경우 사후 검증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도 화학적으로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미지의 물질 복합체인 와인의 경우 양조방법에 따른 품질변화의 화학적 사후 검증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와인의 품질과 가격 결정은 품평 단체나 비평가의 감성적인 평가와 대중 선호도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와인의 특성 때문에 양조 3원칙(무첨가, 무제거, 무간섭) 준수를 원칙으로 한 내추럴 와인을 인증하고 검증하는 통일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와인산업은 국가별 지역별 단체별로 수없이 많은 인증 라벨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 TIN뉴스

 

그래서 그림과 같이 내추럴 와인, 비오디나믹 와인, 유기농 와인 등으로 국가별 지역별 단체별로 수없이 많은 인증 라벨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어느 나라도 내추럴 와인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한 곳은 없는 상황이다.

 

친환경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구환경 구축에 대한 범사회적인 관심과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높아지고 있다. 이를 소비생활에서 실천하려고 하는 소비자도 늘어 갈 것이며, 시장규모도 성장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생산자는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최소의 비용으로 이 트렌드에 편승할 방법이 없을까? 

 

과장과 허위, 조장, 세탁 등 다양한 방법이 고안되거나 동원될 수 있는 유혹의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가능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표준화되고 법제화된 인증 시스템과 규정 그리고 사후관리체계밖에 없어 보인다. 

 

인간의 순수하고 선한 의지를 믿고 자율적인 통제가 가능했더라면, 이 지경의 지구환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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